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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사생활

[도서] 부부의 사생활

토니 험프리스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단순히 책을 읽고 내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혹은 내가 지금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그 민낯을 샅샅이 공유해야 하는 모임이었다. 자신의 안 좋은 상황을 마냥 떠벌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모임을 들어가기엔 몹시 망설여 지는데, 워낙 좋아하고 믿는 분이라 일단 신청했다. 몹시 바쁘고 정신 없는 상황이었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책이 좋았다기 보다는 운영해주시는 모임을 따라가는 게 더 좋았다.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면 훨씬 나에게 더 좋았을테지만, 아쉽게도 겨우 따라가기만 했다. 그래도 이 책의 묘미와 이야기 나눔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몹시 늦은 리뷰지만 지금 쓰면서 객관적으로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한 건 결혼 전에는 반드시 이런 책을 필독서로 읽혀야 한다는 것. 부부가 된다는 것이, 법적으로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일생에서 함께하고자 하는 이가 서로여야만 한다고 약속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 줘야 한다. 혼인신고 전에 감상문 써내게 하거나, 부부끼리 토론하고 오는 게 혼인신고 전제 조건이면 좋을텐데결혼 전에는 그저 좋은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며 옆에 사람이 최고인줄 알고 어째서 이 사람에게 끌리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갈 때 더 좋은 걸 생각해본다면 좋지 않을까? 분명 더 나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       배우자만 바뀐다면 모든 일이 잘 될 꺼라고 믿는다. 하지만 문제투성이가 또 다른 문제아와 결혼을 했을 뿐이다. 부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의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204)

서로를 위해 더 나은 길을 모색해야 한다. 관계라는 것은 애초에 일방통행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 반드시 양쪽에서 좋은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서로 더 잘 살기 위해, 함께 잘 지내고 성장하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했는데, 우리는 결혼의 진짜 의미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난 몰랐다. 친구들이 말했다. 3년쯤 사귀고 정신 차리면 결혼해 있다고. 내가 딱 그런 경우. 여기서 더 나아가 5년 지나니 아이까지 5살이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우리는 왜 누군가를 만나는가이다. 특히 난 왜 이런 사람이랑 살고 있는지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       욕구를 품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욕구를 만족시키는 책임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잊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8)

-       정반대의 배우자에게 끌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상대와의 갈등 속에서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10)

욕구를 품는 다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욕구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는 스스로가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 그 욕구 실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면 관련된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끌린다고 한다. 그게 문제다. 자신과 상대방이 다른 존재임을 구분하지 못한다. 얽힌 실타래 마냥 서로가 서로에게 마구 엉켜 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자신의 문제를 상대에게 넘기면서 연결점이 생기고 그 올바르지 않은 연결점이 서로를 휘둘러댄다.

 

  심리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 어느 누구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감정의 기복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종종 특히 심한 경우가 있다.

-        자기 자신과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없을수록, 비현실적이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자아를 꿈꿀수록, 부부 관계는 커다란 벽에 부딪히고 만다. (60)

-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은 내면의 상처와 슬픔, 낮은 자아인식, 부정적인 신체상을 직시하는 대신, 고개를 돌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다른 사람의 외모에 모든 부정적 생각을 투사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64-65)

자신감도 자존감도 낮다 보면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들 수 밖에 없다. 백마탄 왕자님이 구하러 와줘야 자신이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이상적인 존재로 여기고 부정적인 생각을 전부 상대방에게 투사해버린다. 하지만 이는 상대방을 내 맘대로 생각하는 과정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그저 내가 원하는 사람만으로 본다. 현실과 이상 그 사이에서 오는 차이를 용납하지 못해 계속 삐걱거리게 된다.

-       상대의 의견이나 행동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은 흔히 자신을 비난하는 행동을 보인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그 사람이 아닌 나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책임 떠맡기가 나타날 수 있다. 상대가 비난하고 독설을 퍼부으면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상처받고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자기를 비하한다. 반대로 상대에게 칭찬을 듣게 되면 배우자는 자신보다 우월하고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마워한다. 이들은 배우자에게 인정받고 칭찬을 듣는 순간에만 자신이 괜찮은 사람 같다고 느낀다. 자존감도 낮고 스스로의 가치를 저평가하기에 상대가 자신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은 것처럼 좌절해 버린다. (147)

-       자기비난은 다른 사람의 인정과 애정, 보호에 대해 방어적으로 의존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모두 버림받는 것, 인정 받지 못하는 것, 비난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조건적이고 불공정하며 우리를 방치하고 무시했던 부모의 양육에서 시작된 빈약한 자아 인식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인 태도로 이어진 것이다. (148)

혹은 상대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자신을 골칫덩이로 여기며 매 순간 상처 받고 점점 더 낮아지게 된다. 이는 상대에게 휘둘리는 일이다. 내 기분과 감정과 생각의 주도권을 온전히 상대에게 내 맡기고 거기에서 폭풍 속에 있는 것이다. 나를 방어하고자 상대에게 더더 의존하게 된다. 나의 못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버림받는 공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저자는 친부모에게서 받은 양육 문제라고 한다. 양육 당시 문제가 커서도 해결되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는 벗어나야 할 상처와 문제에 얽매여 그걸 그대로 새로 만든 가정에도 들여오는 것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원가족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 스스로 설 수 있으며, 상대도 한 독립적인 개체로만 인식할 때 풀리기 시작한다.

-       갈등관계 속에 있더라고 서로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극단적인 행동일지라도 그 속을 살펴보면 자신과 부부 관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극도의 두려움을 떨쳐버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부부가 자신의 원가족에게서 분리되지 못하고 여전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을 때, 거리두기 전략은 더욱 자주 나타나고 때로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156-157)

 

  가장 먼저이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없다면 상대와의 관계는 제대로 성립할 수 없다.

-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아가고 인정하는 것이 부부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다. 자신에 대한 존중과 이해, 애정을 기초로 대화를 풀어가야만 두 사람 모두 행복할 수 있다. (15)

-       자신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의미는 상대가 무슨 생각이나 말을 하건, 어떤 행동을 하건 그것은 배우자의 것일 뿐 내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104)

예전 무한도전 방송에서 심리 분석하는 편이 있었다. 그 때 노홍철씨에게 심리상담가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혼자서 잘 살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도 잘 살 수 있다고. 그 말이 꽤나 멋지고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생활로는 가지고 오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 스스로 잘 살아야 남과도 잘 살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나 자신과 친하게 지낼 줄 아는 사람이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다. 어떤 기분인지,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고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나도 상대도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나가 행복해질 수 있다. 이게 되면 우린 서로에게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다. 받을 필요도 없다.

-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배우자의 감정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설령 나를 향해 하는 행동이나 말일지라도 결코 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중략) ‘비난의 말 속에 숨어 있는 내 욕구는 무엇인가?’ (중략) ‘남편이 알아줬으면 하는 내 욕구는 무엇인가?’ (146)

-       상대방의 말에 자신을 개입시키지 말고 한 발 물러나 과연 상대가 스스로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아보라. 그러면 부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풀리고 서로의 욕구가 만족스럽고 채워질 수 있다. (151)

  배우자의 불안과 초조, 화와 같은 감정들이 나와 상관이 없다는 것. 나에게 뿜어낸다 하더라도 나에게 까지 올 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나의 감정 또한 상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굳이 나에게 갖고 올 필요가 없다. 그래서 조심해야 할 것은, 상대를 비난하기 위한 말을 해선 안 된다. 물론 내가 지금 기분이 나쁘니 너도 나빠야 해! 라는 건 독이 될 뿐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끊어내는 게 맞을지도…) 그저 내 기분이 내키는 대로 퍼붓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내가 바라는 바를 명확히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관계에 이롭다. 우린 늘 감정에 휘둘리는 경향이 크므로 한 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것, 혹은 지금 당장 내가 알아야 하는 것을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의 묘미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손 잡고 서기 전에 먼저 나 스스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       배우자가 자기 자신으로 당당하게 서기 위해서는 두 사람 사이의 정서적 안정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부부 관계의 정서적 안정감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확고하고 건강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자아인식이 분명하면 서로의 차이가 나타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와의 차이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받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164)

내가 안정감 있게 두 다리로 바로 설 수 있어야, 무게 중심 잘 잡고 잘 설 수 있다. 손을 잡는 건 함께 헤쳐나가기 위해서이지 타인에게 나의 무게를, 짐을 떠넘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심리를 공부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확고하고 건강한 인식을 갖추고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읽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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