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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

[도서]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

KBS [명견만리] 제작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그저 인문학 책이려니 했다. 책을 살 때 참 아무 생각 없이 사는 편이긴 하지만, 이 책은 금액 맞추려고 샀다. 이렇게 좋은 책을. 다큐멘터리도 잘 안 챙겨보는 지라, 그 가치를 잘 몰랐다. 이 책은 진정한 프로불편러다. 한국 사회가 처한 문제를 객관적인 수치로 분명하게 드러낸다. 요즘 어쩌다 보니 사회 분야의 책들을 연결해서 읽고 있는데, 사회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구나. 사회가 이렇게 많이 바뀌고 있구나. 타인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틀을 깨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읽는 책들만 읽으며 더 틀에 갇혔던 것 같아 무섭다. 책만 보면 안 된다는 걸 다시 느낀다. 고개를 들어 사회도 둘러봐야 함을 소름 끼치게 느끼고 있다.

  공존의 시대에 대한 내용이라 속속들이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제시하고 있다.

-       대전환의 길목에 선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7)

현재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그것도 몹시 빠르게. 너무 빨리 스쳐지나가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심지어 코로나라는 전염병 복병까지 등장해서 앞으로 더더욱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질문이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10)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자각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눠서 이야기 한다. 각 장마다 내가 얼마나 현재 상황을 모르고 있는지, 그 분야에서 생각해 볼 점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접근법으로 향할 수 있는지 수 차례 내 머리에 도끼질을 했다. 첫 번째는 불평등. 여기에 빠뜨릴 수 없는 세금 이야기.

-       정당한 세금을 부과해서 사회의 공적인 가치를 함께 누리자는 것이다. 부의 편중을 바로잡는 데 세금이 합당하게 쓰인다고 지속 가능한 사회와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한 공동체로 살아가는 부자들에게도 유리한 일이다. (31)

우리 나라는 수입 대비 세금 내는 비율이 타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 세금을 아까워하고, 더 내게 되면 반발감이 인다. 이유는 명백하다. 내가 낸 돈이 나에게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는데, 우리 나라에선 그렇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것 같으며, 왠지 세금으로 하는 일들도 미심쩍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으니 세금 사용도 탐탁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기본이 되어야 할 사항은 분명 이 세금 관련이다. 깨끗하게 쓰이는 걸 알면, 내면서도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고, 사회 안전망을 통해 나의 삶도 보다 덜 불안하고, 힘들지 않을 것이다.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더 투명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게 기반이 되어야 우리는 나머지 부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성장 과정에서 교육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교육에 엄청나게 매달렸기에 많은 인재들이 나올 수 있었고, 기본 초등학교까지의 의무 교육을 통해 누구 하나 문맹으로 불편함을 덜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교육에서 기인하는 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       교육이 아이들을 줄 세우는 대신 각자의 재능을 펼치고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면, 우리 교육이 한 곳을 향해 올라야 하는 수직의 사다리가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놓인 수평의 다리들이 된다면 어떨까?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개별화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라면 어떨까? (65)

-       교육을 신분 상승의 도구로만 보고 그 기회를 배분하는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우리가 지금 겪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70)

그 문제들을 풀기 위해 이런 저런 정책을 시행하지만 애초에 잘못된 가설을 기반으로 한 해결책들이다. 사회 구조 자체가 문제였다. 교육을 통해서만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구조 자체가 문제다. 교육이나 다른 수단이 없어도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사회여야만 한다. 특히 교육이라는 기회를 분배해서 모두를 잘 살게 하는 방식은 말이 안 된다.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결국 차지하지 못한 이들은 박탈감과 좌절감을 느끼기만 할 뿐이다. 애초에 한 쪽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게 해놓은 사회 구조 자체에서 우리는 문제를 깨닫고 변화를 줘야 한다.

  공동체가 무엇일까. 그 안에 있는 모두가 다 같은 상황이니 다 똑같다고 치부하는 것이 공동체인가? 우리는 공동체가 왜 만들어져 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떠해야 하는지 잊은 것은 아닌가.

-       개개인의 인생은 모두 다른데, 왜 답은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로 쳐지는가. (중략) 타인의 아픔을 무감각하게 봐야만 하는 어떤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도대체 왜 우리는 아프다고 말도 못하는 것인가. (151)

-       내가 공동체의 일원이고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행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183)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당장 내가 더 아프니 다른 이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서로가 힘들다고 소리만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슬프고 슬픈 상황이다. 인생이란 힘든 것이 당연하고 그러니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고 그저 힘든 상황에 내쳐져 있게만 하는 상황이 슬프다. 그래서 우리는 연결되지 못한다. 언젠가 만나야 하는 우리가 결코 만날 수 없는 길에 서 있다. 얼마나 안타까운가. 모든 걸 개인의 몫으로 던져놓고 알아서 해야 하는, 행복은커녕 살아남는 생존의 문제까지 모두 알아서 해야 하게 만드는 공동체는 공동체가 아니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있는 개체가 아니다. 힘들더라도 서로를 버티고 설 수 있게 하기 위한 사람 인한자가 우리의 진정한 모습 아니겠는가.

  아파트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그저 많은 집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맥락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효과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 이렇게 씁쓸한 이야기들이 있었다니. 아파트 단지에 집착하게 되는 건 집착하게 사회가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공동체에서 만들어 주지 못한 여러 인프라를 아파트 단지안에 구성하게 해놓고, 그 혜택을 거주자만 누리게 하는 특권으로 만들어 버린 현 체계가 얼마나 이기적인 세태인지 보인다.

-       이기적인 사람이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 사는 동안 이기적 심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도시건축이론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나무형 구조의 도시를 날카로운 면도날이 가득한 그릇으로 비유한 바 있다. 나무형 구조는 그 안에 담긴 삶들을 조각내서 파편화시킨다. (263)

-       아파트는 공공 공간의 직접 접속하고 소통하는 진짜 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문제는 아파트가 많다는 점이 아니라 어떤 아파트인가다. (264)

  이러한 현상이 더더욱 우리에게서 공동체를 앗아간다. 아파트 건물 안에서도 각각의 집이 단절되어 있으며 그 아파트 단지는 또 그 지역 사회 안에서 단절되게 만들어져 있다. 오스트리아 빈과 아파트를 비교하지만, 애초에 정부에서 강하게 주도하여 모든 걸 설립했던 빈과 애초에 정부가 하지 못해 민간 건설사에 해결하라고 던져놓았으니 시작점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마냥 비교하기에는 시작부터 다르니 변화를 꿰하거나 따라하기가 힘들다. 획일적인 아파트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다. 그런 비인간적인 구조가 애초에 쉽게 만들어질 수 있을리가 없다.

  인구가 특정 지역으로만 쏠리는 현상. 그래서 일어나는 마을의 공동화. 이 부분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에서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       교육과 직장에 만족한 프라이부르크 청년들은 굳이 대도시로 떠나지 않고 고향에서 살아간다. 독일의 주요 기업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국에 고르게 흩어져 있다. (296)

-       마을이 공동화한다. 그것은 우리 공동체가 의지해왔던 삶의 축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의 단절이다. 역사는 문서와 유물, 책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왕조나 국가의 변천사만도 아니다. 내 몸과 유전자, 얼굴도 수천 년의 역사가 담긴 도서관이고, 내 앞에 차려진 밥상, 내가 입고 있는 옷,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딛고 서서 숨 쉬며 하루를 살아가는 대지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 선조들의 기나긴 생존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빈집이 역사의 단절과 상실을 의미하는 이유다. (302-303)

코로나로 인해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는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회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모 회사는 90%를 아예 재택 근무 환경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상황이 가속화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5G와 여러 관련 기술의 발달로 지역이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있다. 책에서 나온 일본 도시의 예가 어쩌면 더 퍼지게 될 수도 있다. 그저 그 마을을 발전시켜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다. 기존의 사회에서는 교육과 직업이 기반이 되어야 하지만 온택트가 가속화되면서는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약간의 문화 인프라만 곳곳에 갖춰진다면 말이다.

금융 부분에서 가상화폐와 여러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 접한지 얼마 안 된 분야라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여전히 어려웠다. 좀 더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당연히 부정적이고 사회 측면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많았다.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많이 쳐지는 기분이었다. 코로나로 백수가 된 내 인생이 걱정되는 건 두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아이까지 걱정이 된다. 사회 부분 책들을 연달아 읽으니 더더욱 무섭고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 움직인 것이다. 나 또한 이런 상황에서 현실을 알고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얻었다. 움직여야 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보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서 오늘도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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