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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나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다. 

무려 4년 만이란다. 
바나나롱갤러리 그 노란집이 'L시티' 때문에 무너지고 사라진 후 벌써 이리 시간이 지났나 싶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혹시나 해서 찾아 봤다가 다시 연이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저런 댓글과  DM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이홍석 작가의 저 작품을 포스터로 주문을 하게되었다. 
개별 주문은 받지 않는 걸 나중에 알았다. 
주인장이 그랬다.
'오직 그대를 위해 만들었어요'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를 기억하는 것도, 저리 맞춤으로 포스터까지 제작해주는 것도, 그리고 심지어 작가님 싸인까지 받다니. 
저 포스터의 사진이 메인이었던 전시를 기억한다. 
제목은 
"Let The Past, Be The Past" 였다.
지난간 것은 지나간대로. 
저런 제목의 전시에서 일몰 후 밤새도록 지난간 대로 떠나보내지 못했던, 혹은 그자리에 두지 못했던, 가슴속에 이고지고 있는 응어리들을 밤 늦도록 끝도 없이 풀어 냈었더랬다. 
바나나의 주인장 께서 많이 아팟다고 했다. 지금도 아프다고 했다. 
둘이 오래도록 꼬옥 서로를 안아 주었다. 
헤어지면서 어째 우리는 늘 인사가 아프지 말아요! 뿐이냐며 울뻔 했다. 
한쪽 벽에 세워진 길위에 섰다 길이되어 사라진 바나나가 흑백의 모습으로 작은 액자속에 박제된 모습을 보고 주책 맞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행여 한방울이라도 흐르면 주체못 할 까바 천장을 꾸역꾸역 눈을 부릅뜨고 노려 봤다. 바나나 그곳을 늘 우직하게 지키던 뚱땡이 코카스파니엘 '콜라'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지도 2년이나 되었단다. 

갑자기 주인장이 그런다. 
김수민 작가의 머그 보이죠? 하나 골라 봐요. 내 그대에게 선물로 줄께. 
내가 김수민 작가의 초기작인 아주 작은 싸이즈로 제작 되었던 '사람연작' 작품들 중 유일하게 사람이 아니었던 단 하나의 작품이었던, 시계를 품은 의자와 사각의 프레임 속의 사람 작품 두 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거다.  이사때 마다 얼마나 애지중지 했는지...
이 두 작품은 여전히 집에서 석양 빛이 아주 붉게 드는 작은 창앞에 저들의 자리를 우직하게 지키고 있다.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가볍고 커다란 머그잔을 하나하나 손에 쥐어본다. 
핸드메이드란 그런것이다. 
캐스팅이 아니기에 작가의 손과 가마의 불꽃이 어떤 작품을 내어 놓았을지 모를 상태로 그곳에 그리 같은 듯 다르게 서 있음으로, 나의 손에 꼭 맞는 손잡이를 가진 녀석을 골라 내었다.  작품의 소비란 그런 것이다. 
 작품의 향유 같은 거창한 가식따위 벗어 버리고 예술소비라는 말을 식탁위에 턱하니 올려 두고 대구 뽈찜에 소주한잔 걸치면서 밤새 떠들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나나다. 
 
 바나나가 그랬다. 
 자신의 작품을 언어화 해서 설명하지 못하는 작가는 우리 갤러리에 발을 붙일 수 없다. 멋지지 않나요? 라는 말은 열발자국 앞의 저 4천원 짜리 머그잔에도 할 수 있는 단어일 뿐이다. 자신의 작품을 언어화 해서 설명할 수 있는 작가를 들이면 필연적으로 그 언어에 가 닿을 수 있는 소비자를 만나게 된다. 그런 소비자는 작품을 즉흥적으로 사가지도 반품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똑똑한 소비자는 자신이 사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그것을 가지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돈을 모으고 우리와 논의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그들을 충분히 기다릴 수 있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일환 중 하나가 바로 이 프린트 에이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적정 예술 소비라 부른다. 

우여곡절끝에 문을 연 홈플러스 해운대점의 Print Ade(프린트 에이드)가 정말 잘 됬으면 좋겠고, 서면 롯데백화점 내 바나나롱갤러리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상에 무슨 공단 안에 또 갤러리를 연다나? 시장통 다방에서도 전시했는데, 공단 그것 쯤이야 뭐~ 하하하.  
 바나나에 가면 주인장에게 나는 늘 이리 말을 건내곤 했다. 
"부자들에게 작품 많이 팔아 부자 되어 나같은 무지랭이 가난한 직장인들에게 은혜를 베푸시오" 라고.  그럼 바나나는 목청을 한껏 드러내며 시원하게 웃으며 대꾸한다 
"내가 그럴려고 개미처럼, 소처럼 일하자나, 알면서! 하하하" 


집에 데려와 박스포장을 다급하게 풀고는 녀석이 자리 잡을 벽에 임시로 세워두고 소파 끝에 앉아 하염없이 포스터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쬐끔 펑펑 울었다. 

집에 못질을 해야 하는데, 망치는 있는데, 못이 없다.

벽이 아무래도 칼블럭을 쓰거나 피아노줄 걸이를 쓰거나 해야 할 거 같은데, 본가에 가서 드릴이랑 못들을 좀 훔쳐와야 겠다.  

오랜만의 부산 방문이었고 너무나 행복했다. 

다음엔 가방에 좋은 와인을 한 병들고 가기로 했다.  그럼 바나나가 홈플러스 식품관을 털어 오겠단다. 

조만간 또 가야지! 그리고 그 약속의 의미로다 뉴필라소퍼 최신호를 바나나에게 선물로 보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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