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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야간 비행

[도서] 초판본 야간 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윤정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어린왕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을 듯. 내게는 인생 책이기에 생텍쥐페리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보고 싶었다. 게다가 친한 지인은 <어린 왕자>보다 <야간 비행>이 더 좋다고 해서 완전 기대하고 읽었던 책. 이번 책은 출간 90주년 기념 특별한정판인 초판본. 요즘 초판본이 유행이긴 하지만, 이건 더 예쁘다. 크으, 멋있는 표지. 생텍쥐페리 책은 또 얇고 작아서 부담 없어서 좋고.

사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너무 기대하면서 읽어서 그런가… 이게 뭐지..? 라는 생각만 하면서 읽은 것 같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게다가 <어린 왕자>와는 다르게 깊은 밤의 어둠이 내려앉은 책이라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가볍게 스윽-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 저기서 턱턱 발목 잡혔다.

 

야간 비행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모든 걸 총괄하고 있는 라비에르. 뭐든지 처음은 모험일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어떤 희생이 일어나게 될지 예측해서 막으려고 하고, 모든 것이 문제 없이 돌아가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신경 쓰는 것이 그의 일이다. 소설 부분만 먼저 다 읽고는 전체적으로 분위기만 잡고 이해하게 되었는데, 번역가의 설명을 보니 수월하게 정리 된다.

  • 행동주의 작가들은 ‘영웅적이고 모험적이며 기사도적인’ 태도로 작품과 삶의 합일점을 찾아내려 했고, ‘삶이 곧 작품’이 되는 글쓰기에 몰두했다. 그들은 위기의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행동’에 가치를 두었으며, 글을 쓰기 전에 우선 모험적인 행동에 뛰어들었고, 그것을 작품으로 일궈 냈다. (131, 윤정임)
  • 오히려 작가는 하나의 행동 뒤에 남을 수밖에 없는 번민과 갈등에 좀 더 세심한 눈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행동만이 인간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도 불구하고 고뇌의 과정 자체가 더 의미 있는 생각거리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139, 윤정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밀고 나가는 것을 행동주의 작가라고 하는 구나. 그리고 언제나 비행에서 많은 걸 배운 생텍쥐페리 또한 행동주의였구나. 자기계발서의 맥락과 다른 건지 비슷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 하니, 작가 스스로도 행동으로 보여주고 글을 썼다 한다. 이 책에서 그런 모습이 온전히 주인공 라비에르와 야간 비행 조종사들을 통해 그려진다. 자신의 확신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의지와 야간 비행으로 방금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는데도 모험을 즐기러 나가는 모습. 그들에게서 번역가가 이야기하는 ‘영웅적이고 모험적이며 기사도적인’ 태도가 느껴진다.

  • 인간의 행복은 자유가 아니라 의무의 수용에 있다는 진실 말이다. 이 책의 인물들 각자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 그 위험천만한 임무에 헌신하고 있고, 오직 그 일의 완수 안에서만 행복한 휴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9, 앙드레 지드)

 

얇은 책이고 하나의 사건만을 이야기 하고 있기에, 두 가지 측면만 살펴보고자 한다. 라비에르의 행동과 그것이 가지는 의미.

  • 내가 까다롭게 굴면 사고가 줄어든다. 책임은 사람에게 있지 않다. 그것은 모두를 건드리지 못하면 결코 누구에게도 미치지 못할 모호한 힘 같은 것이다. 만일 내가 아주 정당하다면 야간 비행은 매번 죽음의 기회가 될 것이다. (61)
  • 마치 오로지 나의 의지만이 비행기의 운행 중단이나 태풍으로 인한 우편기의 지체를 막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이따금 그런 나의 힘에 놀라곤 한다. (75)

초반 내용에서 왜 이런 쓸데 없는 데에 집착하지 싶을 정도로 강박증적인 면모를 보이는 라비에르. 뒤로 갈수록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는 되지만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을 분명 힘들게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믿고 있다. 자신이 하나 하나 일일이 까다롭게 굴면서 통제하고 제어하려고 해야만 한다는 걸. 새로운 일을 해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순간의 방심이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이었다. 철두철미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한 상태를 만들고자 하는, 그렇게 함으로써 최대한 사고와 위험의 가능성을 줄이고자 한다.

 

하지만 어떠한 부분에서도 실수가 없기 위해 사람들을 옥죄고 있는 모습이 나 또한 숨막혔다. 몇 십년을 일해온 사람을 한 순간에 내쫓고, 인간적으로 대했다는 이유 만으로 잘못을 뒤집어 써야 했다. 더욱이 파비엥의 죽음은 오히려 너무 까다롭게 굴었기 때문 아니었나. 이전의 회항을 빌미로 큰 부담을 주었기에 파비엥은 끊어진 연락에 속수무책으로 길을 잃고 앞으로 전진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실종되고 만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 정하기 위한 선이 몹시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이 사실은 라비에르에게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결혼한지 6주 된 그를 누가 사지로 내몰았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저자는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결론 짓는 듯 하다. 사고가 일어나면 문제가 될 가능성을 하나 발견한 것이고, 앞으로는 막을 수 있으니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여긴다.

  • ‘야간 비행에 관한 나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원인이 줄어든 것일 뿐이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원인’. 실패는 강한 자들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사태의 진정한 의미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 그런 도박을 인간들에 대해 벌이고 있다. 우리는 표면상으로 이기거나 지게 되고, 보잘것없는 점수를 얻는다. 그리고 그 피상적인 패배에 결박되어 버리는 것이다. (86)
  • 전체의 이익은 개개인의 이익이 모여 이루어지죠. 하지만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않아요. (중략) 인간의 생명을 값으로 따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언제나 인간의 생명을 넘어서는 가치 있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요… 그런데 그게 무엇일까요? (96)

야긴 비행에 대한 많은 반대와 위험에도 불구하고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분명 대의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이럴 때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일까? 인간의 생명을 넘어서는 가치란 무엇일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 또한 결국 사람들을 위한 일인데, 다른 누군가를 희생해서 만들어 놓은 탑이, 피 묻은 탑이 결국에는 유용하다는 건 파시즘의 맥락 아닐까? 위험하고 무서운 생각이다. 글을 쓰면서 알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왠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는데, 전체주의 냄새가 난다.

 

  어떤 상황이든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인 것은 맞을 지도 모른다.

  • 목표는 어쩌면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한다. 하지만 행동은 우리를 죽음에서 구원해 준다. 그들은 그들이 만든 배 한 척으로 오래 살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116)
  • 승리… 패배… 이런 말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생명이란 이런 말들의 이미지보다 더 깊은 곳에 있으며, 이미 새로운 이미지들을 준비하고 있다. 한 번의 승리는 한 민족을 약화시키고, 한 번이 실패는 다른 민족을 각성시킨다. 리비에르가 감내한 패배는 어쩌면 진정한 승리에 가까이 다가서는 하나의 약속일 것이다. 오직 전진하는 사건만이 중요하다. (129)

위험하든, 문제가 있든 행동으로 옮겨 실천해봐야 실제로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성장할 수도 피할 수도 있다. 라비에르의 신념은 이것이었으리라. 배를 만들어야 탈 수 있고, 타는 행동을 해야만 나아갈 수 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행동일 뿐이다. 이 때 실패를 어떻게 보느냐는 앞으로의 행로에 큰 영향을 준다. 여기서처럼 극단적으로 실패가 사람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면 좀 더 고려해볼 일이지만, 우리의 실패를 하나의 각성으로 도구 삼아 살아가는 태도를 가져야 함을 알려주는 데는 성공한 듯 하다. 이미 실패 혹은 패배는 일어난 일이고, 거기에 뒷걸음질 칠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다시 승리로 나아가야 한다. 이 또한 무척 행동주의적 관점의 이야기가 아닐까? 그들에게 행동으로 인한 성공만이 정해진 답이고, 그 과정에서 겪는 모든 일들을 잘 흡수하여 성장의 거름으로 삼아 나간다. 그들의 진취적인 모습은 마음에 든다.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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