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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서재

[도서] 정신과 의사의 서재

하지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플루엔셜에서 종종 서평 요청이 들어오면 깜짝 깜짝 놀란다. 어쩜 이리 내 스타일의 책을 보여주시는지. 이 책도 자세히 보지도 않고,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확인하고 혼자 날뛰었다.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이런 책들을 꽤 많이 읽었다. 독서법이 궁금했고, 어떤 책들을 읽는지 궁금했고, 어떻게 읽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거의 모든 책이 내용이 비슷하고 그저 읽고 싶은 책만 늘어나는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손이 가지 않았다. 어차피 독서라는 것이 나만의 방법으로 책을 읽는 것이고, 그 길을 찾아야 온전히 독서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 너무 궁금했다. 하지현 작가님이자 선생님의 책은 대부분 만족했고, 아무래도 내가 심리학 쪽으로 워낙 관심이 많으니 더 다양한 지식과 관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정신과 이야기만 하느냐하면 또 그러시지 않으니까. 저자의 책 구매하는 방법부터, 읽는 법, 독서평을 쓰는 법, 작가로써 책을 잘 정리해놓는 법까지. 독서 연결산 하는 것도 흥미로웠으며, 정신과 의사이기에 추천해줄 수 있는 마지막 장은 특히 유익했다. 이게 문제. 읽고 싶은 책이 또 엄청나게 늘어난다.

저자가 독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프롤로그에서 풀어 써두었다. 정신과 의사가 이야기하는 독서는 새롭다기 보다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독서에 대한 믿음이 깊어지게 한다.

-       독서를 통해 코어가 강화되는 경험은 결국 책을 통해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이다. 전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지식을 통해 이치를 깨달으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다. 타인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내 관점의 편협함이 깨진다. (중략) 마음의 코어가 된다. 세상의 옳고 그름에 대한 여러 가지 내 믿음들은 책을 읽으면서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깨져 버린다. 내 눈으로만 보는 세상이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지 금방 깨닫게 된다. 넓어진 시야는 세상을 보는 눈을 다중화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며 보이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10)

-       내가 좋아하는 거만 파고들다 보면 어느새 내 세계관을 보강해주기만 할 뿐 편견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중략) 다양한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의도적 합리화와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무시하는 편협함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다. (11)

우리가 흔히 책을 읽는 이유는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 생각을 넓히기 위해서 같은 이유도 많다. 막연히 읽으면 이런 부분에서 좋을 거야 라는 생각을 저자는 마음의 코어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한다.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지 깨닫고 넓어지는 시야, 나의 경험에서만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면 생길 수 있는 문제 등을 이야기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나를 지킬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독서의 힘이다. 결국 우리는 독서를 통해 시각을 넓히고, 사고를 확장해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저자가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데 너무 공감하면서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재밌었다. 독서라는 건 책과 책의 접점에서 나와의 접점을 찾거나, 나를 깨우기 위한 행위라고 해야 할까. 저자의 패브릭을 직조한다는 비유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찰진 비유라니!

-       정보와 정보가 서로 맥락을 갖고 연결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서는 정보들이 모여서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 사실들이 알고 보면 서로 다른 맥락에서 하나의 서사로 겹쳐지는 것을 찾아냈을 때, 엄청나게 즐겁고 짜릿하다. (18)

-       다른 두 책에서 발견한 개별적인 지식이 연결되면서 하나의 통합된 주제로 모아지는 것. 지식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넘치는 정보들 사이에서 특정한 맥락을 찾아내고, 하나의 서사를 엮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읽기를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색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계기가 된다. (20)

특히 요즘 내가 많이 겪는 일이다. 하나의 책을 읽으면 파생독서 목록이 저절로 뜨고, 읽었던 책이라면 내용 연결이 저절로 된다. 그래서 유튜브 방송 기획도 그렇다. 읽다 보면 저절로 무엇을 엮어서 할지 저절로 나오는 편이라 좋다. 그 짜릿함. 저자가 이야기 하는 즐겁고 짜릿한 느낌을 최근에서야 잔뜩 느끼고 있다. 이렇게 내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정보와 감정, 막연한 아이디어들이 여러 권을 읽으면서 착착 맞물려 들어가면서 하나의 멋진 그림을 만들어 가는 시간. 그게 참 흥분되고 독서할 맛을 나게 한다. 이제 구체화시켜 실물화 시키는 과정만 남은 느낌.

내가 이럴려고 책을 이렇게 읽었구나. 내가 이런 생각들을 쌓아놓았고, 그게 이제야 좀 더 분명해져서 제대로 볼 수 있게 되는 구나를 깨닫는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생각도 없고, 남들처럼 뭔가 떠올릴 능력도 없다고 여겼던 내가 끊임없이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솟구쳐 오른다. 책을 읽으면서 필기가 절로 된다. 지난 4년간 헛살지 않았다는 걸 요즘에서야 읽으면서 느끼고 있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아무래도 아는 책이 많을 거라 생각해서 소개를 바란다. 하지만 읽는 분야가 한정적이다 보니 추천해주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보통은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들이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무작정 어려운 책을 추천해주기는 어렵다. 소설과 에세이만큼 접근하기 쉬운 분야가 없는데 잘 모르는 분야라 소개해주기가 마땅찮아 자주 고민한다.

-       “xx란 책을 보면 어떨까요? 보고 나서 나서 함께 이야기해요.”라고 권하는 것이다. 자아가 약한 상태의 내담자나, 치료자에게 마음을 열기 힘들어 하는 청소년을 정신치료 할 때 써보면 예상 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법이기도 하다. (56)

저자가 환자와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가 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인 정신분석, 무의식을 다루는 방식의 치료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해결책으로 저자는 그 순간 떠오르는 잘 맞는다 싶은 책을 환자에게 추천한다고 한다. 그러면 치료에 좀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이다. 무척 인상적이다. 저렇게 적재적소의 책을 소개해줄 수 있다니. 그만큼 많이 읽고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도 전문가여야만 가능하다. 이런 북큐레이팅을 하고 싶다. 당장 글로 표현이 가능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저 막연히 이 책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보기에 좋아서 추천하는 그런 북 큐레이팅이 아니다. 전문적인 분야를 기반으로 책을 소개해줄 수 있는 것. 이제껏 잘 쌓아오고 있으니 더 쌓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저자의 이런 방식이 책을 전혀 안 읽는 사람이거나,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쩌나 하고 고민한 비밀)

저자가 말하는 독서 방식과 독서평 작성법도 흥미로웠다.

-       완벽히 제대로 읽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독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읽는 순간 망각이 시작되고, 그 누구도 같은 텍스트를 똑같이 읽지 않기에 해석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79)

-       책 제목, 단평과 인상, 그리고 별점을 매기는 식으로 정리한다. 길게 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시 책을 꺼내 읽으면서 쓰지 않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평가와 느낌을 중심으로 쓴다. (97)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책을 읽는 편인데, 저자는 어차피 완벽히 제대로 읽는 건 분명하니 그렇게 용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읽는 순간 망각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가질 것이니 그만큼만 읽으면 된다는 것. 어렵거나 안 읽히는 책은 내려놓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독서평은 나와 몹시 달라 인상적이었다. 나는 다 읽고 차근 차근 훑어보면서 다시 정리하고, 다시 정리한 걸 훑어보면서 리뷰에 쓸 문장들을 선별한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글을 많이 쓰지 못하는 건 그만큼 시간과 에너지를 엄청나게 투자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단평과 인상 별점 정도만 기입한다고. 종종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건가 싶은 나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 정도만 해도 얼마나 내게 책이 남아있는지 알 수 있고, 충분히 내가 취할 수 있는 부분만 취하니까 된 것 같기도. 내가 이제 와서 그렇게 바꿀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에버노트. 사실 나도 에버노트를 쓰고 있긴 한데, 사실 활용도가 좀 낮다. 그저 책에서 밑줄 친 부분들만 정리하는 정도? 저자는 엄청 활용을 잘하고 있었다. 각각의 기능이 어떤 효과가 있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느낌. 이 글을 보니 에버노트를 유료로 결제해야 하나 혹했다. 게다가 작가가 되고부터는 더 자료 정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칼 같이 하시는 듯 하니, 나 또한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더 마음이 끌린다.

-       작가라는 정체성이 생기고 나니 그저 감탄하면서 줄을 긋는 것 이상으로 책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참고할 수 있도록 모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일종의 작업적 의무가 생긴 것이다. (114)

그저 한 개인으로 책을 볼 때와 많은 소스를 모아 자신의 책을 쓰려고 할 때는 분명 다를 수 밖에 없다. 편하게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여기서 내가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는 과정이 생긴 것 같다. 나도 편하게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내 책을 쓴다면?’ 이라는 의문을 가지고 다른 책을 접하진 않았던 것 같다. 역시 자리에 따라 사람이 바뀌고, 생각도 바뀌는 듯 하다.

아이에게 글자 교육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또 마음을 울린다. 한창 한글 교육이 필요한 시기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       글자를 알게 되고 글을 읽게 되면 텍스트에 갇혀버린다. 글을 읽고 맞추는 게 놀이가 되면서 그림이 주는 상상의 자극은 뒤로 밀려난다. (중략) 오염되지 않은 청정 구역을 얼마나 오래 보존할 수 있는가가 아이의 창조적 마인드의 발아와 분명히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151)

원에서 벌써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는 문자 교육은 필요할 때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라 딱히 생각이 없어서 집에서는 시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엄마란 무릇 갈등의 대가 아니던가. 생각은 그리 하면서도 혹시나 지금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는 순간들이 있다. 다행히 저자의 말을 보며 글에 갇혀 상상의 자극이 덜해진다는 걸 보니 다시 한 번 지금 내가 잘하고 있구나를 깨달았다. 우리는 언어의 한계에 갇혀 있다. 우리가 인지하는 건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그 한계를 모르고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아이를 지켜줘야겠다 싶은 마음이다.

  나만의 독서 관점. 이 책이나 얼마 전에 읽은 독서법 책을 읽으며 신났었다. 내가 바라는 바가 명확하고 흥미 있어 하는 부분이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       자기만의 독서 관점. 관심 갖는 영역을 키워드로 갖고 일관된 관점과 형식으로 책을 읽고 리뷰를 쓰다 보면 어떤 길이 뚫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 보이지만 내게는 잘 보이기 시작하는 어떤 인식의 흐름 말이다. (125)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 보이는 나만의 길. 참 생각이 많아졌던 부분이다. 나는 어떤 방식의 글을 쓸까? 어떤 종류의 글을 쓰는가? 어떤 흐름을 지니고 있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을까? 등과 같은 여러 고민을 하게 했다. 좀 더 진지하게 나의 글에 대해 생각해본다. 글로 먹고 살고 싶은 사람이니 이런 질문이 큰 무게로 다가온다. 이 질문에서 하나의 기획이 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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