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애써 위로하지도, 그렇다고 격려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그치지도 않는 책. 그러면서도 일상의 소중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은 서평을 쓰는 목적으로 책을 읽었지만, 가끔 나는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마법 같은 순간.’
책장에 묵묵히 있다가도, 어느 시점엔가 눈에 들어와 읽다가 지금을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지금처럼 읽기로 약속을 해서 읽다가 가만히 푹 책 속에 젖어 있기도 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수녀님이자 교수님이 적으신 책이라기에, 종교적 색채가 짙거나 혹은 학문적인 내용이 병렬적으로 소개되어 있으면 어쩌지 했는데, 전혀.
지금의 소중함과 관계의 필요성, 그리고 나만의 세상이 아니라 모두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알게 해주었다. 주제들도 다양해서, 코로나19로 발발된 팬데믹부터 페미니즘, AI 등 지금의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한 번 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좋은 주제들이 담겼다.
그리고 각 주제들에는, 작가의 ‘이건 그냥 내 생각이야’가 아닌 ‘이런 철학자 혹은 학자들은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어요’ 라고 알려주기도 해서 인문학 공부도 되었다.
작가님도 한국인인데 미국에서 살고 계시니, ‘이민자’로서의 정체성도 갖고 계시고, ‘여성’이자 ‘아시아인’이라는 태생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정체성도 있다. 자신의 정체성 자각의 경험을 공유된 정체성의 경험으로 일반화한 것도 좋았다. 쉽게 말하면, 개인적 경험이 공통의 경험이 될 수 있게 잘 적으셨다는 말씀.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눈과 마음에 남았지만 특별하지 않는 일상이 주는 힘이 느껴져서 좋았다.
내가 요즘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감각. 평범한 일상은 무가치하고, 특별하거나 적어도 돈을 버는 어떤 행위를 하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이 책을 통해 많이 희석되었다.
수녀이시면서도, 불교적 세계관/공동체 의식 등에도 조예가 깊으신 듯하여 신기하기도. 그리고 글에 상당한 균형감각이 있어서. 오.. 멋지다.. 하면서 읽었다.
덧붙여 좋은 책과 영화들이 마구마구 소개되니, ‘요즘 좀 책 추천 받을 만한 책 없나?’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듯!
가볍게 들었다가, 따뜻해 지는 책이었다.
책은 한빛비즈로부터 받았고, 금전적인 이익은 받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