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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치카

[도서] 소네치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저/박종소,최종술 공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제와서 알고보니, 아직도 형제 자매들을 두고도  수십년을 이산가족인 채로 볼 수 없고 갈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린 북한에, 그 지척에 피붙이가 있을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만 빼고 세계 곳곳, 특히 서구 사람들이 북한을 꽤 여행하는 듯하다. 북한에 뭔가 멋진 관광지와 볼 거리 오락 거리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은 지구의 마지막 공산주의 체제를, 그 억압(이라고 믿고 있는)과 탄압 속에서 굴러가고 있는 공산주의의 살아있는 박물관을 보고 싶어하는 거다. 우리들의 사고와 가치관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어쩌다 태어나고 보니 소속된 그 체제 속에 깊숙히 뿌리를 박고 있다.


나는  소설속에서, 스테레오 타입의 여성이 희생과 인내 잘해줘봐야 그 인내 속의 강인함 모성 같은 걸로 다루어지는 게 가끔 못마땅하다. 그런 게 요구되는 사회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고 선하지 못한 인간이 되어 버리는 사회에서 그거 말고 다른 이상적인 여성상을 원하느냐 라고 하면서, 그것이야 말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똑같이 비슷비슷한 좋게 말해 헌신적인 삶, 실제로는 착취되는 삶만이 퍼져있다면, 왜 그 똑같은 삶이 소설 속에서 반복되는 것이 왜 어떻게 소설이 되고, 좋은 소설이 되고, 상 받는 소설이 되고, 널리 읽히는 소설이 되는가.


안나 카레리나가, 마담 보봐리가 그토록 윤리적 지탄을 받는 여성이 주인공임에도 수백년동안 읽히는 이유는, 그녀들의 삶이 용감무쌍하고 본받을만 하고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녀들이, 비록 독자들에게조차도 지탄받을 인격을 드러내는 일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그 여성들이 하나의 인간으로 다뤄지고, 그 불륜의 ‘악마적’ 욕망의 이면에 남녀 보편적인 그러니까 인간적인 진신들을 비추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체제가 배경이 되는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체제 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무엇을 생각하였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북한을 여행하는 이유와 같다. 뭐 대단한 오락거리를 찾는 게 아니라, 그 체제 속의 사람들, 무늬만 공산주의의고 사유재산과 자유가 보장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인권유린과 핵미사일과 같은 어두운 베일 속에 숨겨진 그 곳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어서 서구 사람들이 북한에 여행을 가듯. 소비에트 연맹 시절의 러시아 소설을 읽었다.


스테레오 타입의 주체성 없는 여성의 대표는 미인이다. 미인에 대한 찬사가 빠진 자리에 추녀의 이미지가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큰 키에 책만 읽는 소네치카는 도서관에서 만난 남편과의 삶 속에서, 자신이 그 남자에게 너무 너무, 그러니까 남자에게 부당하리만큼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세대만큼의 차이가 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인 남편이 당하는 체제적 억압과 그로 인한 가난마저도 행복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그 행복은 하늘같은 남편과 함께하는 한 어떤 역경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심지어 딸의 친구와의 관계를 확인한 후에도, 올 것이 왔다, 이 남자를 나혼자 오래 차지하는 것은 부당했다라고 생각할 정도다. 보통 막장 코드라 하면 부적절한 관계가 겹치기로 일어나거나 자극적이고도 부적절한 관계가 형성될 때 그렇다. 뭐 출생의 비밀과 불치병 같은 고전적 막장 말고 막장의 창의력은 무궁무진하다.


(늙은) 남편이 너무 멋있고 대단한 예술가여서 젊은 여자를 사랑해도 되고, 아니 그러는 게 당연하고, 자신은 그 젊은 여자애 마저도 품을 수 있다면, 막장 맞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진짜 막장이 아니다. 이 여자애가 딸의 친구인데, 딸이 사랑한다. 그러니까 이 고아애를 한 가족 세 사람이 동시에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 소재도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없게 쓰느냐에 따라 막장 코드를 벗어나 ‘박경리 문학상’을 받는 대단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문학상은 재미없어야 되는 거냐고!!!! 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이 자극적 막장 소재를 얼마나 잔잔하고도 평이하게 그리고 있는지, 하마터면 눈치채지 못하고, 타샤를, 야사를, 소네치카를, 그리고 우리의 늙고 잘난 그 러시아 예술가들에게 공감하며 이해할 뻔 했다는 것이다.


책소개를 하자면, 세 편의 중편이 들어있고, 그 중의 하나인데, 주로 가족 드라마인 것 같고. 작품 설명과 리뷰들을 읽어보면 세 편에 들어있는 소설들의 주제는 일관되게 가족과 여성의 인내로 다루어지는 듯하다. 바로 밑의 리뷰에서 로저 젤라즈니의 소설 속 여성은 번역되면서 둘이 대화할 때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댓말을 쓰는데, 고양이 인간들이 우주어를 쓰면서 한국적 존대-하대 문화를 흡수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무리 남성 중심의 어머니들에게서 태어났다고 해도, 21세기에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셔서 번역자들은 이 점을 신경써서 번역해주었으면 좋겠다. 부졸드 소설 속 여성들은 비록 그 미래의 세계에서조차  고립된 채로 700년을 지내니 다시 원시적 남녀차등의 문화로 돌아가는 행성이 배경이지만, 그 속에서 여성의 활약은 눈부시다. 여성은 존중받고, 대상화되지 않음에도 여전히 우주 전체를 달굴 엄청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는 뜨거운 로맨스를 갖는다. 여러 소설들을 배회하다가 소네치카 같은 여성들을 만나니, 이런 의문이 든다. 공산주의는 실패했다고 쳐도, 애초에 여성과 남성의 그 엄청난 간극을 메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면서 ‘공평’하다는 ‘공산’주의는 대체 왜 시작한거니. 이건 진보 인사들이 유독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는 현 시점에서도 돌이켜볼 만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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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가족과 여성의 인내' 이런 소재로 다뤄진다면 지탄의 대상이 되겠는데요.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요. 페미니즘의 극을 달리고 있는 시대인데.......이 모든 것보단 한 인간으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살아가는 사회가 바람직하겠죠. 여성이든 남성이든.

    2018.03.28 08:5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그거야 요즘 반짝 하는 이야기이고, 주로 이제까지는 여성에게 모성과 희생이 미덕이 되고왔던 건 사실이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거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게 문제가 아닐까 해요.

      2018.03.28 09:55
  • 파워블로그 엘리엇

    그래서 제가 이 소설집 읽으면서 정신이 막 이상해지더라고요. 처음엔 좀 비판적으로 읽었는데 끝에선 뭔가 막 뒤에 평론 읽고 그래그래 하면서 요지경잌ㅋㅋㅋ 그래서인지 리뷰도 이상하구요. 소네치카 뒤에 메데이아 이야기도 엄청 나지 않아요? 스페이드 여왕이랑 문득 생각이 나요. 이게 마더 러시아 그 이상을 보여주는 포용 같아서 기분 묘했어요. 요즘 미투 운동 보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생각나요. 요번에 독일 책 하나 번역됐는데 여성 위주로 쓴 세계사 던가... 그것도 한 번 볼만한 듯..

    2018.03.28 09:0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저 어제 리뷰 찾아봤었는데 없더라구요. 분명히 엘리엇님 리뷰 본 거 같은데 지우셨나 했더니, 다시 찾아보니 이북 리뷰에 나오네요. 예스는 제발 이북이랑 일반책이랑 리뷰를 좀 합쳐놨으면 좋겠어요. 때로 이뷱 리뷰가 더 객관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신간 이벤트 때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으로 평을 하기 때문에, 이북리뷰가 별점 보면 도움이 돼요. 그런데 종이책 찾고 이뷱 리뷰 다시 차고 그러게 안되더라구요.

      저는 소네치카만 읽었어요. 좀 지루해서 좀처럼 진도가 안나가서 이것도 겨우 읽었어요.메데이아와 스페이드 여왕은 좀 재밌을 것 같기는 하네요. 문체가 저랑 잘 안맞는 거 같아요.심리 묘사가 지나친 것도 싫지만, 이건 너무 훑는다 싶었어요. 대체적으로 러시아 사람들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2018.03.28 09:59
    • 파워블로그 엘리엇

      제가 소네치카 리뷰 쓰기 전에 썼던 글이 요건데요
      http://blog.yes24.com/document/9010445
      이거 소네치카 부분에 대한 감상이 제가 느낀 인상이랑 비슷해요. 너무 기묘하지 않아요? 좀 더 확장시키면 일부다처가 되는 건데 심지어 근친상간적 관계잖아요. 여기서 튕겨져 나간 딸은 괴로워하고요. (언니라고 생각한 아샤랑 아빠라니) 너무 너무 묘한 소설ㅋㅋㅋㅋㅋ 러시아식 막장인가요... 그런데 그게 게스님 말씀처럼 담담하게 서술되니까 고전 읽는듯한 느낌이란 말이죠. 묘해요 묘해. 아샤는 남편의 뮤즈다! 이걸 넘어서 딸처럼 품는 것도 그렇고 남편사인도 얼마나 망측해요. 심지어 소네치카 이사도 안 가고 그 동네 계속 살잖아요. 현실감 없다 없다 하지만 소네치카가 식구들 먹여 살린 거나 다음없는데 그 사람들 모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요. 러시아는 유럽이랑 아시아 중간에 있잖아요. 정신세계는 아시아에 가깝다고들 하는데 땅에 대한 집착도 그렇고 공산주의 확산 속도도 그렇고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거 같아요. 정치도 결국 돌고돌아 제정으로 회귀하는 느낌이 들잖아요.

      2018.03.28 11:31
    • 파워블로그 게스

      아, 링크 읽고 왔어요. 일부다처와 남편공유 말씀 재밌어요. 그게 그 말인데, 남자 입장에서 보면 일부다처고, 여자 입장에서 보면 남편공유가 될 수 있겠네요. 이게 소냐가 어릴 때 남자들에게서 받은 트라우마때문에 자신은 남편에게서 사랑받을 자격이 안되는데, 이 대단한 남자가 사랑해줘서 오직 감사한 마음으로 헌신하듯 살아가는 자세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또 다른 해석으로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늘 생각하자나요.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오 주여 제게 어찌 이런 행복을 주시나요. 이 말은 제게 어떤 시련을 주시려고 이런 행복이 있는건가요 라고 해석되기도 하는데, 그 책읽던 시절에 자신 자체를 혐오했던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남편이 바람피니까 올 것이 왔다 라고 하고..

      복상사도 웃기지만, 복상사한 다음에 펼쳐지는 얘기에서 소냐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야사를 엄마처럼 품어주고, 부모까지 찾아주고 하는 거..근데 이 책 진짜 안읽히지 않나요? 나중에 리뷰쓰다 보면 엄청나게 큰 사건이랑 막장이랑 막 얽혀있는데, 읽을 땐,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그냥 가족 연대기에 불과한 거 같다니까요 ㅎㅎ

      2018.03.28 11:40
    • 파워블로그 엘리엇

      맞아요 그런 느낌이 있어요. 나는 이 남자를 온전히 가질 수 없다, 종착지가 아니다 이런 느낌으로 살잖아요. 솔직히 나이 차도 많이 나는 남자랑...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바느질해가며 가장노릇한 소네치카가 대단한건데 이게 너무 어릴 때 만나서 그래요. 소네치카 삶이 늘 집 도서관 학교 이 정도라서 남편 만났을 때 뿅. 자기비하도 심하고 남편이 대단하기도 하고요. 그 시골에 있을 사람이 아니죠. 그래서 소네치카 태도가 아이쿠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나랑 살다니... 심지어 이렇게 가정적이라니.. 감사하고.. 그러다가 막 남편이 프랑스에서 알았던 사람들이랑 예술가들이 집에 모이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하고 그러잖아요. 역사를 목격하는 느낌으로... 또 자기가 봐도 아샤가 이쁜거죠ㅋㅋㅋㅋ 그냥 이쁜 것도 아니고 딸처럼 사랑하고... 소네치카가 이해가 된다니까요 그래선지 읽으면서 막 혼란이 오고 그러잖아요 맞아맞아 하면서 이게 아닌데??? 진짜 안 읽혀요 하지만 읽고나니 문득 문득 생각이 나는 소설이에요 여기 단편들 다...

      2018.03.28 11:53
    • 파워블로그 게스

      와 엘리엇님이랑 대화를 하다 보니까 제가 얼마나 놓친게 많은지 알게 된 것 같아요. 말씀하신 내용들이 생각은 다 나는데, 그냥 대충 흘려 버렸던 것 같아요.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바느질하던 것도, 알뜰하게 살아가던 것도, 혼자서 짐싸던 것도, 별 생각없이 봤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소네치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훌륭한 단서들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이 책에서 불만이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게 아니라 어쩐지 좀 현실성도 없고 죽어있는 듯했거든요. 작가의 담백한 글쓰기 스타일이기도 하고, 소네치카라는 인물의 감정 표현이 적은 것도 원인이에요. 제가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들이죠. 한 번 더 읽어보면 좀 더 잘 이해(?)와 해석이 될 거 같아요. ㅋㅋㅋ 별점도 바꿔야겠어요 ^^

      2018.03.28 15:05
  • 파워블로그 이수

    와아, 진짜 이주의 우수리뷰가 되어야 할 리뷰네요. 너무 좋아요. 문장,

    인간에 대한 보편적 가치는 존중, 애정,,뭐 그런것일텐데...그런게 보장되지 않는다는게 슬프네요. 살아있는 박물관을 보고 싶어 하는 심리도, 존중과 좀 떨이진것 같고요...
    북한도 어서 현재의 체재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말이예요.ㅜㅜ

    2018.03.28 10:2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이수님의 기분좋은 칭찬 감사합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한세대 전 만해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먼 곳이 되어버린 북한이죠. 왕래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8.03.28 11:0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