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 책 기둥이 다 떨어져서 와서 속상 ㅠ)
길벗어린이 인스타 계정에서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받은 책이다.
여러 권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아이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직접 고르게 한 책이다.
역시 자기가 고르게 해야 한다.
솔직히 난 그다지 땡기는 표지가 아니라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받아서 읽어 보니 너무 괜찮은 책이었다.
배경도 없고, 사자가 예쁘지도 않은 것 같고(?), 색상을 칠하다 만건가.. 뭐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일단 내용이 너무 좋다.
그리고 보다 보니 내 눈을 끌지 못한 것이 내가 너무 자극적인 책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랬던 건가 싶다.
MSG의 노예로 살다가 담백한 음식을 먹으면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고 그 담담한 맛이 낯설고 맛이 없다고 느껴지니까 말이다.
이 책은 몸에 좋은 담백한 음식 같은 그림책이다.
요즘 너무 화려하고 각 페이지마다 가득 가득 차 있는 그림책들만 보다가 이렇게 비어 있는 책을 보니 눈도 편하고 마음도 편해진다.
역시 아이가 고르게 한 건 신의 한수였다.

멋진 사자도 울상이 될 때가 있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이에게도 너무나도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지만, 어른들도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알려준다.
누구든 이런 시기가 있다.
상황이 그럴 수도 있고, 한 번씩 그럴 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 날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그렇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그런 날이 있다.
그리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는 걸 받아들 일 수 있다.

내용적으로 마음에 드는 건 그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는 점이다.
그런 날이 있을 수 있는 걸 배려해준다.
충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그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자신이 그런 기분이 드는 것도 나쁜 게 아니며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들어줘야 한다는 점.
크게 해줄 것도 없이 그저 이야기만 들어줘도 된다는 것.
부담갖지 않고 곁에 있어 줄 수 있으면 된다는 것.
사자 입장에서도 이렇게 주변 사람에게, 친한 사람 혹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의지해도 된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서로 믿고 의지하고 힘을 주는 관계가 얼마나 좋고, 귀한지 알려준다.
이래서 이 책이 참 좋다.
읽으면서 아이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어서 참 좋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사자.
색깔도 바꼈고 표정도 바꼈다.
어찌나 멋있는지.
늠름해.
크으.
(근데 사자 코가 자꾸 시강.. E...)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