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공황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불황이던 시기이다. 하지만 동화의 내용은 대공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 아주 유쾌한 내용이었다. 왜 제목에 ‘괴짜’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게다가 일곱 번의 여름을 보냈다고 하니 칠 년간 괴짜 할머니는 어떤 소동이 일으켰을지 궁금했다.
이 이야기는 여름방학마다 할머니와 같이 보내는 조이와 메리 엘리스의 이야기다. 당연히 여름 방학은 일곱 번 지난다. 그래서 에피소드도 일곱 개다. 조이가 아홉 살, 메리 앨리스가 일곱 살 때 시작된 이야기는 조이가 열여섯 살과 메리 앨리스가 열네 살 때 끝이 난다.
1929년 할머니네 간 조이와 메리 앨리스는 한적하다 못해 너무나 조용한 시골 마을의 생활이 견딜 수 없이 심심했다. 게다가 할머니 집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곳이었다. 아무런 놀 거리도 없는 이 마을에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죽었다. 조용한 마을에서 그것은 뉴스감이었다. 게다가 죽은 남자의 이름은 ‘샷건 쉐덤’이었다. 이름 덕분에 그를 취재하러 기자가 마을에 도착했다. 그 기자는 온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으려고 하지만 특별한 걸 찾지는 못한다. 그 기자가 할머니가 사는 집에까지 왔다. 할머니는 그 기자에게 온갖 허풍을 떨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매는 그것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할머니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마을 사람들과 잘 만나지도 않고 이런 외딴곳에 사는 건만 봐도 그러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샷건의 관을 집으로 갖다 놓고 그의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한다. 밤이 되고 샷건의 관 주위가 이상해졌다. 그를 덮고 있는 관이 흔들리고 할머니는 샷건이 누워있는 관을 바라보며 ‘자넨 실컷 살았으니 더 이상은 안 돼!“라고 소리치며 총을 쏜다. 그 바람에 집안은 난리가 나고 사람들은 도망을 갔다. 할머니 총에 관 뚜껑이 날아가고 베란다 창문이 다 부서졌다. 하지만 관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헛간에 사는 수고양이었다.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아이들을 재우러 보게 하고 여유로운 저녁을 보낸다.
나는 첫 번째 에피소드를 초반을 읽으면서 도대체 할머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너무나 엉뚱했기 때문이다. 조이와 메리 앨리스가 따분함을 느꼈다고 하지만, 가장 심심했던 사람은 바로 할머니가 아니었을까? 물론 이 소동으로 할머니는 앙숙으로 느끼는 부인과 사람들을 혼비백산 만들어하며 만족해한다. 여기까지만 읽는다면 할머니는 나쁜 사람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조이와 메리 앨리스가 두 번째 할머니네 방문했을 때는 질 나쁜 아이들의 군기를 잡고 마을을 평화롭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할머니와 두 번의 여름을 보내면서 아이들을 할머니네 가는 것을 기대하게 된다. 에피소드 각각이 너무나 재미있지만 나는 '품평회 날'과 '유령 열차 차장'이 가장 재미있었다.
조이와 메리 앨리스는 할머니가 자신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런 이유로 매년 할머니네 가길 기대한다. 그 해는 품평회가 열리는 해였다. 할머니는 구스베리 파이를 만들어서 품평회에 나가기로 한다. 나는 구스베리가 무엇인지 몰라서 찾아보았는데 모양이 청포도처럼 생긴 예쁜 열매였다. 구스베리는 몹시 시기 때문에 요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조이와 메리 앨리스와 같이 최고의 구스베리 파이를 만들기 위해서 고분분투한다. 조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 중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구스베리파이를 만들기 위해 많은 양의 설탕을 사다 날라야 했다. 그렇게 만들고 맛보고를 반복하면서 구스베리파이를 만든다.
드디어 품평회 날이 되어 구스베리 파이를 들고 대회장에 간다. 하지만 품평회장에는 너무나 예쁜 구스베리 파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조이는 할머니가 어느 순간 그 구스베리 파이와 할머니의 이름표를 바꿨다는 생각을 한다. 조이는 할머니가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품평회장에 있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등을 하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비행기를 태워준다는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파이를 2등을 했다. 조이는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비행기를 타지 못해서 아쉬워한다. 그런데 천하무적 할머니는 조이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듯 조이를 비행기게 태우기 위해 억지를 쓴다. 결국 조이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게 된다. 조이는 하늘이 그렇게 넓은지 처음 알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문장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하늘을 보면 구름이나 해를 생각하겠지만, 조이는 공간을 바라보았다. 조이는 할머니에게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조이는 할머니에게 구스베리파이를 바꿔치기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에 대한 할머니의 대답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또 다른 에피소드인 ‘유령 열차 차장’도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백 주년 기념행사를 끝으로 조이와 메리 앨리스는 어른이 된다. 나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었을 때 여름방학이 끝이라는 생각에 아쉬웠다. 고아 소녀인 빨강 머리 앤을 초록색 지붕집의 데려와 키울 때만 해도 마릴라는 소동을 일으키는 앤 때문에 여러가지 일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러면서 서서히 앤을 사랑한다. 마릴라는 앤이 퀸 학교에 입학을 하기 위해 떠날 때 어린 시절의 앤이 떠나가는 것 같아서 몹시 아쉬워한다. 어린아이가 자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어린아이를 사랑했던 부모의 마음은 아이가 크는 것을 대견해하면서도 성장하지 않고 영원히 그 상태로 있기를 원하는 것 같다. 마릴라 아주머니는 앤이 퀸 학교로 떠나는 날 밤에 방에서 혼자 눈물을 흘린다. 앤 역시 슬퍼하지만 마릴라의 슬픔에는 비교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무적 괴짜 할머니 역시 조이와 메리 앨리스가 커가면서 그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시간이 흘러 조이는 2차 세계대전의 참전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조이는 자신이 타고 있는 기차가 할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을 지난다는 것을 알고 전보를 쳤다. 조이가 탄 열차는 한 시간 늦게 출발하고 중간에 멈췄다가 출발을 하게 된다. 예상과 다르게 매우 늦게 마을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조이가 탄 기차는 할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을 곧 지나간다. 할머니 집 앞에는 초롱이 환하게 밝혀 있었고 아래층과 2층 창문에 불이 커져 있었다. 문 앞에 할머니가 서 있었다. 할머니는 조이가 어느 칸에 타고 있는지 몰랐지만, 계속 손을 흔들었다. 조이도 손을 흔들었다. 그날 할머니의 마음은 퀸 학교에 앤을 떠나보내는 마릴라의 마음과 같았을지 모른다. 어린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지만, 어린아이를 사랑했던 어른의 마음에는 그 모습이 영원히 새겨진다. 읽으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동화, 일곱 번의 여름과 괴짜 할머니.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