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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삽질여행

[도서] 웰컴 투 삽질여행

서지선 저/안소정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누구나 나와 같은 에피소드가 차곡차곡 쌓여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것이 계획대로 되면 그것은 이미 여행이 아니지 않겠는가. 여행은 결국 불확실성에 대한 모험이다. 그리고 훌륭한 여행자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삽질 에피소드 덕에 일정이 꼬이길 수십 번, 덕분에 화가 나고 답답하기도 수천 번이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 보면 그 어느 에피소드보다 삽질 에피소드만 생각나는 것이 우습기도 하다. 심지어 당시의 고생은 잊어버리고 기억이 퇴색되어 우스운 일화 정도로 남아버리니. (p.261) 

 

나는 비교적 여행 운이 좋은 편이다. 운 좋게 룸 업그레이드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고, 저렴한 맛에 예약했는데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단 하나 치명적 단점이 있다면, 나는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 내가 여행을 가면 언제나 비가 온다. 언제인가 내가 태국여행을 갔을 때 내린 비는 기록적 폭우여서, 비행사에서 제공한 호텔에 하루를 발이 묶여있기까지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냄새나는 호텔이었다) 그런데, 여행 대부분이 이벤트를 만나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사실 '삽질이 가득한 여행'이라는 이 책의 홍보문구에 '그런데도 계속 여행을 가냐'는 물음표가 먼저 들었다. 체험형 여행과 휴식형 여행 중 나는 철저히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힘든 여행에 대한 반의가 먼저 든 탓.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완벽히 남는 것이 있는 여행이었기에 반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결과의 삽질이라면, 한 번쯤 해볼 만 하지 않은가, 하고. 

 

그녀의 삽질(?)은 실로 다양하다. 삽질만 모아 책 한 권이라니! 경험 분실은 기본, 화장실에 갇히기, 태풍, 벌레의 습격, 비상식적인 가이드까지 정말 골고루 이상한 상황들을 만난다. 그러나 지리덕후로서 모래사막을 만나는 만족을 얻기도 하고, 불편한 버스 안에서의 아름다운 일출도 만난다. 물론 삽질의 비중이 크기는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그렇기에 그 여행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고 에피소드를 하나씩 남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이 정도까지 겪는다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읽는 내내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의 삽질을 미리 학습함으로써 우리는 그런 오차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고, 여행에서 삽질을 만난다고 해도 웃으며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유쾌한 글들에서 이미 우리는 그런 '회복 탄력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변수는 즐거움의 요인이 된다는 그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그런 변수가 싫어 가기 전에 철저하게 계획하고, 가서는 푸욱~ 쉬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온 나의 여행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여행도 너무 흥미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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