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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

[도서] 르코르뷔지에

신승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부끄럽지만.. 사실 처음 들어봤다. 클래식 클라우드 다음 책이 르코르뷔지에라고 하길래 와, 멋진 이름의 예술가다. 라고 생각했다. 네이버 미리보기 연재를 한 편 한 편 보면서 대략적으로나마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알았다. 건축가라고는 아는 사람이 가우디 밖에 없었고, 현대 건축가는 그저 공학자로만 생각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정말 단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고 난 후 건축에 대한 생각은 엄청나게 변했다. 이제껏 층층이 쌓아 올리는 주변의 잿빛 건물들만 보고 살았으니 건축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다.

클래식 클라우드는 저자가 한 인물의 자취를 따라 여행을 하며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기본 바탕이다. 이는 그 인물도 알게 하고, 여러 명소 구경도 하고, 인물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번 편은 아주 담백하게 르코르뷔지에만을 담고 있다. 저자의 기행 이야기는 몹시 적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내가 르코르뷔지에라는 인물이 몹시 낯설었기에 온전히 이 인물에 몰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여러 문제가 있어서겠지만,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이 많이 실려 있지 않아서 아쉽다. 책을 펼쳐놓고 따로 찾아보면서 읽어나갔다. 설명만으로는 나처럼 상상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어려움이 많아, 사진이 추가되었으면 좋았을 듯 하다.

클클 시리즈가 여행을 다니며 만드는 기획물이기에 더 어울리는 책이다.

-       여행은 수고를 감수하게 한다. 특히 건축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약간의 고생은 필수적이다. 그것은 천천히 다가와 자신을 딛고 선 이에게만 제대로 된 공간을 내어준다. (12)

저자의 말에 감탄했다. 그래, 직접 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 수 없는 것이 건축이리라. 살 집을 고를 때에도 여러 군데를 가보고 여러 시간대에 방문하여 햇빛이 드는 상황이나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한다. 제대로 된 건축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역시 직접 가서 보는 수밖에 없으리라. 나 또한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을 보며 사진으로 보던 그 느낌과 몹시 달라 놀라운 경험을 해봤다. 다가와 준 사람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건축물들.. 멋지다

  그리고 또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

-       그의 건축이 나아갈 길은 명확했다. 굳건히 서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각적 기쁨을 영원으로 승화시키는 시적인 건축. 동방 여행은 건축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었고, 에두아르를 진정한 건축가로 거듭나게 했다. 언덕 위 신전에서 예술의 본질을 경험한 건축가는 이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23)

르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은 꽤나 유명하다. 여행 과정을 투고하면서 온전히 기록으로 남겼기에 더 솔직하고, 직접적인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떤 감명을 받아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성찰을 했는지 뚜렷하게 드러난다. 여행으로 많은 것을 둘러보고, 있는 그대로 느끼며, 자신의 것으로 차곡 차곡 쌓아갔다. 여행의 진가를 알고 잘 활용한 인물인 것 같다. 예술가들은 이래서 방랑벽이 있나 보다.

  질문의 중요성. 르코르뷔지에는 여행을 하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아 자신만의 예술성을 확립한다.

-        과연 현대 예술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는 자기 예술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품은 채 현대 문명 속으로 회귀했다. (123)

질문이 중요하다.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대답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황과 순간들을 만들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자세와 어떤 상황에서 내가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여행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강연을 들으면서? 명상 하면서? 공부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난 어떤 순간에 질문을 하고 싶어지는가? 나에게 의미 있는 질문은 언제 나오는지 생각해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르코르뷔지에의 질문에 답은 명확하다. 그리고 멋있다. 비록 삶 여러 곳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성향 문제로 비난 받는 경우도 있고,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그의 건축에 대한 뼈대는 높이 살 만하다.

-       동료 건축가들이 부유층을 위한 고급 주택을 지을 때 작은 공간에서 최대한의 편의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던 그는, 모든 사람에게 사적 공간을 제공하려 했고, 이것이 행복의 기초가 된다고 믿었다. (중략) 그가 추구한 행복한 건축은 실용적이고 세속적이었다. (17)

-       그는 갈루초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삶을 건축의 형태로 구현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아름다움과 장식뿐만 아니라 건축의 효용에 대해 사유하면서 그는 비로소 건축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은 그렇게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59)

-       평소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그는 건축이냐, 혁명이냐를 물었고, ‘혁명은 피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건축이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과거의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말이다. (108)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건축물은 아름다워야 하고, 사람들에게 편해야 하며,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어야 했다. 행복한 건축이라는 말이 얼마나 기쁨으로 다가오던지.. 현재 한국에서의 건축은 그저 돈 벌이 수단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심지어 <명견만리>를 읽고, 한국의 아파트에 무척 실망했던 지라,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사상은 몹시 매력적이다.

-       르코르뷔지에는 집을 살기 위한 기계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 삶을 최적화된 집을 만들기 위해 자동차, 비행기, 대형 여객선을 모델로 삼았다. 이 기계들은 표준화, 규격화를 거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킨다. 르코르뷔지에는 여기에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 집이라는 기계목욕, 햇빛, 따뜻한 물, 찬물, 난방, 요리, 가족 간의 대화, 위생, 아름다운 비례같은 복잡한 요구를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134)

-       정확한 치수와 비례는 적절한 기둥 간격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건축가들은 이를 모듈이라 불렀다. 르코르뷔지에는 모듈에 미적인 의미를 더했다. 그는 모듈에 아름다움의 원리인 황금 비율을 결합시켰고, 이를 모뒬로르라 이름 붙였다. (151)

  평생을 비율을 중요시 했다고 한다. 살기 위한 기계라는 명목 하에 삶에 최적화된 집을 만들고자 했다. 사는 사람들이 편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집이라니. 인간친화적인 집! 그저 팔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그곳에 살 사람들에게 잘 맞도록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맞아 들어가게 짓고자 했던 건축가였다. 평생을 줄 자를 들고 다니면서 비율을 쟀다고 하는 르코르뷔지에. 자신만의 모뒬로르를 만들어 건축으로 기본으로 삼았다. 그것이 전문가 아니겠는가? 그의 자세에서 진정성을 느낀다.

  게다가 그는 실용적이고 이성적인 측면만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다. 거주자를 위한 감성과 미학에서도 충분히 감동을 일으킨다.

-       르코르뷔지에는 건물을 지을 때 영화감독처럼 스토리보드를 미리 만들었다. 그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깥 풍경과 집 안을 걸으며 경험하는 공간의 변화를 상상해 그림을 그렸고, 이 이미지를 실제 공간에 옮겨놓는다. (160)

-       그는 건축가이기 이전에 매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고, 아름다움을 대단히 중시했다. 그의 주택은 편리한 기계이면서 예술이 되어야 했고, 무엇보다 시적인 감상을 불러일으켜야 했다. 그는 이를 건축의 시학이라 불렀다. (178)

-       그는 자기가 발견한 형상들에서 예술적인 영감을 받는 듯했다. 자연 사물, 더 정확히는 그것의 형태가 주는 울림에 감각적으로 반응했다. 그는 이를 시적 반응이라고 명명했다. (212)

천성 예술가였던 르코르뷔지에. 평생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스스로를 화가로 여겼다는 미리 보기 내용에서 의아했는데, 책을 읽으며 전체 흐름으로 보니 이해가 됐다. 평생을 예술가로서 하고 싶은 일을 유지했다. 그렇기에 그 미적 감각을 건축으로 온전히 옮겨 올 수 있었다. 건물을 스토리보드로 만들었다니! 건물주에게 한 편의 영화를 제공하는 게 아닌가? 정말 멋있다. 진짜 예술가란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 건물 자체도 멋지고, 현대적인 시발점이 된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이런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시학, 시적 반응과 같은 여러 모습들이 역시 멋있다.

  물론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런 상황에서 책임감 없는 행동에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도 나도 똑 같은 인간으로 실수하고 실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책은 르코르뷔지에의 무덤에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난다. 묘지마저 멋있고, 감성적이며, 죽음마저 멋있고 예술가다웠다.

-       르코르뷔지에의 납골묘는 푸른 하늘과 지중해를 향해 열려 있다. 경사진 그의 묘비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을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꿈꾸었던 건축의 감동은 여기서 성취된다. 그의 영혼이 살아 있는 숨 쉬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의 유골을 품은 소박한 콘크리트 구조물, 그리고 그가 추구한 햇살 아래 아름다운 형상은 이곳에서 조화롭게 공존한다. (21)

-       평소 그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탈출구로 여겼다. 그에게 죽음은 자연이 순환하는 과정의 일부였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죽음도 비극으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태양을 향해 헤엄치다 죽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 르코르뷔지에는 찬란한 햇살이 비치는 푸른 바다에서 그토록 사랑하던 지중해와 하나가 되었다. 이는 그가 꿈꾸던 죽음의 한 방식이었다. 지중해는 이본 대신 그를 품어주었고, 그는 그 속에서 자연으로 돌아갔다. (242-244)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며, 이렇게 묘지로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구나, 감탄했다. 지중해가 보이는 그 곳에서 묘지마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두었던 르코르뷔지에. 살아생전 미리 자신의 묘를 만들어 둘 수 있었던 것도 운이기도 하고 참 멋지다 싶었다. 먼저 간 아내 옆자리에 자신의 몸 뉠 자리만 만들어서 종종 방문했다는 모습까지. 놀라울 따름이다. 죽음과 바다수영. 70이 넘어서도 바다 수영을 즐길 정도로 좋아했다. 자신을 지중해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으니 지중해에 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어떤 모습보다 어울리는 죽음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꿈꾸던 방식으로 죽을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호상인가. 그리 좋아하는 바다의 품에서 죽을 수 있었고,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너무나도 완벽한 묘지에 잘 안착되었으니 말이다. 그마저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말이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고요와 평화라는 말. 산업화로 피폐화되는 도시의 생활을 이미 눈치채고, 현대인들의 심리적 문제에 대해 깨달았던 걸까?

-       나는 평생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위해 일해왔다. 그것은 고요와 평화다. ? 윌리 보뵈시거 외, <르코르뷔지에 전집 8>, 186(245)

자신이 선사하고자 했던 것이 고요와 평화라고. 그 말은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주려고 일평생을 노력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금액이 매겨진 재산으로서의 부동산이 아니라, 내 한 몸 편히 뉘여 마음 편히 쉬거나, 나 자신을 온전히 만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집은, 가정은 온전히 내가 되어도 좋을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르코르뷔지에가 말하는 집이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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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대학도 가지 않았고 열정적인 성격에 독특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런 성격이었으니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겠죠~~ 클클 시리즈 꾸준히 모으고 계시네요^^

    2020.09.10 10: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맞아요. 열정으로 자신의 길이 확고했던 사람 같아요. 그래서 더 멋있기도 하고요.
      클클은 놓칠 수 없습니다 > _< 아직 77권 남았네요 ㅋㅋㅋ

      2020.09.10 12:23
  • 파워블로그 이루

    '질문'이라는 단어를 보면 휘연님이 떠오릅니다. 일고십 회원의 글을 몇 번 접하면서 휘연님이 던진 질문들을 만나고 깜짝 깜짝 놀라곤 했거든요. 이 책에 대한 리뷰 글에서도 발휘되는 휘연님의 질문력에 감탄하면서 질문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태양을 향해 헤엄치다 죽는 일은 멋진 일'이라는 말이 깊이 와닿아요. 태양이 비추는 아름다운 세상을 구석구석 잘 보고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정말 탐나네요. 클클은 놓칠 수 없다는 휘연님의 글에서 제 마음도 흔들립니다. 올해 안에 만나봐야겠어요.

    2020.09.10 12:3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이루님 > _< 너무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전 덕분에 기운도 내고 다시 겪고 있지만 잘 지내고 있어요.
      질문에 대한 칭찬 > _<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읽고 질문해야겠네요 ㅎㅎ
      클클은 정말... 전 너무 좋네요 ㅎㅎ 책 그냥 이것 저것 읽는데 이것만큼은 시리즈를 다 모으겠다는 이 집착. ㅋㅋㅋㅋ
      필요하신 인물들만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또 연락드릴게요^^

      2020.09.1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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