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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식의 언어

[도서] 우리 음식의 언어

한성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댄 주래프스키의 《음식의 언어》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우리 나라 말도 음식을 소재로 언어의 변천과정을 탐구하는 책이 있으면 재미있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 이 책을 발견했는데 읽어보니 저자 역시 그 책을 재미있게 읽고 우리나라 음식을 소재로 같은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쓴 책이라고 한다. 밥, 김치에서부터 국,빵, 국수, 반찬, 식재료 동식물 성 식재료, 외식 메뉴의 이름 이르기까지 먹 먹거리 이름의 탄생과 변천사를 다룬다.

쌀의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훈민정음의 유려함에 다시 감탄을 한다. 11세기 송나라 사신이 고려의 말소리를 한자로 완벽하게 적을 방법이 없어서 쌀을 ‘보살 菩薩’이라고 한다고 적어놓았다.한글에는 복자음이 단어의 첫머리에 올 수 있어서 ‘쌀’은 훈민정음 당시 ‘ㅄ.ㄹ’이었다고 한다. ‘ㅄ’은 ‘브스’에서 ‘ㅡ’가 없는 듯이 내는 소리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의 고려 사람들은 이 단어를 한 음절로 발음하지만 손목의 귀에는 첫머리의 ‘ㅂ’과 ‘ㅅ’ 소리가 모두 들리니 ‘보살’로 적은 것이다.만일 스트라이크를 세종대왕이 표기한다면 주저 않고 ㅅㅌㄹ 세 복자음을 쓰고 모음 ㅣ에 받침 ㅋ을 써서 한굴자로 표기했었을 것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특히 외국 소설을 읽을 때면 strike 같은 한음절 단어가 알파벳 개수만큼 길게 늘어져 가독성을 낮추고 기억하고 발음하기도 어렵게 된 것을 생각하면 한글 창제 당시의 유연성이 한글의 변천사에 따라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밥먹울 때 빠질 수 없는 김치. 짠지 오이지 할때 지라는 고유어도 있지만 김치는 한자어에서 우래되었다고 한다. ‘김치’는 소금물에 채소를 담그는 것을 뜻하는 침채沈菜’로 기록되어 있다. 沈菜’의 오늘날 발음은 ‘침채’지만 이전의 발음은 ‘팀채’다. ‘치다’, ‘고치다’도 이전에는 ‘티다’, ‘고티다’이니 ‘티’가 ‘치’로 바뀌는 것은 흔한 변화다. ‘팀채’는 소리가 약해져서 ‘딤채’가 되고 다시 변화를 겪어 ‘짐채’로 바뀐다. ‘짐’이 ‘김’으로 바뀌는 이상한 변화가 나타난다. ‘채’마저 ‘치’가 되니 ‘팀채’가 마침내 ‘김치’가 된 것이다. 멀고도 험난한 변화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 때 짐이 김이 되는 과정을 과도 교정 현상이라고 하는데 왜냐하면 방언에서 김을 짐(기름 ㅡ 지름) 으로 말하는 경우는 흔해도 이렇게 반대인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활 발음을 헐로 발음하다보니 할인 같이 원래 할이라고 서야 할 말도 활로 쓰는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f 발음을 못하니 p 발음이 나는 것도 f 로 표기하는 현상도 이에 속한다. 말도 팀채ㅡ딤채ㅡ짐채ㅡ김채ㅡ김치 이것이 변화 과정이다. 딤채 냉장고는 팀채가 김치가 되는 중간 과정의 말이 되겠다.

김치의 우리말은 ‘지’이고 장아찌 짠지 싱건지 단무지 등으로 쓰임새가 남아 있다. 그래서 김치 거리를 짓거리라고 한다. 배추를 사서 가지고 오는 중에 만난 사람이 이게 무슨 짓거리요? 하면 무턱대고 쌈하려고 덤비지 말아야 한다.

의외로 순수 한글이라고 생각했던 말이 오래 전 한자에서 유래해서 여러 변천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말이 된 것들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문화라는 것이 아무리 고립된 지역이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을 거쳐 상호 교류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인데 문화적 교류에 음식이 빠질리가 없으며 특히 식재료는 꾸준하게 천천히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을 것이다. 특히 채소류가 그렇다.

토마토 이름이 영어발음과 같기에 때문에 굉장히 서구 문화 전파 후에 들어왔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1614년에 기록이 있으니 그 이전에 들어왔다 거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남만시南蠻枾’라고 불렸으니 ‘남쪽 땅에서 온 감’이란 뜻이다. 그 밖에도 일년감 땡감 등으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에 토마토 발음 기호도 갖지 못해 도마도로 부르던 인간들이 부르는 대로 도마도로 부르다가 토마토로 굳어졌다고.

국은 어원을 따질 것도 없이 예나 지금이나 국이고 한자어는 탕이다. 설렁탕은 풍년이 들기를 바라며 임금이 제를 올리던 선농단이라는 제단에서 제를 올린 후 소를 고기와 뼈째 고아 백성들과 함께 먹었다는 유래에서 온 선농탕 설과 소뼈와 고기를 푹 고면 눈[雪]처럼 흰 국물이 진하게[濃] 나오니 색이 눈처럼 하얀 진한 국물을 보고 ‘설농탕雪濃湯’이 변한 말이라는 한자 유래설이 있다 이 밖에도 몽골 음식 슐러가 만주에서 실러로 불리는데 음식이 비슷하여 여기서 기원을 찾기도 하는데 더욱 증명이 어렵다고 한다.

반찬飯饌을 대체하는 우리말 방언은 엄청 많은데 때로 구별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건건이는 반찬인데 반찬과 건건이를 같이 쓰는 지역에서는 고기나 생선은 반찬이고 간건이는 보잘것 없는 하찮은 반찬으로 통한다고 한다. 한자어에 대한 우대, 혹은 고유어에 대한 멸시가 뿌리 깊은 걸 알 수 있지만 오늘날의 건강 식단에는 건건이가 대접받는 세상이니 앞으로 그 말이 살아남는다면 한자어보다 더 건강한 대접을 받을 지도.

‘야채’는 산이나 들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 나물이고 ‘채소’는 밭에서 기른 농작물을 뜻하는데 이 둘을 아우를 수 있는 우리말로 ‘푸성귀’가 있고 야채와 채소처럼 야생식물과 농작물을 구분하는 푸새와 남새가 있다. 오이는 외이며 참외는 진짜 오이가 아니라 달고 맛있는 음식에 참을 붙여 쓰는 데서 유래했고 반대로 맛없는 오이라는 뜻에서 일반 오이는 물외라고도 한다.

사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늦은 19세기에 우리나라의에 들어왔다고 한다. 능금으로 알려진 과일이 사과의 옛말인 줄 알았는데 사과와 비숫한 야생과일이었으며 사과의 능금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사과가 승리했다고.

사물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와 같이 밤나무 와 비슷한 나무에 너도 하나도 같은 센스있는 작명을 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음식 이름에 참외나 개복숭아 처럼 참이나 개를 붙여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외식이라는 게 그리 오래된 문화가 아니어서 식당에서 흔히 파는 음식명은 대략 원조집에서 작명하여 퍼졌을 가능성이 크고 그 유래를 찾는 것도 어렵겠지민 흔한 음식명들을 하나 하나 따져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군것질의 군은 쓸데없는 것들에 붙는다. ‘군말’은 쓸데없는 말이고, ‘군살’은 없는 것이 더 좋은 살이다. ‘군침’은 흘려봐야 소용없는 침이다. ‘군더더기’,와 ‘군식구’도 말할 것도 없다. 반대말는 참 혹은 제 정도 되겠다.

떡은 예전에도 오늘도 계속 떡인데 빈대떡은 떡이 아닌데 떡이 붙었다. 곡물의 가루를 쪄낸 것이 떡인데 빈대떡은 곡물을 묽게 반죽해서 지져낸 것이다. 한자로 ‘餠??’라고 쓰고 한글로는 ‘빙쟈’로 써놓은 것이 나오는데 ‘餠’은 ‘떡’을 뜻하지만 우리 한자음으로는 ‘병’이고 중국어 발음으로는 ‘빙’이므로 기록이 맞다면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국에서는 떡이 폭넓은 저리법을 의미했고 우리나라에서도 ‘餠’이 ‘전병煎餠’ 등에도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이 중국에서 ‘빙쟈’라 부르는 음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빈대떡이 됐다고 볼 수 있겠다.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빈자떡이라고 부르던 것이었다는 설도 있으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설명.

예전에 내가 어릴 때는 스틱형 아이스크림을 하드라고 불렀었는데 아들한테 얘기하니 못알아먹는 걸 보니 요즘은 그런 표현을 안쓰는 모양이지만 그것의 유래가 궁금했는데 한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삼강 하드 아이스 스틱이라는 영어와 하드 아이스크림는 한글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가 뒷말이 생략된채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막걸리’는 ‘막 거르다’라는 말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막’은 ‘마구’ 혹은 ‘거칠게’의 뜻이고, 걸리는 거른 것을 뜻하므로 막걸리는 ‘막(대충) 만들어낸 술’, ‘거칠게 걸러낸 술’이라는 뜻을 이름에 담고 있다. 막을 얘기하니 내 고향 강원도에서 즐겨 먹는 막국수 얘기도 빠질 수 없다. 껍질만 벗겨낸 거친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다. 때로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가루를 낸 것을 섞기도 해서 거친 느낌을 준다. 껍질째 갈았으니 닥치는 대로 간 것일 수 있고, 그러다 보니 거칠게 보이기도 허지만 이 때문에 오늘날 건강 식품으로 대접받는다. 거뭇거뭇한 것이 보이지 않고 곱게 간 국수는 그냥 메밀 국수지 막국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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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na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군요.

    2019.01.07 16:5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네 그렇습니다

      2019.01.09 01:19
  • 파워블로그 신통한다이어리

    나름 재밌겠네요. 걸면 걸리니까 걸리버지... ㅎㅎ..이런 류의 유머를 응용한 듯한 음식말...ㅎㅎ..

    2019.01.07 17: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ㅋㅋㅋ 맞아요 특히 음식점 음식은 특히 더.. 섞어 띠개는 명령어+찌개 라고 해서 웃고 쫄면 땀뽕 다 웃기죠

      2019.01.09 01:21
  • 파워블로그 블루

    게스님의 <음식의 언어> 리뷰 읽으면서 읽으면 참 좋겠구나 생각했던 책이었어요.
    이 책도 읽어볼 만 하겠어요. 무심코 사용하는 음식의 언어의 발달과정이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굉장히 유익하겠습니다.
    군으로 시작하는 단어의 유래도 재미있고요.
    하드,,, 많이 사먹었었고요. ^^

    2019.01.07 17:4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게스

      읽으면서 우리말이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어요. 뭔가 유머스럽다고나할까. 한자어 우대는 뭐 서양 애들도 영어에서 라틴어 어근이면 우대받는다던데 역사가 그러니 어쩌겠어요. 먹물들이 한자로 표기를 했으니 그럴 수밖에요

      2019.01.09 01:23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