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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

[도서] 가르시아 마르케스

권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너무 오랜만에 만난 클클시리즈. 한동안 출간되지 않아 걱정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무척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다 불현듯 다시 나타난 클클은 역시나였고, 그대로였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참 좋았다. 각 책이 다른 작가님들이 쓰신 거라 편차가 있긴 하지만, 매번 ‘아, 너무 좋다!!’를 외치게 만든다.

  • 내 기준에 ‘좋은 작가’는 책을 다 읽고 난 뒤 혹은 그 중간에라도 ‘내가 글을 쓰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작가’다. (223)

저자에게는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작가가 좋은 작가라 하셨다. 나에게는 ‘아니, 작가님!!’이 절로 나오는 작가가 좋은 작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외쳤던가.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이라면 이번 <<가르시아 마르케스x권리>>편을 강력 추천한다. ‘기행평전’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보여주신 분이라 단언한다.

 

집에 <<백 년의 고독>>과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가 있음에도 작가 이름을 외우지 못했음을 시인한다. 물론 기억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만큼 관심이 없었던 탓이리라. 선물 받은 책(후자)과 제목에 끌려 구매했던 책(전자)과 신나서 읽고 있는 이 책(클클시리즈)의 주인공이 같은 인물이라는 걸 알았을 때 몹시도 놀랐다. 그만큼 낯선 인물이었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 책을 읽은 뒤 결코 잊힐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유쾌하고, 삶을 즐기고, 그러면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끝까지 추구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아집이라고 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하는 인물. 게다가 실제 삶을 자신의 작품에 자연스레 녹여 낼 수 있는 ‘최고의 이야기꾼’. 유전적으로 말을 잘하는 능력도 받았겠지만, 스스로가 무척이나 즐기고 발달시킨 것도 있는 것 같다.

  • 특기할 만한 것은 가보가 오로지 자신이 체험한 것만 썼다는 점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작가의 삶이 작품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14)
  • 단 한 줄도 실화가 아닌 책을 쓴 적이 없다고 했던 가보의 말은, 손바닥으로 가려지지 않을 빤한 거짓말에 대한 그의 전쟁 선포처럼 들린다. (106)

모든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기반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SF는.. 모르겠다… 요즘 SF트렌드를 보면 맞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녹여내느냐에 작가의 진가가 달려 있다. 드러나는 듯 마는 듯, 혹은 세련되게 나타낼 수 있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 가보는 그 점에서 탁월했으리라.

  • 서구 문학 진영에서는 유럽식 교육을 받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달리 가보는 철저히 제3세계 작가로 취급하는 것 같다. 더욱이 그가 보르헤스처럼 서구의 합리가 아니라 제3세계의 비합리, 즉 주술 혹은 미신을 문학에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서사 기법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이런 식의 구분법을 유용하게 만든다. (23)

외가에서 살면서 외할머니의 미신에 대한 집착, 마술과 같은 요소들을 끊임없이 듣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소설 속에 가미해서 그렇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며 ‘에이, 뭐가 이렇게 허무맹랑해?’라고 할 법한 이야기들을 나도 모르게 혹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간다. 돼지꼬리도, 승천도, 노란 꽃들이 비처럼 내리는 것도 당연히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몹시도 합당하게 느끼며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그가 녹여낸 세계가 기분 나쁘지 않고, 받아들여 돌아보게 되는 게 아닐까? 이렇게나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

 

<<백 년의 고독>>에 끌렸던 건 바로 이 ‘고독’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고독이라는 단어에 자연스레 ‘사’라는 단어를 붙여야 할 것 같은 현대를 살고 있지만, 종종 저자의 말대로 은연중에 그런 은폐를 원할 때가 종종 있다.

  • <<백 년의 고독>>은 인간의 폐쇄 욕구를 충족해 주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은둔과 유폐에 대한 욕구, 즉 자발적인 유배 생활에 우리가 골몰하는 까닭은 그제서야 고독이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77)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종종 폐관수련이라도 하듯 조용히 문을 듣고 한 곳에 웅크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대놓고 이런 기분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마음 한 곳에 원하는 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 시간성이 배제된 세계 속에 있는 인간들은 상자 속에 갇힌 것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남는 것은 공허와 허무다. (중략) 자기 스스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타인의 기준과 잣대에 의해 설명되고 이해됨으로써 스스로의 자유를 속박해 버린 것, 바로 그것이 마콘도가 고독해진 이유다. (72)
  • 고독은 불안, 절망, 포기, 후회 등과 함께 온다. 소설의 인물들은 반복되는 행동을 통해 해소하려 한다. 뭔가를 계속 반복한다는 것, 그것은 주로 의미 없는 행동을 뜻한다. (74)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백 년의 고독>>에서의 고독 이야기는 내게는 조금 어려웠다. 고독이 혼자 오지 않고 반드시 여러 친구를 데리고 온다는 건 공감하지만, 내가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이리라. 책을 다시 봐야할 것 같다.

 

콜롬비아, 20세기 초, 남성 이라는 요소들이 만들어낸 삶을 현대의 아시아에 살고 있는 여자인내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림이었다.

  • 그의 즐거웠던 삶, 프로작 같았던 삶이 투영된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유쾌해지고 ‘인간이 다 그렇지 뭐. 자, 마셔’하고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그는 내가 아는 소설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다. (199)
  • 한계 없는 상상력과 최면에 들게 하는 듯한 화술, 누구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할 매력의 소유자이기에 나는 그를 사랑한다. (208)

기본적으로 문체가 몹시 유쾌하고 평소 모습에서도 즐거움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은 가르시아 마르케스. 10대 초부터 윤락가를 드나들며 그녀들에게서 단순한 성적 즐거움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받았던 삶. 저자의 말대로 엄청나게 많은 동생들로 인해 받을 수 없었던 모성애를 그들에게서 찾고, 옆집 누나처럼 공부도 배우며, 진로도 결정하고, 여러 삶이 모습을 배웠을 지도 모르겠다. 유부녀와의 사랑을 일삼고, 목숨을 잃을 뻔 하기도 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알았던 사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만의 삶을 살았던 것만은 알 수 있다. 삶이 글에 녹아 드는 건 당연한데, 더더욱 의도적으로 그를 반영하고자 했으니 그의 삶은 그의 글이자 전부이리라.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다가… 놀랐다. 작가님 여자분이시네…? 사람의 편견이 이렇게나 무섭다. 장기간 남미를 여행하시는 분이 당연히 남자분일거라 여겼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어처구니가 없네;;)

  • 전형적인 카리브인인 가보 역시 바로 이 충동과 우연에 기반한 독특한 서사를 구사했다. 그것은 ‘우연’을 플롯이나 복선의 실패로 취급하는 영미의 서사와는 몹시 다르다. 일반적인 서사 구축 방식은 독자의 콧속에 깃털을 넣고 간질이듯이 복선을 주고 호기심 가루 맛을 본 독자가 마침내 재채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가보의 서사는 시에스타를 즐기는 여유 자적한 카리브의 생활을 소설에 옮겨 놓은 느낌이다. 조금 느슨하지만 물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 말이다. (183)

그나저나 이 작가님 정말 글 마음에 든다. 클클시리즈 중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내 취저이신 작가님… 작가님 글 너무 잘 쓰신다….

 

  내게 남미는 아주 먼 나라다. 나다니는 걸 겁내는 나는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던 곳이다.

  • 여러 ‘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카리브인의 낙천성을 잃지 않았고, 주변에 늘 많은 사람들을 주었으며, 무엇보다도 유머 감각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카리브인이라는 사실을 몸속 깊이 인지하면서도 보편적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가면서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음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지도)

하지만 카리브인이 가진 매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카리브해라는 막연한 환상이 구체화되어 내 머릿속 지구본에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자신을 잃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드러낼 수 있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 이야기꾼. 가보의 이야기에 약을 구매해야 할 시간이다.

  • 가보의 위대함은 약장수 썰을 문학에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고전 시가에서부터 내려오는 ‘아야기에 대한 욕망’은 아직도 소설의 존재 이유를 말해준다. 가보의 책을 읽다 보면 ‘어디서 약을 팔아?’가 어느덧 ‘이 약, 3개월 할부 돼요?’로 바뀌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24)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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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march

    클클 시리즈 안만난지 너무 오래되었네요.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어렵게 느껴지는 작가라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휘연님 리뷰 보니 꼭 읽어보고싶어졌어요.이 책의 저자가 글을 잘 쓴다고 하셨지만 휘연님도 참 잘 쓰세요.정리도 잘되고 쏙쏙 들어와요. ^^

    2021.12.01 08: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휘연

      march님 너무 오랜만에 이야기 나누네요! 급 반갑습니다. ㅋㅋ 정신 머리를 어디다 놓고 다니는지.
      저도 남미 작가들은 좀 어렵더라고요. 제3세계라는 말이 서구 중심의 말이긴 하지만, 정말 낯선 곳이기도 해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이런 삶을 살았구나, 이렇게 삶을 책에 녹아냈구나 하며 흥미롭게 읽었어요. 작품도 조만간 꼭 읽어 보려구요.
      march님 언제나 제게 힘과 용기와 응원을 듬뿍 듬뿍! 마음이 혼란한 날에 종종 march님 해주신 말씀들 떠올리고 있어요. 제 마음에 귀한 문장들 선물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어요. 감기도 어떤 종류의 바이러스도 만나시는 일 없기를 바랍니다.

      2021.12.03 05:2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