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 그냥 막 할 거임, 애엄마가 쓰는 영화 리뷰)
기생충 본 뒤로 백만년만에 영화관에 갔다.
관상용 오빠 출연하신 영화라 안 보자니 아쉽고, 보자니 걱정되서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다.
영화관 간지도 오래되고 해서 끝물까지 일부러 기다렸다.
이제 이걸 놓치면 상영 안 할 거 같아서 찾아봤더니 정말 곧 마감될 것 같았다.
(집에 와서 글 쓰려고 찾다 보니 VOD 출시라니..)
더 늦었으면 못 보고 아쉬웠을 듯.

대중교통도 무섭고, 시내도 무섭지만 (?)
정작 영화관은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었다.
매표소에 한 분, 상영관 앞에 발열 확인 하시는 분 한 분.
그리고 상영관에는 아무도 없음.
우오오오오.
사실 끝물 영화 평일 조조로 자주 봤기에 이런 경우가 있긴 했지만 오늘처럼 안심 되는 날은 없었다.
안심되지만 걱정도 되는...
물론 영화 초반에 혼자 저 공간에 있는데 좀비가 달려 들어서 무서웠지만.
이만큼 영화 산업도 많이 힘들 것 같다...
차라리 집에서 티비로 구매해서 보는 게 더 나을 게 이해가 된다.
마음도 편하고...
코로나로 우리가 누리던 즐거움이 모두 사라졌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인천항에 내리자 그들이 마주하는 문구가 "신은 우리를 버렸다" 였다.
그 문장을 보니.. 지금 8월의 현실이 그런 느낌이었다.
누군가 희망이라는 노리개를 눈 앞에서 살랑 살랑 흔들다가 잡으려고 하니 확 낚아 챈 느낌...
왜 2월로 시간이 되돌려진 건지...
강동원님이 나오는 영화라 사실 크게 무슨 영환지도 모르고 보러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첫 장면에 나뒹구는 좀비보고 깜놀.
이게 뭐시여...
그리고 2월에 내가 느꼈던 그 공포가 그대로 재현된 느낌이다.
창문 밖으로 좀비들이 돌아다니는 그 기분.
나가는 순간 뭔가가 날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는 그 느낌...
그랬다.
시기 적절한 영화라고 해야 하나, 시기가 너무 안 맞는 영화라고 해야 하나..
여러모로 씁쓸했다.
첫 장면부터 흐믓해 하다가 순식간에 좀비 때문에 깜놀.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한 마음이다.
정말 영화처럼 저렇진 않았으니까.
흐믓...
여전하십니다.
40이시지만 여전하십니다.
잘 생기셨습니다.
후후후후후후...
혼자 영화관을 대여했기 때문에, 정말 편하게 봤다.
워낙 눈물이 많고 잘 우는 편인데, 편하게 대성통곡하고 놀랄 때는 혼자 소리도 지르고,
혼잣말도 막 하게 되는..
특히 초반부터 대성통곡 한 것이 바로 아이가 좀비가 되서 엄마가 떠나지 못하는 장면.
정석은 누나네 가족을 무사히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타게 된다.
(왜 갑자기 일본에서 홍콩으로 바뀐 거지..? 애초에 홍콩이라고 한 것도 아니고.. 좀 이상했다.)
그 안에서 좀비 감염자가 생겨 결국 조카도 좀비가 되었다.
그 와중에 누나는 어떻게 좀비가 안 된 건지 놀람...
하여튼 개연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내가 본 포인트는..
아이가 그렇게 됐을때.. 난 도망갈 수 있을까?
아니 정말 거기 그렇게 아이 손을 잡고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 이미 아이는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옆을 지킬 수 있을까?
지키고 있을까?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
정석의 누나는 애초에 정이 많았던 사람처럼 보인다.
이정현을 지나가는 강동원에게 놀랄 정도로.
좀비가 되게 내가 막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부터 시작하겠지.
어쩌면.. 그렇게 그냥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몰골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 살고 있으니 당연히 민정도 좀비 같았다.
처음 나왔을 때는 전혀 그런 모습이 당연히 아니었지만, 그건 어떻게 살았을지 알 수 있게 하는 몰골.
4년이라는 시간동안 살아 남은 게 대단하다 싶은 깡다구.
어떤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에 가족 서사의 신파를 붙였다고 하지만, 애 엄마인 나는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이 희망이었겠지만..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건 처음에는 군대의 보호 덕분이었을 것이다.
분명 군대도 처음에는 원래 취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민간인을 보호했을 테니까.
하지만 점점 무력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미쳐 돌아가는 그 공간에서 민정은 지켜야했다.
사단장 할아버지를 제외하면 엄마와 딸 둘이다.
미쳐 날 뛰는 그 안에서 자신과 딸들을 지켜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몰래 도망나왔겠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거기서 살아 남기 위해,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것이다.
소름 끼쳤다.
짐승 싸움을 시키는 그 날뛰는 무리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마 사단장이 도와줬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빠져나오기 힘들었겠지.

잠시 화장실 가느라 놓친 장면 ㅠㅠㅠ
아쉽다 ㅠㅠ 정말 ㅠㅠ
어쨌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을 위해, 어쩌면 자신의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해 그 소굴로 뛰어들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구했지만, 매형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스토리 라인이 결국 정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누나네 가족을 데리고 왔다는 것, 자신이 없는 순간에 좀비가 출현했다는 것, 결국 누나와 조카가 좀비가 되어 죽었다는 것, 총에 맞아 죽은 매형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것까지..
이 연결점으로 마지막에 민정을 구하러 갔으니까.
정석의 마음의 짐을 좀 놓았으리라.
우리 오라버니의 연기는 언제나 최고.
영화 내도록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그늘 속에 사는 모습이 있었다.
아이를 안고 다독이며 괜찮다고 말하는 목소리와 손길에서 정말 마음을 놓은 듯 보였다.
상식과 이성의 순간들이 답이 아닌 경우들이 있다.
그건 영화니까 가능하지! 라고 한다면, 그게 가능해지는 상식과 이성들을 만들고 싶다.
누군가를 희생해서 타인이 살아 남는 것이 상식적인 게 아니었으면...
타인의 건강을 담보로 자신들의 사상과 생각을 지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악역인 서대위가 끝까지 악역이라 다행이었다.
자신을 한결같이 따랐던 병사를 한 방에 쏴 죽이고, 시기를 틈타 기다리다가 항구에서 마지막 빌런이 되었다.
마침내 트럭을 탈취해 배를 타지만, 결국 총 맞을 줄 알았지.
"Nice to meet you"라며 굽신 굽신 거리는 모습에서 그 순간 얼마나 행복했을까...
안타까워하는데, 마지막까지 빌런 역을 버리지 않고 트럭을 후진 시키는..
캬아.. 그건 생각 못했네.
덕분에(?)배도 결국 좀비에게 점령 당한다.
그런 상황을 이용하려던 악의 무리들을 처단하자!
극 중에서 나이는 안 나오지만 아마 미성년자였지 않을까.
어쨌든 카레이싱이 엄청났다.
저 정도로 자동차들이 튼튼한가?
내 차가 사고로 짜부되는 걸 눈으로 봤던 터라, suv나 다른 큰차들은 저렇게 튼튼하구나 하며 감탄했다.
엄마 닮았으면 그렇게 강인한 멘탈로 순발력 넘치게 잘 했을 것 같긴 하다.
이 영화가 지닐 수 있는 다른 의미는 주인공 역은 여성들이 핸들을 잡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홍콩에서 들어온 그 무리 4명에서도 아줌마가 택시 운전사였다면서 핸들을 잡았다고 했다.
그렇게 운전할 수 있을까.
나도 볼보면 가능할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준이 역을 하신 이레님 영어 발음이 너무 좋아서 또 깜놀.
오, 영어를 잘하시는 분이신가보다.
강동원님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하신다더니 안정적인 발음과 억양.
목소리와 잘 어울려서 크으.. 좋다 좋아.
마지막에는 결국 UN의 헬리콥터로 살아남게 된다.
초반부터 계속해서 잘 터지지도 않는(?) 무전(?) 같은 것으로 연락을 취하는 정신이 조금 나간 사단장.
(사단장인 것도 거의 마지막에 나오지만)
그 가능성을 잰다면 실제로 그렇게 Jane이 구하러 온다는 게 가능할까 싶기는 하다.
하지만 개연성이 없어도 좋다.
어쨌든 살아 남았다는 것, 정상으로 살았던 사람들만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던 거다.
말도 안 되는 해피엔딩이라도 그게 좋다.
들개들이라고 하는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더 살아 있었을 것 같은데...
반도가 다시 재건 되는 영화는 안 찍으시려나 ㅠㅠ
전체적으로 엄청 훌륭한 영화다 싶은 건 아니다.
씁쓸하기도 하고, 한 가족이 어떻게 살아남았나 하는 게 중요한 것이겠지.
그 안 에서도 함께 사는 공동체를 실현시키는.. 어쨌든 아름다운 이야기.
마지막에 우리가 살았던 그 세상도 지옥같진 않았다고,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 한다.
좀비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기들끼리 잘 지냈으니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거면 된 것일지도.
지금 내 사람들과 지금 잘 지내는 게 최우선이다.
가정보육을 다시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 밖에 상황을 욕하고 분노하고 가슴만 치고 있기 보다는 우리 아이와 더 잘 지내고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시사회나 무대인사 같은 좋은 기회가 없어서 실물 영접은 못 했지만,
다음 영화에서는 볼 수 있기를 ㅎㅎ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