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도서]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임영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장을 채 다 읽기도 전에 ‘임영주 교수님이 임영주 교수님 하셨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정말 좋아하고 믿고 보는 임영주 교수님 책이지만, 이전 인스타 피드에서 댓글에 폭발적인 반응으로 당장 구매하시려는 분들을 일단 말렸다. 책이 대부분 좋았지만 항상 좋을 순 없으니까. 혹시나 아직 읽기 전인 내 피드를 보고 구매하셨다가 안 맞으면 괜히 죄송해진다. 그런데 이제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단 구매합시다 여러분! 일단 사고 봅시다! 혹시 구매하고 안 읽으실 것 같다고요? 책이랑 안 친하다고요? 제가 6월 달에 이 책으로 독서모임 갖고 오겠습니다! 지금 열심히 구상 중입니다!”

 

목차만 봐도 뼈 때리는 말로 가득하다. 이 목차를 보고 이 책이 읽고 싶지 않다고? 정말 각 chapter의 제목만 보고 난 ‘이거다!’ 싶은 마음이었다.

  • “만약 아이들에게 부모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면, 과연 우리를 부모로 선택했을까요?” (8)

제목에서 훅 하는데, 목차는 더 장난 아니다. 한동안 육아서 좀 덜 읽었다고 해이해진건가 싶었는데, 제대로 혼났다. 육아서를 읽으면 이런 혼나는 것 같은 기분에 꺼리는 분들도 많은데 잘못 했으면 혼나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잘 살펴서 바꿔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단순히 아이를 ‘낳은 부모’가 아닌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 땅의 어른’들이니까.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낙숫물 떨어지듯 한 방울씩 바뀔 수 있다.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은 없다.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하니까.

 

좋은 육아서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내가 육아서를 읽으면서 심리학에 푹 빠진 건 그런 이유다. 아이를 낳고 육아서라는 장르를 처음 알고부터 수백권을 읽으면서 자꾸 내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이는 심리학으로 나를 이끄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육아서보다 심리서를 훨씬 더 많이 읽는다. 이 책은 다시 내가 육아서를 읽으며 심리적 문제와 치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미성숙한 자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만나게 될 때 부모는 당혹감을 느낀다. 통제, 조절, 절제라는 단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듯 아이에 대한 화와 분노가 격렬하게 춤을 출 때면 부모는 ‘내가 이렇게 미성숙한 사람이었나’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중략) 의지와 책임감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5)

의지와 책임감 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무섭다. 지금 내가 아이에게 잘 못하는 게 온전히 내가 엄마로서 의지가 부족하거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단편적인 이유가 아니다. 현실의 나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과거의 나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섭다. 내가 게으르고 당장 움직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더 깊은 곳, 아니면 내가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헤집어 놔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 부모가 미처 해결하지 못한 감정과 상처를 아이에게 투사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79)
  • 해결되지 못한 감정은 평소 앙금처럼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있다가 어떤 계기로 감정이 요동치면 갑자기 떠올라 시야를 뿌옇게 만들어 버린다. (149)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때 아이를 누군가가 아이의 말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를 먼저 상담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한다. 종종 아이의 문제라고 보던 프레임을 펼쳐보면 부모가 문제의 프레임을 아이에게 씌워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나아지면 아이는 단번에 그 영향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부모가 나아지면 그 이상으로 좋아지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부모가 자신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을 너무 모르거나 회피하려고만 한다. 물론 정말 좋은 부모 밑에서도 기질상 힘든 아이들도 있고, 환경으로 인해 외부 압력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 점을 부정하진 않지만,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때 어떤 부분이 나와 안 맞았던 건지, 내가 했던 것 중에 아이에게 문제를 일으킬만한 요인이 있었는지 확인 해보는 것도 좋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점검하고, 생각하고 또 고민하게 한다. 나의 변함없는 이 사랑을 온전히 아이에게 전해줄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지속적으로 갈고 닦아 정교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어쨌든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좀 더 이성적으로 뇌가 발달한 부모인 내가 잘 이끌어야 한다.

 

훈육과 양육에 대해서 여러 차례 설명하고 분명한 정의를 내린다. 그 내용에 무척 공감하면서도 한 문장으로 명확히 정리해주어 길이 분명해졌다.

  • 양육의 최종 목적은 미성숙한 아이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시켜 독립시키는 것이다. (61)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시켜 독립시키기. 하지만 그 전에 부모인 나는 어떠한가? 나는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여 잘 독립하였는가? 내 안의 아이가 자라지 않으면 결코 우리 아이의 성장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아이를 보는 나의 눈 앞에 내 안의 아이가 자꾸 어른거리면 결국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결국 제대로 사랑해주지도 못한다.

  • 아이가 미워지면 나는 부모로서 자격이 없어’라고 죄책감을 갖는 대신 ‘내가 그만큼 아이를 사랑하는 구나’라고 생각하자. (중략) 무의식이 아이를 밀어내려고 하면 부모가 의식적으로 아이를 다시 안아주면 된다. 물리적 행동으로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방법이다. (85)

그러니 죄책감과 후회와 괴로움을 일단 최대한 미뤄두자. 이런 책을 읽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부모들이다.

 

육아서에서 빠지지 않는 감정코칭. 나 또한 감정코칭이 우리의 육아에 기반이라고 여길 정도로 자주 고민하고 활용하고자 애쓴다.

  • 감정코치형 부모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판단하거나 그것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부정적 감정을 느끼더라도 야단치거나 혼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행동의 한계’를 정해준다. 부모가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대안을 생각하도록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125)

문제는 감정코칭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이 감정코칭의 정답 부분에 대해서 아주 작은 불편함이 있었다. 장난감이 부서진 예시를 들며 잘못된 부모의 반응이 나오는데 부분적으로 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속 시원히 정답도 알려주시지 않는다. 이론은 알겠다. 감정 코칭 책도 여러 번 보고 모임도 했는데도 다 아니라고 하니,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

  • 흔히 자존감 높은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부모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때에야 가능하다. (151)

어쩌면 행동의 한계나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 다는 문제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보다 내가 나의 감정을 읽지 못해서 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감정에 무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감정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우리 사회. 아니 오히려 감정이 없는 걸 우선시 했던 사회니 우리가 이런 모습인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역시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다듬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착한 아이로 키우지 마라> 라는 책을 혼자 박수 치면서 읽은 적이 있다. 착하다는 것. 잘한다는 것. 예쁘다는 것. 이런 식의 말이 아이를 얼마나 옥죄는 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 부모한테 혼이 나거나 지적을 받으면 작은 반항이나 반발이라도 할 수 있지만, 주변의 지나친 기대와 칭찬은 아이에게 이마저도 못하도록 만든다. (중략) 능력이나 성과, 결과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는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실패 위험이 높은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중략) 당장 쓰러질 듯 힘들어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131)

그 작은 몸과 생각으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용쓰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져 안타까웠다. 실력이나 성적에 대해 무척이나 집중하는 부모들이 의식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가 뭔가 해내는 걸 그저 흐믓하게만 바라볼 게 아니라,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웃고 있는 그 뒤로 피가 철철 흐르는 건 아닐까? 많은 아이들이 상담소를 찾는 건, 상담이라는 분야가 많이 열린 이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가는 면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나마 우리 세대는 걸쳐져 있는, 위 아래를 조금씩 경험해보고 있지만, 우리 윗 세대와 아랫세대는 (책에서 말하는) 외계인 세대라고 부를 정도로 다른 세상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 요즘 아이들은 이전 세대가 상상도 하지 못한 삶의 영역을 갖게 되었다. 당연히 욕망의 범위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211)
  • 어린 시절부터 아이와 상호작용을 충분히 해온 부모라면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혹독한 성장통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는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이 시기를 견디는 유일한 솔루션은 부모의 이해와 기다림뿐이다. (215)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아이와 삶에 어떤 길에 대해서는 전혀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말 아이를 믿고 아이가 해낼 수 있다는 사실만 직시하고 언제든 무너지더라도 다독여주거나, 잠시 돌아와 쉴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어 주고 싶다. 아이에게 나는 그런 엄마이고 싶다.

 

  목차에서 훅 가는데 엔딩까지 확실하다.

  •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는 김남조 시인의 말이 떠오르는 봄이다. (231)

아이에게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혹은 내 부모에게 받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을 기억하자. 내가 더 줄 수 있는 것이 아직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고, 여전히 흘러 넘치는 사랑이 있다.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게 주고 또 주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