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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읽기의 힘

[도서] 영어책 읽기의 힘

고광윤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엄마표’ 육아 서적을 읽으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있는 나는 엄마표 계의 하이에나 같았다. 이리 어슬렁 저리 어슬렁. 뭐가 좋을까? 아니 이것 저것 모두 좋은 건 알겠는데, 다른 건 뭐가 더 없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리 저리 기웃거리기만 했다. 엄마표 영어 책도 많이 읽었고, 반복해서 읽은 책들도 많다. 그럼에도 아이가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책대로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이가 많이 어렸을 때는 영어 그림책을 외워서 노래도 부르고 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자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 의욕이 생기기는커녕 그 핑계로 더 엄마표 영어와는 멀어졌다.

그래서 이 책도 기대 없이 읽었다. 사실 구매만 해두고 언젠간 읽어야지 하며 책장에 꽂아 두었다. 그러다 슬로우 미러클이라는 카페에서 영어 그림책 읽기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는 걸 알고 무심결에 신청했다가 영어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 전에는 그저 좋다고 하니까, 많은 아이들이 본다니까 와 같은 기준으로 책을 들이고 아이에게 읽어 주려고 했다. 진짜 그림책을 모르고, 그저 다분히 학습적인 의도가 강한 책들만 들인 느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제 하이에나 생활을 그만두고자 한다. 이 책은 엄마표 영어를 이야기 하지만, 어떻게 아이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육아서이기도 하고, 이 책에 나온 영어와 관련된 내용을 한국어로 바꾸면 한국어 책육아 이야기가 되며, 어른의 입장에서 읽으면 영어 공부를 응원하는 자기개발서와 같다. 이 모든 걸 충족하는 책이기에 더 이상 망설일 필요 없이 하이에나 생활을 접고 우리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그 선을 지키며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편히 등 기대 쉴 수 있는 나무가 되어 주고자 한다.

 

  엄마표 영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많이 들려주고, 보여주고, 읽어주기. 문제는 어떻게 많이 들려주고, 보여주고, 읽어주는 지, 그리고 읽을 수 있게 하는 지이다.

  • 아이가 영어를 충분히 보고 들음으로써 머릿속에 양질의 영어 입력이 차고 넘치도록 적절한 환경과 도움을 제공한다. (20)
  • “머릿속에 차고 넘치도록 영어를 보고 들어 구어 영역 능력의 기초를 든든히 하라. 그런 후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세계 속에 푹 빠져 영어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나가라.” (23)

저자도 앞 부분에 미리 정석을 이야기한다. 엄마표 영어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차고 넘치는 인풋을 넣어서 저절로 아웃풋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그럴 수 있는 환경과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엄마가 할 일이라고. 참 쉬운 이야기이지만, 언제나 문제는 ‘how’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구워 삶아 아이에게 대령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가 달렸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명쾌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라고요? 얼마나요? 얼만큼요?’ 부모가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와 같은 질문. 그 질문들을 한 큐에 정리한다.

  • 언어는 물론이고 담긴 문화도, 정서도 다릅니다.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의 접근성에서 특히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영어책을 자유자재로 읽을 수 있다면 추가적인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습니다. (33)
  • 그 방법은 거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습니다. 무엇이냐고요? 바로 영어권의 일상생활과 다양한 문화를 담은 영어 동영상 시청과 영어 동화책 읽어주기입니다. (257)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암호를 배워서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해당하는 문화와 정서, 즉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삶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그 접근 방법은 당연히 일상과 문화가 녹아 든 자료들을 활용해서 언어 자체가 아닌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즐겁게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영상이나 문제가 될 법한 그림책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 양질의 자료를 찾아야 한다. 결국 엄마표 영어에서 엄마표가 의미하는 건 좋은 자료들을 찾아 아이와 함께 즐기는 것. 핵심은 결국 즐다잘과 안뽀사로 정리 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소화하고 싶은 2가지가 있었다.

  •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에는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은 언제나 다시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112)
  • 그림책일 경우 그림과 스토리를 연결시키면서 책의 전체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29)

첫 번째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생각도 못했던 작가 이름 읽어주기. 항상 아이와 제목만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으며 읽기만 했다. 특히 영어 그림책은 작가 이름을 읽어 줄 생각을 전혀 못했다. 관심 없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아이가 워낙 싫어하다 보니 얼른 페이지를 넘겨 현혹시켜야 끝까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읽어 주기에 급급했다. 이는 결국 그림책을 스토리와 연결해주는 과정을 놓치는 것과 연결된다. 한글책은 내가 손 댈 것 없이 다양하게 아이가 즐기면서 읽는데, 영어 그림책은 한글책을 읽으며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 더해 더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분명 아이도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알았을 테고, 영어라는 언어에 더 마음이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은 한 권 한 권을 더 정성스럽게 읽어주려고 노력 중이다.

 

  나 자신을 위한 항목도 있다.

  • 제가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방금 앞에서 노래방에 갔을 때 진짜 가수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매번 영어책 한 권에 대해서만 엄청난 연습을 하는 겁니다. (138)

예전 새벽달님 책을 읽으며 한 권 한 권을 외울 정도로 많이 읽어주셨다는 이야기에 그저 아이가 잘 들어주니 열심히 읽어 주셨을 것 같아 부러워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아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각 그림책을 반복적으로 읽고 연습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노래방 정법으로 한 권 한 권 부지런히 연습해서 꼭꼭 삼키고 나면 무척이나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1기때는 매일 매일이라 사실 좀 힘들었는데, 이번부터는 일주일에 두 세권이니 꼭 해보는 걸로.

 

  영어에 어중간하게 한 발 걸치고 있다 보니, 어줍짢게 나만의 생각이 정립된 부분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이 책에서 시원하게 해결했다.

  • 영어를 비롯한 모든 언어의 습득은 귀로 듣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실제 듣기를 할 때 오디오만 활용하는 것은 많은 경우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디오가 그림이나 영상과 함께 결합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64)
  • 단순한 흘려듣기도 오디오만으로 듣는 것도 적어도 어느 정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88)

흘려듣기에 대한 저자의 논지는 놀라운 관점이었다. 사실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데는 노래만한 것이 없다. 노래 부르고 춤 추는 것이 본능인양 자연스러운 아이들에게는 영어 동요를 듣고 노는 것만큼 거부감을 줄이는 수단이 없다. 아무런 힌트가 없는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그 한계를 무척이나 잘 아는 나. 아이의 눈치를 봐가며 종종 흘려듣기 용으로 영어를 틀어 놓곤 했으나, 아이의 거부감이 없어지거나 영어가 나아지진 않았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제는 노출을 좀 시켜볼까 해서 짧게나마 보여주고 있었다. 애초에 영상 노출이 거의 안 되었던 아이라 영어 영상이라도 감사히 잘 보는 상황. 신기한 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마자 바로 따라 말하고, 그 단어들을 실제 생활에서도 자기도 모르게 툭툭 내뱉는다. 흘려듣기가 아예 의미 없는 건 아니었을 듯 하나, 영상이 좋은 기점이 되어 준 것은 확실한 듯.

  • 읽은 책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사실 독후 활동이라기보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생겨난 느낌과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교감하는 것입니다. (152)
  • 진정한 의미의 영어 읽기를 시작하려면 영어라는 언어자체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중략) 구어 능력을 쌓고 어휘도 어느 정도 알게 된 시점에서 파닉스를 학습하고 읽기에 들어가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173)

SNS를 보면 엄청난 독후 활동에 주눅 드는 엄마 중 하나다. 게으르기도 하고, 잘 놀 줄 모르는 엄마라 독후 활동으로 놀아주는 것이 참 어려운 나. 그런 내게 저자는 독후 활동이란 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게 힘들 수 있다는 걸 알아 주고 책 읽기 자체에 집중하여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이러니 안 할 수가?! 좋아하는 책만 실컷 읽어도 거뜬하다는 저자의 말에 위안도 되고, 아이에게도 덜 미안해졌다.

마지막 파닉스는, 애초에 내가 회의적이었던 분야라 저자의 말을 통해 더 힘을 얻었다. 파닉스를 실제로 적용시킬 시기와 방식과, 어떤 부분을 다루면 되는지가 명확하다. 다음에 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된다면 더 분명히 내 생각을 펼 수 있을 듯 하다.

 

  저자는 SNS 라방이나, 프로젝트 카페에서 운영하는 줌 미팅에서 언제나 한결같이 ‘즐다잘’과 ‘안뽀사’를 강조한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는데 이처럼 육아의 핵심을 요약해놓은 단어가 있을 수 있을까.

  • 당신의 아이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엄마 아빠를 위해, 따라서 아이가 실수를 한다면, 똑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 해도 언제나 친절하고 요령있게 바로잡아 주십시오. 실수는 당연한 것이며, 실수가 많다면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단지 더 많은 격려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더 쉬운 책을 골라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 명심하십시오.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비난이나 비판, 짜증이나 꾸지람이 아닙니다. 오직 무한한 애정, 지지, 격려, 그리고 칭찬입니다. (346)

엄마는 선생님이 아니다. 엄마는 엄마다. 엄마는 엄마여야 한다. 엄마표 영어를 한다고 엄마가 선생님이 되어 worksheet를 강제로 시키거나, 내키지 않는 낭독을 시키고, 시간을 칼 같이 정해 무언의 압력으로 해야 할 과제를 탁탁 진행하는 게 아니다. 엄마는 엄마로서 존재해야 아이에게 안전 지대가 되어 줄 수 있다. 이래서 이 책이 육아서다. 저자가 항상 최우선으로 하는 사항은 아이와 엄마가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즐기는 순간 순간,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는 책이기에 내게 딱 맞는 육아서다. 우리 아이에게 무한한 애정과 지지와 격려, 그리고 적절한 칭찬을 해줄 수 있는 엄마다운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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