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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도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드는 산문집. 저자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살 때 충동적으로 함께 구매했다. 어떤 내용을 기대했다기 보다 정말 순전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던 책. 그런데 시집보다 오히려 이 책이 훨씬 더 좋다니. 시는 너무 어려워서 혼란스럽고 읽고도 마음속에 뭔가 답답함이 남아 있었는데, 이 산문집이 오히려 위로해주는 기분.

시 자체도 산문처럼 쓰는지라, 산문집이 큰 차이가 있을까 했는데 분명 달랐다. 훨씬 이해하기 쉬웠고, 내용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여백에도 묻어나고, 궁금한 시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조금씩 드러나는 부분들이 좋았다. 시를 읽으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의 허구인지, 그의 진심인지, 그의 사실인지, 혼돈이었다. 어쩌면 시를 감상함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기분. 그러니 산문집은 편하게 (저자는 편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저자의 실제 생각을, 저자의 실제 모습을 조금은 훔쳐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찌보면, 나는 글은 실제 모습과 생활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행동과 생각이 글로 드러나는 게 당연하고 독자로서도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기나 보다. 그래서 이 책 속에 드러난 시인의 모습들이 충분히 따뜻하고, 공감되며, 좋았다.

 

  •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19)
  •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두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19)
  •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평소 자신에게조차 내색하지 않던 스스로의 속마음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것은 대개 오랜 상처나 열등감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사랑을 외롭게 한다. (94)
  • 다만 어떤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아도 쓰이는 일만으로 저마다의 능력과 힘을 가지는 것이라 믿는다. 마치 마음속 소원처럼, 혹은 이를 악물고 하는 다짐처럼. (180)
  • 어쩌면 유서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 대한 용서와 화해를 넘어 자신이 스스로의 죽음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것이므로. (183)

 

  저자가 어른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 싶었고, 음식에 진심인 것에 감탄하며, 사랑에 충실한 느낌에 인간적인 면모를 살폈다. 그리고 글에 대한 그의 생각이 좀 더 궁금해졌다.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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