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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도서]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저/최정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기억도 못하는 시기에 한 번 읽었다. (당시에는 책을 사면 바로 바로 다 읽던 시기라 내 책장에 꽂혀 있으면 분명 읽은 건 맞다.) 그래서 책에 대해서 불분명한 안 좋은 느낌만 남아 있었는데, 분명 <시크릿> 급으로 ‘이게 뭐야?’ 정도였것 같다. 실망과 허무와 같은 감정. 아마 그 당시에는 이 책을 받아 들일 자세도 준비도 수준도 안 되어 있었으리라. 더 깊이 책에 대해서 고민하려고 하지 않았고, 내용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지금도 완전히 파악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런 반복되는 우연으로 행운이 겹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술술 읽히면서도 슬며시 읽기를 멈추게 만드는 내용. 얼마 전에 우연히 읽은 <The Treasure/보물>이라는 그림책과 비슷한 분위기라 독모에서 열심히 연금술사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은 독창적이면서도 주변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소설이 아니라, 삶의 진리를 담고자 했던 책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진리란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한 번에 손이 닿을 수 없는 것이라 아무리 이야기 해줘도, 듣고 읽어도 쉽사리 얻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문장들을 (진리라고 하기엔 거창하니까) 정리해본다.

 

저마다의 이상과 행복을 추구한다. 무언가 갖고 싶은 건 물론이고, 누구나 어떤 삶이기를 바라는 바가 있다. 여우가 어린왕자를 기다리며 행복해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 꿈이 실현될 날을 그리며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고 좀 더 행복해지기도 한다.

  •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31)
  •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중략)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47)

하지만 언제나 그런 꿈을 이룰 수 있고, 순탄하게 이어지기만 하는 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치뤄야만 하며, 문제를 풀거나 고난을 헤쳐나가야 한다. 이는 ‘현실은 호락 호락하지 않아’ 라고만 하기에는 뭔가 께름칙하다. 왜 그냥 주면 안 될까? 여전히 이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호락 호락하게 얻을 수 없는 것이 마땅하니 그만큼 대비를 하되 얻을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니, 그런 사항을 잊지만 않으면 된다. 쉽게 얻으면 그 값어치를 제대로 알 수 없어서이려나. <The treasure>에서 노인이 그렇게나 돌고 돌아 보물을 찾게 되는 것처럼.

  •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212)

 

  그와 함께 명심해야 할 사항은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고 지켜보는 게 중요한 만큼 이 세상의 아름다움도 놓쳐서는 안 된다.

  •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62)

현실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다 보면 열심히 살기만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보면 앞만 보며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다른 건 보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 있는 의미를 고민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뭔가 성취하고, 해내는 시간만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님을, 결과물이 나오는 것만이 자신을 실현하는 일이 아님을. 최선을 다하되 그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현재를 사는 것이다.

  • 난 음식을 먹는 동안엔 먹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소. 걸어야 할 땐 걷는 것, 그게 다지. 만일 내가 싸워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남들처럼 싸우다 미련 없이 죽을 거요. 난 지금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내겐 오직 현재만이 있고, 현재만이 내 유일한 관심거리요. 만약 당신이 영원히 현재에 머무를 수만 있다면 당신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 게요. (중략) 생명은 성대한 잔치며 크나큰 잔치요. 생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오직 이 순간에만 영원하기 때문이요. (144)

  불교에서 종종 이런 내용이 나오면 읽으면서 되새기는데, 이 책에서도 만나니 반가웠다. 매번 읽을 때마다 그럴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싶으면서도 쉽사리 되지 않는 사항.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고 오롯이 현재에 존재하고 있는데 마음과 생각은 온갖 곳을 떠도는 느낌이다. 집중력의 문제인가.. 라는 생각도 하고. 부디 이 순간에만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속으로 뜨끔했던 사항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바란다고 하는 게 정말 바라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알기 힘들어한다. 혹은 잘 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고. 예전보다 더 선택권이 넓고 자신을 알아가기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를 현혹시키는 것이 너무 많기에 쉽지 만은 않다.

  •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 (73)
  • 자네는 내게 복을 가져다 주었어. 그리고 이제 나는 새로운 한 가지를 알게 되었네. 모든 복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야. 난 인생에서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네. 하지만 자네는 내가 까맣게 잊어버렸던 부와 미래를 보게 만들었지. 내게 여러 가지 큰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하지만 이전의 내 상태보다 더 좋게 느껴지지가 않아. 내가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정작 그것들을 원하지 않으니 말일세. (99)

인간이기에 당연하다. 자신의 오감을 통해 자신의 입장에서 모든 걸 판단하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보기보다 자신의 이전의 경험과 생각과 편견을 기반으로 보고 이해하고 결정한다. 이건 전혀 놀랍지 않았는데, 크리스탈 가게 주인의 말은 놀라웠다. 자신이 막연히 부러워하고, 동경하던 것이 정말 자신이 바라는 게 아니었다는 것. 심지어 돈을 많이 벌고, 사업체를 키우고자 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는 것. 진실로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결론. 이걸 먼저 알아낼 수 있어야 진정 자신이 바라는 게 있는 지 없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난 정말 돈을 많이 벌고 싶을까? 평소 쫄보인 나는 뭔가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영국인은 나를 저격하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끔했던 부분이다.

  • 그들은 일단 장애물을 극복한 후엔 다시 오아시스의 위치를 가리키는 별자리를 향해 나아갔다. 이른 아침에 하늘에서 그 별자리가 빛나는 것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알았다. 이제 여자들과 물과 야자수들과 종려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되리라는 것을. 거의 책만 들여다보고 있던 영국인만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128)
  •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지.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이나 잘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던 순간들, 어쩌면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영원히 모래 속에 묻혀버린 보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아주 고통 받을 테니까. (212)

책만 보고 있는 영국인. 그는 실제 삶을 배우지 못했고, 사막을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오직 자신이 원하는 답을 갖고 있다고 믿는 연금술사만을 찾길 바란다. 해답을 얻기를 바라는, 명쾌한 정답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길 바라는 영국인. 하지만 마침내 연금술사는 그에게 그저 직접 해보라고만 한다. 그리고 영국인은 직접 금을 만드는 연금술을 시행한다. 뜨끔했다. 책 속에 답이 있는 사람처럼 미친듯이 책을 읽던 시기가 슬며시 지나가고 있는 나는 그렇게 정답만을 강요하며 책 읽기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책이 주는 답은 매번 아닌 것 같다고 의심하고 실천은커녕 금방 뇌리에서 지우고 다른 답을 내놓으라고 정처 없이 헤매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실천이 고통스러울 거라 판단하고, 내가 ‘감히’ 그래도 되나 고민하게 된다. 정말 내가 하던 생각 그대로였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분명하고 가시적이고 확연히 드러나는 걸 원한다. 정답만이 있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 ‘위대한 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었다. ‘위대한 업’은 달걀 모양의 어떤 것 혹은 플라스크에 담긴 액체 따위가 아닐 터였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 만나게 되는 ‘하나의 언어’, 그것일 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겠는가. (272)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런 것들로만 채우기에는 그것들 사이 사이 빈 공간들이 너무나 많다.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멱살을 짤짤 쥐고 흔든다고 해서 받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혼의 연금술사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정말 금만을 보는 그런 물질사회가 아니라, 소설 속에서 금은 대수롭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처럼 전체를 보며 그 안에서 금도 보고, 사람도 보고, 현재를 보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살아간다.

 

  • 마크툽 ‘기록되어 있다’ /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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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청현밍구

    휘연님 잘 지내시죠?
    여전히 왕성한 독서활동 하고 계시네요.
    연금술사에 대한 두 번째 리뷰 잘 봤습니다. 저랑 느낀 바가 비슷하네요. ㅋㅋㅋ
    저도 처음엔 "뭐, 이런 책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8월 아차상 리뷰로 추천합니다. ^^

    2021.08.22 23:3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어머! 청현밍구님 너무 오래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둥이들도 잘 크고요?^^
      저랑 비슷하셨다니 반갑네요 ㅎㅎ 책도 뭘 알고 읽어야.. ㅋㅋㅋㅋ 잘 읽을 수 있나 봅니다.
      아차상 리뷰로 추천이라! 감사해요!
      요즘 블로그에 글만 올리고 잘 참여는 못하고 있는데, 한 번 둘러봐야겠어요 ㅎㅎ
      태풍이 온다는데, 건강 조심하셔요~^^

      2021.08.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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