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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10만부 기념 특별판)

[도서] 선량한 차별주의자 (10만부 기념 특별판)

김지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첫 출간 당시 표지가 뭔가 이상하다며, 안 예쁜데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이 얼마나 얕은 생각인지. 다 읽고 나니 원래 표지만큼 이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내는 그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책에 대해 잘 모르면서 섣불리 판단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나는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저 개인적인 취향이라며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인선량한 차별주의자’.

10만부가 팔린데에는 내용도 있겠지만, 감탄하는 바는 글도 잘 쓰시고, 논리 정연하신데, 여러 사례나 자료가 잘 받쳐줘서 읽기 좋았다.

  스스로가 자신이 차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부분 자신은 정당한 기준으로 생각하며 활동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약자는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가 피해를 입고, 차별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차별을 당할 때가 있다면, 할 때도 있는 게 아닐까? (7)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절대 악이라도 있는 건지, 다들 입을 모아 차별당한 이야기를 꺼내지만, 내가 차별을 했노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저자의 시선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차별하고 있다. 차별이라는 자각 없이 차별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그게 차별이 될지 생각도 못하고 차별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용기 있는 책이 귀하다.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게 한다. 잠깐만 돌려보면 우리 주변에서 우리가 던진 차별의 가시에 피범벅이 된 이들이 있다고.

그렇다면 왜 못 보는 걸까? 우리가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째서 알 수 없는 걸까?

-       인정은 단순히 사람이라는 보편성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사람이 다양하다는 것, 즉 차이에 대한 인정을 포함한다. 집단의 차이를 무시하는 중립적인 접근은 일부 집단에 대한 배제를 지속시킨다. ‘중립이라고 가장된 입장은 사실 주류 집단을 정상으로 상정하고 다른 집단을 일탈로 규정하며 억압하는 편향된 기준이기 때문이다. 차이의 정치, ‘중립성’ (182)

-       차별을 둘러싼 긴장들은 내가 차별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좋겠다는 강렬한 욕망 혹은 희망을 깔고 있다. 정말 결정해야 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불평등과 차별을 직시할 용기가 있느냐는 것이다. 차별에 민감하거나 둔감할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너무나도 익숙한 어떤 발언, 행동, 제도가 차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가? 내가 보지 못한 차별을 누군가가 지적했을 때 방어하고 부인하기 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하고 성찰할 수 있는가? (188-189)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스스로가 나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속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그랬거나, 그게 나쁜 일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저절로 찌푸려지는 눈쌀도,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한숨도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큰 비수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한다. 내가 정상이고, 언제나 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런 차별에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비명은커녕 한탄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도처에서 들리는 소리를 우리의 귀를 막고 모른 체 하고 있지 않은가? 파업을 하면 파업을 하나보다, 문제가 발생했으면 문제가 발생했나 보자, 노조를 결성했으면 노조를 결성했나 보다 하고 그저 넘기고 있지만은 않은가? 그러니 우리는 내가 하는 차별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게 왜 문제일까?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차별 받는 이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사회에서는 언제나 소수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       다중성을 생각해야 비로소 내가 차별을 받기도 하지만 차별을 할 수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중략) 차별은 두 집단을 비교하는 이분법으로 보이지만, 그 이분법을 여러 차원에서 중첩시켜 입체적으로 보아야 차별의 현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58)

언제나 갑인 사람이 있을까? 언제나 승리자인 사람이 있을까? 언제나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있을까? 세상을 둘로 나누어서 보는 관점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는 많은 변수를 지니고 있고, 여러 명이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에 살고 있으며, ‘우리와 그들같은 이분법은 존재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 내가 어떻게 처하게 될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바로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발견할 수 있다. (29)

  어느 순간 불편함을 깨닫는다면, 제도권 밖으로 나왔다는 이야기이다. 그 불편함은 있는지도 모르던 당연한 특권들이 사라진 순간, 혹은 나에게 필요한 특권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차별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차별에 대한 목소리는 중요하다. 어느 순간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내가 그 소수의 입장에서 고통 받는 이가 될 수도 있다. 미리 여러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해 두지 않는다면, 사회적인 제도를 마련해 두지 않는다면 차별의 고통은 지속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함께 잘 살기 위한 공동체에서 소수의 혹은 차별 받고 있다는 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도덕적으로 이미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사항들에 우리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이다. 혹은 어떤 해결법을 제시하는가?

-       소수자를 침묵시키는 방식으로는 이 상황이 종료될 수 없다. 정의에 반하는 결론이며 당사자들이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가 목소리를 낸다 한들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교착 상태는 마냥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합의할 수 있을까? (10)

-       초점은 서로 다른 종류의 삶을 만드는 이 구조적 불평등이다. 그렇기에 불평등에 관한 대화가 나는 힘들고 너는 편하다는 싸움이 되어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 “너와 나를 다르게 힘들게 만드는 이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공통의 주제로 이어져야 한다. (33-34)

차별 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아무리 높아져도, 들으려는 사람이 없다면 허공에서 사라지는 햇살 강한 날의 흩날리는 눈송이와 다를 게 없다. 순식간에 녹아 지나다니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그저 기분 나쁜 순간을 만드는 시간. 게다가 제로썸 게임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불편이 나의 편함이며, 그들이 편해지려고 하는 의도는 나의 편함을 가로채려는 위협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저자가 논점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제일 앞 부분에 둔 이유를 알겠다. 이야기가 논지를 흐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흐리게 해선 안 된다. 우린 언제나 함께 잘 살기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책에서 예시로 나왔던 퀴어 축제에 대해선 나도 기억하고 있다. 대구에 살기 때문에 실제로 볼 순 없었지만, 그런 축제를 연다는 소식만 들었다. 그저 그렇구나 했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반응은 사뭇 진지했고, 무서웠고, 화가 났다.

-       거리에는 사람과 행동을 규율하는 규칙과 감시체제가 있다. / 즉 거리는 중립적인 공간인 듯 보이지만 그 공간을 지배하는 권력이 존재한다. 익명의 다수가 시선으로써, 말이나 행위로써, 혹은 직접적인 방해나 법적 수단을 통해 그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불온한 존재들을 단속하는 데 동참한다. 입장할 자격 없이 공공의 공간에 침범한 사람, 거리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을 추방하거나 교화시킨다. 이런 시선의 익명성과 편재성 때문에, ‘낯선 존재인 소수자들이 느끼는 일상의 시선 혹은 감시의 압박은 삶을 만성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139)

-       2010알렉세예프 대 러시아판결에서 유럽 인권 재판소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은 다윈주의, 관용, 넓은 마음임을 강조 (중략) “만일 다수가 받아들이는 조건에서만 소수자 집단이 [유럽인권] 협약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면, 이는 협약에 담긴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소수자 집단의 종교의 자유나 표현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협약이 요구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권리가 아니라, 그저 이론에 지나지 않는 권리가 될 것이다.” (145)

특히 기독교인 지인들의 반응이 너무나 극에 달해서 오히려 날 공포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군대 관련 법안을 없앤다는 논쟁이 합쳐지면서 흡사 우리 아이들이 군대에 가면 다 성폭행이라도 당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거리에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그러한 것들을 떳떳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고, 인정하지 않으니 탄압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타인의 눈에 띄이면 안 되는 존재인가? 모른 척 하고자 하는 의도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양반일지도. 종교 성향이겠지만, 그들의 사상이 나에겐 오히려 더 용납되지 않아 화가 났다. 그래서 알렉세예프 대 러시아 판결은 사이다였다. 그들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숨어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집회의 자유는 타당하며, 그것이 공공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당연히 진행 되어야 한다. 공공의 범위를 그저 다수라고 한정 짓지 말라. 누군가의 축제에 왜 돌을 던지려 하는가? 그 누군가가 어떤 조건이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지 않음은 당연하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말보다 나에게는 무지한 차별주의자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방면에서 놀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나 또한 비슷하게 저지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심지어 법 제정은 처음 들어보았다.

-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관한 상징이며 선언이다. 단지 법의 제정이라는 결과로서가 아니라, 지난 10여년 동안, 아니 그전부터 차별과 평등에 대해 논쟁하며 고민한 결실로서 내래는 결단일 것이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싸움을 끝내고, 이제 어떻게 이 땅에 평등을 실현할 것인지 이야기하자. (205)

차별금지법이라니. 아마 이 책을 읽지 않고 이야기만 들었다면, 꼭 그런 걸 법으로 정해야 하냐며, 당연한 건데 왜 법으로 제정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필요성에서부터 의문을 제기했을 것 같다. 앞에 나온 모든 차별들은 결국 사람들이 자신 또한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고, 그것이 법적으로도 문제임을, 한 개인 혹은 단체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임을 명시하기 위해 법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몇 년째 흐지부지 하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그만큼 우리는 스스로를 차별주의자라고 용납하지 않으려 하고, 현실을 외면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혹은 자신의 생각과 신념만이 옳은 것이라는 배타적인 사고 관념으로 타인을 괴롭히고 있는 게 아닐까? 법 제정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많은 생각에 변화를 일으키는 바탕이 될 것 같다.

-       의심이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가?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지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 시야가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할 기회이다. 그 성찰의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며 차별에 가담하게 될 것이다. (79)

  이 귀한 책의 내용을 내 글에서 십분의 일도 제대로 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더 읽고 더 생각하고 더 조심하고 더 주의하고, 더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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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스블로그 예스블로그

    휘연님! 좋은 리뷰 써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9월 나날 보내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2020.09.09 18: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감사합니다, 담당자님^^ 9월에도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요~

      2020.09.1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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