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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20년

[도서] 엄마의 20년

오소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소문으로 무척 많이 들었던 책. 추천도 많이 받았고, 저자의 공동체에 속해 있는 분들도 만났다. 아직까지도 그 모임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분들의 공통점은 책을 좋아하고, 성장하길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거다. 그런 목적이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데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은 책. 책으로 인한 소란스러움이 한참 지난 이 시기에 읽은 건, 이 책을 온전히 나의 세상에서 읽고 싶어서였다.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막연히 동경하지도 않고 온전히 내 마음으로 읽고 싶었다. 그리고 아주 만족했다.

  엄마의 20년이라니. 인생 대선배님이 아니신가? 고작 엄마 나이 6살인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무척 기대했다. 극찬을 하거나 괜찮다거나 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지만 별로였다는 사람은 못 봤기에, 그녀의 내공이 기대됐다. 엄마 나이 20년이면 엄마 졸업 아니겠는가? (그 이후까지 아이의 미성년 시절과 같은 챙김을 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기에 나 스스로 그 때는 졸업이라고 정해두었다.) 그 시기 동안 어떤 일을 했을지, 아니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았을 지 살펴보는 게 화두였다. 그런데 이토록 생각도 못한 삶을.. 이런 삶을 살 수 있구나!하며 감탄했다. 내가 전혀 상상도 못했던 삶이었다.

 

아장 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훌쩍 터키로 떠난 그녀. 와, 세상 쫄보인 나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 아이가 조금 큰 지금에서야 둘이 어디를 가볼까? 고민 하고 있는 상황. (안타깝게도 코로나 상황이라 실천으로 옮기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런데 저자는 그런 어린 아기를 데리고 먼 나라로 떠났다. 그 이후로는 계속 제3세계로. 그녀는 그 시발점을 사회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되기를 포기한, 영원히 보지 못할 것 같은 꽃을 보러 가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런 엄청난 용기와 결단력이라니? 마냥 생각 없이 보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저자에게 ‘어머, 언니!!’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동경심이 생긴다. 그런 그녀가 하는 말이 또 내 의견과 맥이 비슷해 고개 끄덕이며 맞장구 치며 읽었다. 초반에는 엄청 울.면.서.

앞 부분은 뭐가 그렇게 슬프던지… 내 가슴이 어찌 이리 먹먹해 지는 건지… 지금에서야 나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돌보는 중인지라, 어떤 마음으로 꽃을 보러 갔을지,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그만 뒀을지, 어떤 마음으로 계룡산을 떠돌았을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자신을 찾으러 다녔던 저자가 이해되면서 부럽기도 하다. 그렇게 이른 나이에 그럴 수 있었다니! 똑똑한 사람은 언제나 멋지고 부럽다.

 

책은 저자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3대에 걸친 여성에 관한 부조리, 그리고 육아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요즘에 이상한 논란의 페미니즘이 아닌 역사 속 우리 중 누군가는 겪었을 일을 말이다. 물론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다르겠지만, 나는 적어도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사실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내공이 엄청난 저자가 가장 먼저 이야기 하는 건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이다.

  •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아이가 어느 길로 가든 새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는 기본연료를 공급해주는 일뿐입니다. 어릴 적부터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과 칭찬을 주고, 찬찬히 인성의 빈 곳을 메워주고, 온 가족이 함께 운동과 여행 같은 풍요로운 직접체험을 하고, 책과 영화 같은 다양한 간접체험도 하고, 그 다채로운 가족 문화 속에서 아이가 능동적으로 적성과 진로를 함께 움직이도록 응원하는 일. 사실 이것이 본래 참된 부모의 역할이지요. (32)

부모란 미리 겪은 걸 알려주는 답안지 같은 존재가 아니다. 애초에 인생에 답안지는 없으니까. 저자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충분한 사랑과 칭찬을 주고 (너무 많이 줘서도 안 되는) 인성에 신경 쓰며, 가족이라는 연대 안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즐겨야 함을 강조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능동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아이가 되게 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나 또한 몹시 공감했다. 어차피 각종 엄마표 활동들을 해줄 능력이 안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뭐든 스스로 탐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부모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아이가 뭘 더 볼 수 있고,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가 달라지겠지만. 그걸 위해 아이와 직접체험과 간접체험을 즐기는 게 아니겠는가? 아이의 삶에 녹아들 체험을 함께 하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물론 그 체험이 나 자신에게도 귀한 영양분이 될 거라고 믿는다.

 

엄마가 되는 것은 내게는 병아리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것만큼의 고통이었다. 줄탁동시 해줄 어미 닭도 없었기에 온전히 내가 직접 알을 깨고 나와야 했고, 덕분에 나오자마자 탈진 및 정신을 잃었다.

  • 임신, 출산, 육아라는 강도 높은 ‘인생 수업’ 과정에서 엄마들은 어마어마한 인류애적 성장을 합니다. 넓어지고 깊어지고 따스해지죠. 그 성장은, 엄마가 이후에 무슨 일을 하든 거대한 자산이 되어줍니다. / 엄마라는 자리는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54)
  • 이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엄마’는 없었어요. 균형을 찾아주는 ‘좋은 엄마’가 있을 뿐이었지요. 저는 육아를 이렇게 정의 내렸어요. / 아이에게 모자란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덜어주는 엄마의 일. (72)

조금이나마 엄마라는 세상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엄마가 해줘야 한다는 것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아이의 요구는 말할 것도 없고, 지인들이, 사회가 말하는 ‘이 정도는 해야지’가 쉴 새 없이 나를 괴롭혔다. 완벽한 엄마는 없다는 것. 어차피 완벽이라는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욕심 내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좋은 엄마는 되고 싶었다.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엄마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저자는 균형을 잡아 주는 것이 좋은 엄마라고 한다. 그것은 아이에게 과한 것과 부족한 것들을 잘 살펴 덜어낼 건 덜어내고 채워줄 건 채워줄 수 있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잘 관찰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애정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에게 언제나 좋은 엄마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그랬고, 어린 시절은 더욱 그러하다. 함께 지내면서 엄마가 그 믿음을 깨뜨리는지, 아니면 잘 지켜나가는 지에 달려 있다. 나는 언제나 아이에게 좋은 엄마이다. 아이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엄마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안에서 고통받는 자식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는 있는 거지요. (75)

특히 마음에 들었던 구절. 엄마가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고) 당장의 해결책을 제시해 변화를 일으키는 건 힘들다. 그러니 엄마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우리 아이의 마음 헤아려 주는 것. 그 어떤 누구도 할 수 없고, 오직 엄마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엄마인 나도 힘들지만, 우리 아이도 이 사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자. 그렇게 아이에게 어릴 때는 신체적, 정신적 안전지대가 아이가 커서는 정신적 안전지대가 되어 줄 수 있으면 되는 거다.

 

엄마로서 조심해야 하는 바는, 아이의 문제 자체를 해결하려고 하거나,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점이다.

  • 아이의 성취는 언제라도 대견한 일일 겁니다. 우리는 늘 그것을 응원해줄 거에요. 하지만 그것을 나의 성취로 착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 아이의 실패는 언제라도 가슴 아픈 일일 겁니다. 우리는 늘 그것을 위로해 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나의 실패로 간주하지는 않을 겁니다. (153)
  • 긍정의 힘으로 아이를 바라본 엄마 아래서 아이가 잘못됐단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딱히 좋다는 교육을 따로 안 시켰어도 말이지요. 부정의 힘으로 아이를 바라본 엄마 아래서 아이가 잘됐단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온갖 좋다는 교육을 다 시켰어도 말이지요. (245)

저자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성적표를 부모 자신의 성적표로 여기고 집착하곤 한다며 지적한다. 성적이 다가 아니라고 외쳤던 부모들일지도 모르고, 자신이 성적만으로 현재의 높은(?) 위치에 올라갔을 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성적과 눈에 띄는 항목들에 집착하는 부모들. 앞으로의 세상이 그런 모습이 제대로 작동하는 세상일지 아닐지도 모르는데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 것인가? 그리고 아이들의 인생은 결국 스스로 살아야 하는데 외부 압력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부모가 어떻게 해줄 수 없고 해줘서도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아마 ‘눈썹부터 그리자’일 것이다. 눈썹을 그리고 일단 집 밖으로 나가라고 추천하는 저자. 그 이유는 당연히 엄마 자신만의 시간을 알뜰 살뜰 만족스럽게 보내기 위해서다.

  • 꾸준히, 중간에 회의감이 들 때도 꾸준히, 벌여놓은 일이니 잡념 없이 꾸준히, 꾸준히 운동하면 내 몸이 좋아질 것을 믿듯이 꾸준히 활동하면 내 인생이 좋아질 것을 믿으며, 꾸준한 인간은 반드시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을 믿으며, 꾸준히. (193)

뭐가 됐든, 나가서 하라고 추천한다. 대신 꾸준히 할 것.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아니 뭐가 됐든 나가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밀고 나가라는 저자. 그렇게 하고, 또 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또 하고, 결국 하다 보면 뭐라도 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무엇도 안 되도 괜찮다고 하기도. 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그렇게 나 또한 읽고 읽고 쓰고 쓰고 또 읽고 쓰고 있는데, 뭐라도 되겠지 싶은 마음. 꾸준한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있으리라.

 

  가장 무서운 멘트로 글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육아에세이인 이 책은 자기개발서도 되고, 마음 공부 책도 되고, 호통치는 무서운 책도 된다.

  • 무엇보다 아이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지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엄마를 올려다보면서 내심 다 큰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당신이 내가 존경하는 그 사람이 맞는지 끝까지 지켜보겠어.’ 그렇다면 할 일은 아주 명확해집니다.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이일테니까요. (262)

이전 상황이 어떻든, 우리는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이는 되돌릴 수 없고, 거부해서도 안 되는 엄마만이 가지는 책임이자 특권이다. 그 원동력은 본인 안에서도 나올 수도 있지만, 아마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 아이가 원동력이다. 그 순수한 아이가, 우리 엄마는 언제나 이 세상 최고라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가, 나를 보고 있다. 나를 보고 크고 있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큰다는 사실을 염두하자.

 

  개인적으로 프롤로그가 무척 좋았다. 책을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미리보기를 통해 프롤로그라도 잠깐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다. 그럼 반드시 읽어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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