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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랜친구, 앤 셜리에게.

 

앤, 이름에 e가 붙은 앤. 잘 지내고 있었니?

정말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아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

한 20년만에 쓰는 편지인가?

하지만 마음으로는 한번도 너를 잊고 산적없으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기를.

 

 

 

며칠전 오랜만에 책장정리를 했어.

아이의 책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책장을 하나 새로들이기도 했고,

내 책들 중에서 조금 덜 애정하는 책들을 위로 이사시켰어.

그러다가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된 빨강머리앤을 펼쳐보았고,

(걱정마. 네 책을 위로 이사시킨 것은 아니니까.)

그 책과 함께 나의 낡은 노트 한권을 발견했단다.

 

맙소사! 그 노트에는 내가 너에게 쓰던 편지들이 들어있었어.

정확히 몇살의 내가 너에게 쓴 편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어린 소녀였던 내가, 꿈많던 소녀였던 내가

나처럼 꿈이 많고, 상상하길 즐기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너에게

한글자 한글자 눌러적은 편지들을 발견했단다.

 

나는 문득 눈물이 나려했어.

어린시절의 나를 만난 것 같아서.

그동안 고이 접어두고 펼쳐보지 못했던 내 꿈을 만난 것 같았어.

 

 

 

나의 친구, 앤.

난 너에게 편지를 쓰지않았던 20년동안 꽤 많이 변해버렸단다.

그시절 고이 꿈꾸던 직업대신에,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고

어린시절의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어.

더이상은 책을 보며 엉엉 소리내지 않는 어른이 되었고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 편지를 쓰지않게 되었지.

 

그러나 나의 친구, 앤.

나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일기를 쓰며 살고 있단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며 행복해하며 살고,

비록 소리내서 울지는 않지만 여전히 책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해.

그리고 이것봐,

비록 20년만이지만 나는 책속의 친구들에게 다시 편지를 쓰고 있어.

또 그 대상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너라는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너만은 알겠지?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난 앞으로 종종 너에게 다시 편지를 써볼까해.

예전처럼 내 마음을 담아서, 내 꿈을 계획하고 실현해가면서.

그때와 달리 연필로 꾹꾹 눌러쓰진 않지만

역시 온 마음을 담아 키보드를 두드릴 예정이고..

그때와 달리 노트를 펼쳐놓고 연필꼭지를 깨물지는 않겠지만

브라우저 위에서 많은 생각들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겠지.

 

그래, 이 편지는 너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 어린시절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될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내가 다시 꿈꾸며 살고 싶다는 다짐이 편지인지도 모르겠어.

 

다만 너는, 오랜만에 날아든 나의 편지를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읽어주기를.

온마음을 다해 나의 편지를 기다려주기를,

내가 다시 꿈꿀 수 있도록 응원하며 읽어주기를 바래본다.

 

나의 오랜친구, 앤 셜리.

언제인가는 나의 딸의 친구가 될 앤 셜리.

다시 만나서 반가워. 정말 많이 그리웠어.

 

 

-너의 영원한 친구, 진희로부터.

 

 

 

 

 

빨강머리 앤 (오디오북)

루시 모드 몽고메리 저/엄진현 역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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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편지체 리뷰~ 정겹고 따뜻합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친구 '앤'이 되어 편지를 받고 싶습니다~~~~ ^^

    2018.12.31 16:4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읽는엄마곰

      ㅎㅎ 어린시절에 쓴 편지나 일기, 글을 보면 부끄럽고 오글거렸는데 앤에게 쓴 편지는 거의 20년만에 다시 읽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같더라구요. ㅎㅎ 언제인가 또다른 '앤'으로 편지할게요!

      2018.12.31 16:5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