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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

[도서] 페르메이르

전원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페르메이르라는 이름이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 거라 생각한다. 사실 나도 페르메이르라는 이름은 이 책으로 처음 들은 것 같다. 내가 한창 <진주 귀고리 소녀>에 빠져 지낼 때는 페르메이르가 아니라 베르메르였다. 스펠링은 같던데 아마 읽는 게 다른 모양이다.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두 번째 의문은 내가 아는 그 화가라면 책으로 낼만큼의 쓸 거리가 있을까였다. 이 화가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이 없어서 이렇게 소설로라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 났다. 당시 저자의 테드 강연도 들었었는데 무척 좋았기에 더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었다. 그 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 생각지도 못했던 갑작스러운 만남이라 들떴다. 게다가 이미 즐겁게 읽었던 <클림트x전원경>편에서 만났던 전원경 작가라 더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빛의 화가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렘브란트를 떠올린다.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빛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빛의 화가라는 타이틀에 이 페르메이르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렘브란트와는 전혀 다른 빛이다. 그의 그림에서는 언제나 따뜻한, 얼음이 반짝이는 겨울의 눈을 반짝이게 하는 햇살의 느낌이다. 따스하고, 미소를 일으키는 빛이다. 정감이 넘치는 그 빛에 우리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그림이다.

-       페르메이르의 그림에 대해 흔히들 그림이 반짝거린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한다. 정말로 그의 그림들은 놀라울 정도의 광채를 지니고 있다. (43)

-       페르메이르의 그림에서 은 안과 밖을 이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빛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한결 순화되어 방 안에 안온하고도 안락한 느낌을 전달한다. (106)

책을 보며 화가의 의도를 우리가 제대로 받아들였구나 싶었다. 그런 반짝임을, 빛이 드러나게 하기 위해 얼마나 연구하고 노력했는지가 보였다. 이 손길이 가는 빛은 노력으로 인한 결과물이었다. 그가 담고 싶었던 빛이었다. 그러니 그의 그림에 매료되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빛과 그늘은 초창기부터 핵심적인 요소로 부각된다. /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다. (중략) 하나같이 부드럽고 온화하며, 정면을 바라보며 관람객과 눈을 맞추는 법이 거의 없다. /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31-32)

여기에 더해 페르메이르 그림들의 큰 특징은 단연코 이야기이다. 단지 평면적인 그림 한 장임에도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은 언제나 무궁무진한, 엄청난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게 한다. <진주 귀고리 소녀>책도 많은 이들이 열광하며 읽지 않았던가. 페르메이르의 장르는 풍속화 안에서도 실내 풍속화, 그 중에서 다시 유복한 시민 가정의 젊은 여자를 담은 풍속화(153). 유복함이나 젊음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편지를 읽는 수줍은 여성이나, 우유를 따르는 하녀지만 가족의 먹을 거리를 챙기는 엄마의 모습,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모습 등 우리 자신을 곳곳에서 찾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게 한다.

-       페르메이르의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이렇게 무궁무진하고 끝이 없으며 동시에 17세기 델프트라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 매이지 않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담고 있다. 그의 그림은 물론 정교하고 우아하지만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의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성실하고 신실한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덧없이 빨리 지나가는 인생의 매혹적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서 보여준다. (118)

-       페르메이르의 그림이 보여주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우리의 손에 쥐어졌던 때가 분명 있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덜 쓸쓸해지고 조금 더 안온해진다. (249)

그림으로 시를 쓰는 화가. 아주 농축해서 감정이 스며들게 해주는 화가. 그리고 우리를 온전히 담아낸 화가.

  페르메이르에 대해 뭘 쓸 것이 있을까 궁금했다. 먼저 시대상을 풀어 준다.

-       다른 점이 있다면 15세기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이라는 지배 권력이 존재했으나 17세기 네덜란드에는 그런 소수의 특권층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네덜란드의 권력은 시민 계급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모든 그림들은 자연히 시민들의 기호에 맞춰 그려졌다. (53)

-       화가가 그림을 완성해 그림 시장에 내놓으면 시민들이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사 갔다. 화가는 자연히 시민 다수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74)

처음에 일상 시민들의 그림들이 많아서, 그저 시기가 많이 변했기에 그럴 수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본질이 달랐다. 뭔가 특별한 층을 위해서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었기에 좀 더 우리의 일상을 그린 그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 기반 자체가 달랐다. 특히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했다. 시민들이나 상인들이 다수였고, 사회를 지배하던 시기였기에 시민 사회들의 가치관을 그려야만, 시장에서 선택 받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이 무척 좋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는 것. 물론 화가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더 좋겠지만,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점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무척 흥미로운 사실을 던져준다.

-       네덜란드 황금시대 그림의 밑바닥에는 근면함과 신실함을 강조하고 게으름이나 사치, 허세를 용서하지 않는 시민사회의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다. (83)

-       일하는 모습은 그 일의 종류와 그리고 일을 하는 사람의 외모나 나이와 상관없이 아름답다는 점이다. 우리가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것은 결코 무가치한 과정이 아니다. 일은 우리 존재의 증명과도 다르지 않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보내는 하루 하루가 합쳐져서 우리의 삶을 이룬다. 그런 일상이 아름답지 않다면 대체 어떤 사람과 어떤 장면이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144)

  요즘만큼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적이 있을까? 이 일상의 귀중함을 이 화가가 온전히 녹여냈다. 여기에 우리는 변치 않는 가치들이 있다는 걸 안다. 도덕, 성실함, 진실함과 같은 것들. 이러한 면모들을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담아 내려고 노력한 게 참 좋다. 그들의 일상이 ? 우리가 몹시 고대하고, 곧 만날 ? 이런 귀한 가치들로 가득 차 우리의 삶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다는 것이 마음을 뒤흔든다.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일상이라는 이유로 흐릿하게 만드는 우리의 삶을 그림이라는 예술로 특별하게 만들었던 시기다.

 

  저자의 글이 좋다. 페르메이르라는 소박 ? 엄청 비싼 원료를 썼지만 - 하지만 따스한 햇살 같은 그림의 느낌과 저자의 그 햇살을 담아내는 글이 무척 잘 어우러진 책이다.

-       꾸밈없이 소박하면서 조화로운 세계, 환한 빛 속에 싸인 고요한 시간들이 거기에 있었다. 어찌 보면 그런 평온한 일상이야말로 천국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21)

-       우리가 희미한 과거를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그 모습은 아마도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이 보여주는 세계와 엇비슷할 것이다. 한때 우리는 그토록 맑고 온화하며 신실한 세계에 속해 있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에서 우리가 받은 인상, <진주 귀고리 소녀><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이 주는 깊은 아름다움과 아련한 슬픔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이제 다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지나간 날들에 대한 우리의 영원한 그리움이다. (276)

시대상은 편하게 읽혀서 좋았다. 페르메이르의 단편적이나마 남아 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한 작품 한 작품 함께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함께 책 속 전시회를 돌아보며 이야기 나누는 느낌이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여행기는 언제나 나를 당장 짐 싸게 만드는 힘이 있지만, 이 책만큼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득 찬 느낌이다. 좋다. 그래, 내가 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거였지.

 

  페르메이르는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밝혀질 게 많은 화가이다. 진품 논란이 되는 작품들도 있고, 덧칠해진 작품들도 복구해야 하고, 사라진 작품들도 찾아야 한다. 어딘가에서 의미 있는 서류가 나올지도 모른다. 부디 그의 일생에 관해, 혹은 작품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발굴(?)되길 바란다. 어쩌면 클래식 클라우드 중에 유일하게 개정판이 나올지도 모를 책이다. 더 많은 소식들이 밝혀져서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개정판을 기대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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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진주귀고리의 소녀 그림 참 좋죠~ 페르메이르라는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이 책 시리즈 참 좋아요^^

    2020.07.16 17:1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그죠^^ 모으는 맛도 있고, 책도 나름 알차서 꾸준히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진주귀고리 소녀도 참 좋고요. 오랜만에 다시 들여다보니 또 다른 느낌이라서 ㅎㅎ

      2020.07.17 17:3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