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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

[도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이미예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2편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신나서 기대했다. 한국 현대 소설을 처음으로 읽은 게 이 책이었는데, 홀딱 반해 무척 재밌게 읽었다. 2편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진짜 나올 줄이야! 게다가 속편은 별로일 거라는 내 편견도 와장창 깨주었다. 1편도 좋았지만 2편도 좋다. 내용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니 앞으로도 쭉쭉 나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계속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주인공이 퇴직할 때까지 나왔으면 ㅋㅋㅋ

이렇게 따뜻하면서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니. 이런 게 바로 힐링이고 휴식이다. 보통은 추리소설이나 공부하는 책을 좋아하지만, 한번 이런 힐링 책에 마음을 푹 쉬고 나니 왜 읽는지 이해도 되고, 종종 생각나기도 한다. 따뜻한 책. 게다가 감동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힘도 주고, 여러가지 생각 해볼 주제들도 던져준다. 백신 맞고 친정에서 혼자 뒹굴거리며 보기 딱 좋은 책이었다.

 

2편의 내용은 단골손님을 다시 데리고 오는 내용. 1편은 입사 직후 회사 적응기라면, 2편은 주인공이 일한 지 1년이 되어, 좀 더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2편을 보면서 1편에서 던진 밑밥들이 이런 것이었다니! 라며 놀랐다. 특히 녹틸루카에 대한 내용이 너무 부족한데, 굳이 왜 이런 캐릭터를 넣었을까 했던 부분들도 싹 다 풀어졌다. 이런 작가님의 센스! 읽을수록 빠져든다. 아, 루시드 드림 이야기도! 크으, 애초에 다 생각하고 판을 짜두신 건지, 2편을 쓰기로 하시면서 활용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작가님, 3편 대기 중이에요.

 

따뜻한 책을 쓰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따뜻하신 분일까? 나는 나의 먹고사니즘에 바빠서 신경을 못 써서 그런 걸까? 저자가 세상 이곳 저곳에 시선을 둔 게 느껴지는 책이다. 1편에서 동물들도 꿈을 꾼다는 관점이 동물에 아무 관심도 없는 나를 놀라게 했고, 2편에서는 시각 장애인과 나쁜 사람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신선했다.

  • 모든 힘은 제가 가진 행복에서 나오고, 의욕도 행복해지고 싶다는 열망에서 나와요. 저는 이곳에서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의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기쁜 일이죠. 하지만 제가 하는 행동은 대부분 그저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기 위해 평생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중략) 다리 한쪽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 다리를 아예 쓰지 않아도 더 큰 세상을 보는 범고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바다에 빠지면 죽는 줄 알았는데, 그 아래에 더 큰 세상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참 다행이다 싶어요. 만약 내가 해안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굳이 바다에 뛰어들려고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101)

꿈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매력적인 거라니. 그저 꿈은 꿈이거나, 프로이트의 이론처럼 현재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학문의 대상이었던 꿈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순수한 ‘꿈’일 수 있다는 게 예뻤다. 해안을 달릴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 내가 지금 갖고 있는 핸디캡 ‘덕분에’ 더 나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그 어떤 자기개발서보다 더 힘이 되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소설이구나. 이런 게 진짜 소설이구나. 소설의 참맛을 알아간다.

  게다가 그런 핸디캡으로 마음 고생하는 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

  • 같은 일을 겪어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은 받은 만큼 남을 돕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어때요? 당신다움이 뭔지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보이지 않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제쳐두고 자기 마음을 봐요. (103)

일반 사람들도 다양한 지칭에 힘들어 할 때가 있다. 엄마, 딸, 학생, 직원, 이모, 아빠, 사장, 동생 등으로 불리는데, 거기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장애인이라는 지칭어가 붙으면… 사람은 누구나 그냥 나로서 존재하고자 한다. 내가 나일 수 있어야 더 나아갈 수 있다. 내가 나라는 걸 확고히 해야 스스로 설 수 있다. 이 책은 자존감을 대놓고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찾으려고 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편 사라진 단골손님들은 다 그런 게 아닐까? 나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 혹은 찾느라 지쳐서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결국에는 다들 자신의 두 발로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는 사람들 말이다. 아.. 이 작가 너무 멋있어.

 

  가해자, 피해자 라는 단어가 참 무겁게 느껴진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무겁게 다루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악의를 가지고 피해를 주는 사람들, 혹은 다른 이에게 전혀 배려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았다.

  • 그런데 살면서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힘든 시간이 아니라, 굳이 겪지 않아도 될 힘겨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저는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다면 더 좋겠죠.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상황이라면 더더욱이요. 저는 피해자가 뭘 더 노력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어요. 노력은 가해자가 했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이고 경솔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이 실수로라도 이 포춘쿠키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206)

굳이 겪지 않아도 될 힘겨운 일들. 그것 아니라도 충분히 힘든 일들은 많은데 타인으로 인해 원치 않게 고통 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러한 상황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건 피해자들은 힘든데 고통의 원인인 사람들은 신경쓰기는커녕 너무나도 잘 살고 있다는 거다. 그걸 폭력적으로 강제하고 복수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것도 사실 좋긴 하지만… 드라마화된 웹툰인 모범택시가 생각난다.) 꿈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각성하게 한다.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게 뭔가 나쁜 일 같지만, 현실에서 아무도 해줄 수 없는 걸 꿈으로 깨닫게 도와줄 수 있다니. 속이 뻥 뚫리는 겨자맛 사이다까지는 아니더라도, 통쾌한 맛이 있다.

 

  이 책의 기본 세계관인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시간을 어떻게 살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큰 맥락으로 이야기를 잡아간다.

  •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285)
  • 세 제자가 세 명의 각기 다른 사람이 아니라, 시절에 따라 변하는 사람의 세 가지 모습이 아닐까 하고,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내 시간이 오롯이 존재하기에 시간의 신은 나 자신이다.’라고 생각하면 내가 나인게 게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니? (중략)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때가 있고, 과거에 연연하게 될 때가 있고, 앞만 보면 달려나갈 때도 있지. 다들 그런 때가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단다. 사람들이 지금 당장 꿈을 꾸려 오지 않더라도, 살다 보면 꿈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286)

사실 이 전설에 대한 이야기가 정확히 기억 나진 않았지만,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이 풀렸고, 마무리도 저자답게 풀어나간다 싶었다. 내가 나인 게 너무 대단하다는 말. 우리가 삶을 살면서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디에 더 몰입하는 시기가 다를 뿐이라는 것. 어쨌든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결국 우리 자신이라는 것. 내 시간은 내 것이다. 이걸 알고 내가 나 일 수 있을 때가 가장 멋진 거 아닐까.

 

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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