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Kim Jiyoung, Born 1982

[외서] Kim Jiyoung, Born 1982

Cho Nam-Joo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현재 운영하고 있는 영어 스터디 모임인 ‘영애씨’에서 쓰기로 선정하면서 2회독하게 된 82년생 김지영. 영어 공부를 위해서 읽었지만 읽다 보니 영어보다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놀라운 건 영문판에 줄친 부분이 정확히 한국어판에 줄 친 부분과 동일했다. 저자가 딱 노리고 잘 쓴 건지, 내가 언제나 같은 곳에 마음이 동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할 정도로 같은 구절이었다.

 

  이 책을 선정했던 건, 어쨌든 한국 문화에서 나고 자라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 영어를 해야 하니 한국어로 쓰여진 문장이나 내용이 어떤 식으로 영어로 표현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번역서로 만난 이 책은 문장 자체가 어려운 건 많이 없었다. 문장이 길지도 않고, 종종 다른 책에서 만나는 난데 없이 문법적으로 너무 어려운 문장들이 많지 않았다. 글을 쓰는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쓰는 문장 방식이나 유형이 있다 보니 번역가도 쓰는 문장 패턴이 많고, 그걸 정리하고 나니 책을 따라가기에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낯설고 어려운 단어들이 많았다. 영국판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단어가 있어? 혹은 이 단어가 이런 뜻으로도 쓰여? 싶은 부분들이 꽤나 많았다. 공부하는 기회로 보고 단어는 꽤 세심하게 살폈다. 썰물처럼 빠져나갔을지 모르지만, 만남에 의의를 두는 걸로.

 

워낙 논란이 많은 책이라 처음 리뷰를 쓸 때는 참 조심스러웠다. 중도(?)를 지키지 않으면 많은 곳에서 욕을 먹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몸 사리는 글을 썼던 것 같은… 이번에는 차분히 내 생각을 적어 보고자 한다. 소설을 소설로만 받아들이기엔 나 또한 공감하는 내용이 많고, 겪은 것들도 많다. 이 책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부분들은 다 개인의 의견이니까 존중해줄 수 있다. 그러니 내가 공감한다는 마음도 공감해주었으면 한다. 아니, 나의 마음 동함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지영이의 세상이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지영이를 괴한에게서 구해준 그 여자분이 말한 것처럼,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 But she kept thinking about what the woman said. Not my fault. There’s far more great guys out there. If the woman hadn’t said that to her, Jiyoung would have lived in fear for even longer. (56)

실제로 여러 상황에서 좋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를 받으면서 헤쳐나간다. 가장 크게 엄마가 둘째 딸이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고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최선으로 도와주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지영이의 의식을 깨워주는 인물들도 있었다. 버스에서 눈치 빠르게 지영이를 구해준 분도 있었고, 대학교에서도 차승연이라는 의지할만한 인물을 만났다. 취업 스터디에서도 좋은 영향을 받았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남편 정대현이 있다. 힘든 일이 몰아치고 쥐고 흔들려고 했지만, 모두가 지영이를 잡아먹을 듯이 군 건 아니다. ‘지영이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힘든 일을 겪었는가?’는 다른 문제다. 사람의 민감도는 모두 다르니 그 나름의 스트레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쁜 일이 있었던 것만큼 좋은 일도,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기에 우리는 양쪽을 다 보아야 한다.

덕분에 지금 내 주변의 귀한 인연들을 다시 돌아볼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 읽으면서 제일 많이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다. 지영이는 외롭다. 어느 때건 너무 외롭다. 1남 2녀 중 차녀라 외롭고, 학교에서도 외로웠고, 집에 오는 길도 외로웠고, 취직할 때도 외로웠고, 취직을 해서도, 결혼을 해서도, 아이를 낳고도 외로웠다. 그 전에 지영이의 엄마 오미숙부터 외로웠다.

  • None of it was her fault, but all the responsibility fell on her, and no family was around to comfort her through her harrowing physical and emotional pain. (19)
  • ‘I had to work to send my brothers to school. That’s how it was with everyone. All women lived like that back then.’ (26) ‘Now I have to work to send you kids to school. That’s how it is with everyone. All mothers live like this these days.’ (27)
  • But no one praised the mother for being obliging. (99)

셋째마저 딸일 수 없어서 결국 지울 수 밖에 없었지만, 가족 그 누구도 그런 일에 대해 위로 해주지 않았다. 아니면 못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히 시술을 한 의사에게서 따뜻함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거. 그게 왜 병원에서 위로 받을 일인가…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져야만 하는건가. 씁쓸하기만 하다.

그 이전에 엄마의 인생도 순탄치 않았다. 형제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렇게 일만 하다가 결혼해서도 아이들을 위해 또 일만하고. 일에 일을 더하고 또 일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경제적으로 잘 헤쳐나간 거 보면 대단한 분인 듯.

 

  논란이 되는 한 부분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간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남성 전체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킨다고 생각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들었다. 그 전까지는 나는 그렇게 일반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여러 번 성추행을 당한 건 기본이고, 더 끔찍한 일들도 많이 겪었으니까. 그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쓰여졌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 While offenders were in fear of losing a small part of their privilege, the victims were running the risk of losing everything. (145)

지금도 성폭행 사건이 있으면 이를 피해자의 잘못을 보는 모습들이 얼마나 씁쓸하던지. 지영이도 버스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을 겪었을까. 아빠는 그런 지영이를 또 혼낸다. 그 순간 지영이가 느낄 외로움이 느껴진다. 나는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어서 외로웠고, 지영이는 타인이 알면서도 지영이만 혼내는 그 상황이 또 외롭다.

뒤에 회사에서 일어나는 몰카 사건은 실제로 겪진 않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는 사건들이 많다. 물론 이 책에서는 더 나아가 남성 직원들을 쓰레기로 만들어 놓긴 했지만(실제로는 이 정도는 아니길 바란다. 전개상 ‘그래서 바로 잡았나?!’라고 예측했는데, 자기들끼리 돌려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몰카에 대한 사건의 경각심을 일으키는 것 자체는 성공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게 만들고 있으니까. 정말 소름 끼쳤다. 여기에 저자는 그들이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오고, 그걸 감싸는 회사 임직원들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피해자가 더 힘들어지는 슬픈 세상. 소설에서만 남아 있길 바란다.

 

예전에 ‘같은 일에 대해서는 같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캠페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번에 새로 읽으면서 다시금 의미를 돌아본다. 애초에 같이 입사하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도 임금이 다르다니. 단지 성에 따라서 말이다. 심지어 남자 직원들은 장기적으로 오래 일할 테니 초반에 덜 힘들게 일을 가려서 준다는 이야기도 놀라웠다.

  • He found it more cost-efficient to invest in employees who would last in this work environment than to make the environment more accommodating. That was the reasoning behind giving the more high-maintenance clients to Jiyoung and Kang Hyesu. It wasn’t their competence; management didn’t want to tire out the prospective long-term male colleagues from the start. (111)

회사에서 일해 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도 그런지, 소설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저런 사실을 알고 나서 지영이가 일할 의욕과 애사심이 사라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모든 사람은 인정 욕구가 있고, 그 인정 욕구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앞으로가 달라지는데 그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차별 받는다면 어찌 그곳을 믿고 지낼 수 있단 말인가. 여성을 내모는 건 사회적 분위기일 것이다.

 

  나에게도 일생일대의 변화인 출산에 대해 할 말이 많다.

  • Then she felt awful that she was already thinking about putting her child in someone else’s care when it wasn’t even born yet. Why were they thinking of having a child they would never have time for, who would always make them feel like disappointments as parents? (123)
  • Her daily routine would be different from now on, and, until she got used to it, predicting and planning would be impossible. That’s when the tears came. (132)
  • It’s really fun. ‘Cause this is the one thing I can control these days.’ (…) Something she’s good at, that she likes, that she really wants to do, not something she does because there’s nothing else. I wish the same for Kim Jiyoung. (161)

아이를 낳고 모든 게 바뀌었다.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내가 이렇게까지 나 자신일 수 없구나. 그러면 안 되는 거구나, 를 깨닫는 순간 순간마다 괴로웠다. 나도 지영이처럼 양가에 도움은 전혀 받을 수 없었고, 일은커녕 내 시간 자체를 운용할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원래 하던 일이 아이가 하원하고 오는 시간에 일하는 직업인데 신랑의 근무도 규칙적이지 않으니 아이를 아예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서 밖에 없다. 도무지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서 내 일을 모두 포기했다.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물론 돈을 더 벌면 좋겠지만, 지금은 여성들도 일이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이다. 그게 타의에 의해서 잘려 나가는 거다. 그 상실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러면서 아이의 생활에 모든 걸 따라가다 보니 내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내 시간인데 내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 누구보다 의사의 아내 말이 가슴에 훅 박혔다. 나 때문에 아이가 잘못되는 건가 싶은 걱정과 그럼에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독서와 글쓰기였기에 의사의 아내가 수학 문제를 미친 듯이 풀 듯이 나도 책과 글에 집착했다. 저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해서 마음이 아팠다. 지영이도, 의사의 아내도, 나도… 그렇게 외로웠다. 외롭고 외로웠다.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맘충’이라는 단어. 왜 타인을 이렇게까지 비하해야 하는 건가.

  • Tell me ? don’t I deserve to drink a 1500-won cup of coffee? I don’t care if it’s 1500 won or 15 million won. It’s nobody’s business what I do with the money my husband made. Am I stealing from you? I suffered deathly pain having our child. My routine, my career, my dreams, my entire life, my self ? I gave it all up to raise our child. And I’ve become vermin. What do I do now?’ (154)

된장녀부터 한남 한녀 김치녀 등등, 왜 그런 용어들까지 만들어서 못 잡아 먹어 안달일까. 어느 부류든, 어느 모임이든 똘아이는 있기 마련이고, 몰상식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고 문제로 보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엄마들 중에서도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닐 때도 있었고, 사회에서도 있었다. 그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건 적을 만드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부르며 비난하며 사는 게 안타깝다.

지영이는 아이가 잠깐 잠든 동안 유모차를 옆에 두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정말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며 15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비난하면 안 된다. 한 장면만 보고 상대를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이 있을까…

 

영어로 보면서 그 의미를 헤아리다 보니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문장이 바뀌는 지 보면서 흥미롭기도 하고, 역시 모든 작품은 저자의 언어로 읽어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한국어로 읽을 때만큼의 느낌이 살지 않아 아쉬웠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 책이 어떻게 읽힐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엄청난 판매부수를 올렸다고 들었다. 영미권에서는 어떤지 궁금하다.

 

이제 영화를 보러 가야겠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Joy

    82년생 김지영..영문 번역본으로도 출간되었군요.
    많은 분들이 읽으신 이 책을 저는 아직 읽지 못하고 있어요. 음..왠지 우울해질 듯 해서인데..휘연님의 글을 읽으니 이젠 읽어봐야겠다..싶습니다^^

    2021.07.04 09:24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