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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도서] 디디의 우산

황정은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몇십년 동안 구독해온 신문의 어휘와 논조를 그대로 닮은 아버지의 말에서 나는 아렌트가 묘사한 아이히만 식의 상투성을 본다. 즉 말하기, 생각하기, 공감하기의 무능성을.

 

살아갈 필요와 이유가 없지만, 삶을 그만두어야 할, 죽어야 할 이유와 필요 역시 없다면, 그냥 사는거다. 그리고 그 사람이 사는 세상 역시 더 나아질 희망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멸망해버리지 않은 채, 살기도 죽기도 싫어서 살아있는 사람을 짓눌러 가면서 당분간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자의식이 이렇게 직접적이고 강하게 표출되는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서사가 희미한 소설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소설이라는 가상세계의 뒤에 숨어서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은폐하는 약간은 비겁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가상의 인물과 상황 속에서 더 적확하고 의미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온 것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형식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지만, 사유의 깊이와 그걸 적확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작가의 노력이 충분히 빛을 발하는 잘 쓴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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