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적게는 1년에 서너 번, 많게는 대여섯 번의 공연을 본다.
남들보다는 확실히 공연을 많이 보는 편이다. 올해는 좀 바빴나?
지난해, 늦더위가 한창일 때 안치환의 소극장 공연을 봤었고,
겨울의 첫자락에서 이승철의 대극장 공연을 봤었다.
그리고 지난 2009년의 끝자락에서 이루마의 공연을 봤다.
공연을 많이 본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보는 공연이라는 게 가수들의 콘서트가 대부분인지라
어제의 피아노 독주회는 참 많은 것들이 새롭기만 했다.
가수들의 콘서트는
대체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때문에
그냥 그저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한 공간에 있음을 만끽하고 즐기면 된다.
공연에 대한 참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날과 같은 피아노 독주회는 전혀 그 성격이 달랐다.
우선 곡 하나하나마다 이루마 자신이 언제, 왜, 어떤 느낌으로
이 곡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해주었고,
이를 베이스로 하여 내 나름의 상상을 더해 그 곡을 이해해야만 했다.
가수들의 콘서트에 비해 훨씬 적극적 감상 행위가 이뤄져야함을 느꼈고,
그 만큼 의외로 체력 소모가 컸다.
평소에 좋아했던 Maybe, Kiss The Rain, When The Love Falls 등은 물론
잘 알지 못했던 그의 연주곡들은 때론 내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기도 했고,
내가 앉은 딱딱한 자리를 드넓은 잔디밭으로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내 맘에 울림으로 남기도 했다.
공연을 듣는 내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었다.
내가 지금 적극적 감성의 작용을 경험하는 이 순간에
누군가는 이성적 작용의 삶을 살아갈 것일 텐데
그렇다면 그 절충점에 있을만한 것은 뭘까?
뭐, 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하다 떠오른 말.
‘Beyond The Emotion.’ ‘감성의 저편’쯤 되려나?
모르겠다.
정리는 잘 안 되지만, 어쨌든 비록 외국어지만 ‘Beyond’라는 말과
‘Emotion’이라는 말의 어감이 참 따스하다 느꼈던 것 같다.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 이루마에게 감사하고
그의 음악을 들으며 행복할 수 있었고,
나로 인해 그 역시 행복할 수 있었기를 바램 해 본다.
또, 무엇보다
공연 내내 생각났던 사람. 그 사람에게 참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