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안 한가득 널부러진 책을 책장에 꽂다가 슬그머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양장들의 껍데기를 벗겨서 콘테스트를 해볼까?
누가누가 더 이쁜가?
일단 양장 주제에 정신사나운 그림들이 난무하는 녀석들은 탈락.
난 깔끔 단순한걸 좋아라 하니까.
맘에 드는 녀석들을 골라골라 한 권 두 권 꺼내다 보니 어째 이것도 지친다.
다시 넣을 생각을 하니 슬그머니 책을 빼는 속도도 급저하대고 말이다.
그래서 그냥 이왕 꺼낸 녀석들만 겉 표지를 아래에 깔고 양장 책들을 그위에 올렸더니 단순 깔끔한 색상과 디자인들에 그만 눈이 매혹되버렸다.
단순한 색상 그리고 타이포들만으로 이루어진 표지들!
아! 좋구나!!
언젠가 근사한 서재를 가지게 되면 정신사나운 껍데기 들을 모두 확 벗겨 내고 책을 색깔별로 책장에 진열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버렸다고나 할까.
책들 중 단연 돋보였던 출판사가 열린책들인데 내가 가진 열린 책들의 책들은 두 권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 상, 하 권이 각각 파란색과 빨간 색인걸 빼곤 모두 검정 색에 은박 글씨 라는 걸 알게 되었고 한길 그레이트 북스의 책들이 새빨간 색에 한길이 영문으로 음각된 모양새가 참 이쁘다는 걸 발견하는 기쁨도 누렸다.
그래도 아직 표지만으로 내게 제일 맘에 드는 책은 시공사에서 나온 '항해지도'다. 요책이 약한 펄감이 있는 회색에 좀더 짙은 회색으로 근사하게 타이포가 박혀 있는모습이 제일 이뻐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은 투루니에의 황금 구슬. 양장에 그림이 있는걸 싫어라 하는데 책 내용과 너무 잘 어울리는 터라 마음에 쏘옥~ 2등 되시겠다.
그리고 결론은 역시나 나는 심플한 겉옷을 벗어 버린 양장들이 참 맘에 들었다는 것. 진짜 근사한 나만의 서재를 가지게 되면 무지개 색이나 먼셀의 색상표 대로 녀석들을 진열해 두고 감상을 하면 참으로 흐믓할 거란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