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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도서]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임승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쓰기 주제로 추천 받아서 구매했던 책.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는 책이 워낙 유명해서 제목만 알고 있었지만, 같은 저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책은 표지나 제목은 진중한데 반해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임승수 작가님의 그 느낌 그대로였다. 자칫 딱딱하거나 정보 전달만 하는 무미건조한 글일 수도 있는데, 유머와 지식 전달, 그리고 핵심까지 콕콕 짚어 주는 1타 3피의 책이었다. 힘이 없고 집중이 잘 안 되는 순간에도 저자의 책은 참 잘 읽혔다. 그런 사람이 쓴 책쓰기와 관련된 책이니 더 믿음이 간다.

 

  내용은 말해 뭐해. 무척 알차다. 왜 추천해주셨는지 알았다. 책쓰기에서 출판까지 전반적으로 내용을 다 다루고 있고, 글을 쓰거나 책을 쓸 때 임해야 하는 마음가짐까지. 모든 걸 담고 있다. 사실 책 쓰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면 당연한 ‘목차’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건 잠깐 언급했듯이, 무척 재밌었고, 공감가는 대목들이 많았다.

  • 글을 쓴다는 것을 그저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글을 쓰면서 똥을 싼다. (78)

유행하는 SNS를 보면 대중들이 어떤 상황인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SNS를 보면 글도 snacking(간단히 먹는 행위)하는 느낌. 언제나 긴 글을 봐야 한다는 건 아니다. 21년 초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해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면, 필요에 따라 긴 글과 짧은 글 혹은 조금 어려운 글이나 쉬운 글을 고르는 게 아니라 무조건 짧고 쉬운 그리고 내용마저도 쉽사리 소모되고 마는 그런 글들만 찾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글을 쓴답시고, 책을 쓴답시고 만들어 내는 이들도 많지 않을까?

저자의 이런 ‘똥을 싼다’는 표현, 격하긴 하지만 적당하다 싶다. 예전에 은유 작가님의 <쓰기의 말들>에서도 왜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가에 대해 논한 것도 생각났다. 여기에 저자의 신변잡기 이야기는 내 속을 시원하게 했다. 내가 에세이를 불편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다. 에세이라는 장르 안에 단순히 자신의 신변잡기로 가득한 책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왜 이 사람의 이런 점까지 알아야 하지?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 걸까? 물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멋진 글을 쓰는 작가들도 참 많다. 하지만 그런 글을 쓸수록 자기 검열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글자만 나열한다고 책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책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 목구멍 밑까지 차올라 도저히 내뱉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그런 정도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 때문에 책을 쓴다. (23)
  • 글의 재료는 ‘경험’이다. 고로 글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경험의 부재에 있다. (49)
  • ‘당신은 책이 나올 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 / 글은 ‘살아지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라. (53)

  꾸준히 사랑 받는 책들이 있다. 폭발하는 화산 불 같이 팔리는 유명세를 타는 책들뿐만 아니라, 은근히 꾸준히 지펴지는 불처럼 사랑 받는 책들이 있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목구멍까지 차올라 쓰지 않을 수 없었던 내용, 경험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글들, 삶을 어떻게든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걸 독자들도 알고 느끼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게다. 여기에 더 하면 좋을 점은 이런 저자들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는 거다.

  • 글을 쓸 때 독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원하는 바를 이루기 어렵다. (78)

그들은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자신의 글을 읽을 사람이 누구인지. 아니, 자신의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글자 하나 하나를 채워가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다. 온 몸으로 저자와 함께 같은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생긴 것이다. 물론 꼭 같은 생각을 하고 느낌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독자 개개인에게 각자의 의미를 전해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한 거다.

 

  책을 쓰는 사람은, 글을 그만큼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그 글을 하나 하나 구성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타인에게 그 내용이 가 닿기를 바란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고작 한 구절로, 책 한 권으로 타인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 오히려 그러길 바라는 거 자체가 자만이자 저자가 이야기 하는 ‘오만’이다.

  • 고작 나 따위가 쓴, 며칠 걸려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상대방의 수십만 시간 인생을 뒤흔들 것이라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91)
  • 책은 읽는 이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최고의 남는 장사다. 하지만 책을 통해 엄청난 시간을 벌었다고 해서, 타인의 시간을 무시하면 안 된다. 사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존중과 겸손’이다. 독자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바로 그래야 한다. (91)

같은 맥락으로 수많은 책을 읽은 독자로서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 흔히 이야기 하는 책이 ‘도끼’가 되어 날 내려찍는, 날 완전히 바꿔놓는 그런 순간을 만나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요소들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가? 그 동안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던지라, 흡사 환상처럼 내게 의무감이 있었던 것 같다. 꼭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불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독자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를 존중과 겸손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독자들 또한 책을 존중하되, 겸손한 자세로 내가 받아 들일 것과 아닌 건 적당히 옆으로 제쳐놓으면 된다. 꼭 내 온 세상이, 알이 깨져서 당장 새가 되어 날아갈 필요는 없다.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을 현실화 시키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였다. 말만 하고, 어떻게 옮겨야 할지 갈피를 못 잡다가 요즘에서야 틈이 생기는 느낌이다.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 글쓰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글쓰기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더 잘 이해할수록 글을 더 잘 쓰게 된다. (159)

그 틈이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심리학에 목 매는 이유도 그러해서이리라. 심리학이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이제 저자가 알려준 기획단계를 짜볼 차례다.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실타래로 엉켜 있던 것들을 살살 풀어서 잘 채워 넣어야겠다. 난 어떤 사람으로 어떤 책을 써낼 수 있을까?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자기 검열.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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