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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

[도서] 메롱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요릿집 후네야의 외동딸 오린은 고열을 앓고 난 후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귀신들을 보게 된다.

오린만 보면 메롱~ 하며 놀려대는 얄미운 오우메, 언제나 태평한 미남 무사 겐노스케,

상냥하고 아름다운 여인 오미쓰, 무뚝뚝하지만 솜씨 좋은 안마사 와라이보,

후네야의 첫 연회에서 난동을 피운 칼잡이 귀신 덥수룩이가 그들.

겐노스케는 오린에게 30년 전 이 일대에서 일어난 처참한 살인 사건 이야기를 들려준다.

겐노스케를 포함한 5명의 귀신들이 이승을 헤매는 사연 역시 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오린은 귀신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성불시켜주기 위해 30년 전의 진실을 알아내려 하지만

후네야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

 

● ● ●

 

12살 소녀 오린이 만난 5명의 귀신은 괴담에 등장하는 보통 귀신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들은 무섭지도 않고, 이승의 사람들을 괴롭히지도 않고 오히려 다정한 축에 속합니다.

물론 오린만 보면 메롱~하고 놀리거나 뺨을 때리거나 얄미운 짓만 하는 오우메도 있고,

무시무시한 외모에 연회장에서 칼을 휘둘러 사람들을 다치게 한 덥수룩이도 있지만,

그들 역시 공포를 일으키는 귀신이라기보다는 비극적인 사연을 가진 애틋한(?) 귀신들입니다.

 

이 귀신들의 특징은 자신들이 어째서 이런 모습으로 이승에 남아있는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라는 오린의 질문에 대해

우리도 몰라. 왜냐하면 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귀신이 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아예 모르지.”라고 답합니다.

어떤 사연으로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기억 못한 탓에 이승을 떠돌게 된 이들의 성불을 위해

오린은 (이들의 죽음과 관련 있어 보이는) 30년 전의 희대의 살인극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귀신들 중엔 지금의 에 딱히 불만 같은 것도 없으니 자족하는 자도 있고,

심지어 성불을 통해 이승을 떠나는 걸 원치 않는 자도 있어서 오린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언뜻 귀신들의 캐릭터만 보면 약간 라이트하거나 귀여운 느낌의 괴담이 아닐까 여겨지지만,

12살 소녀 오린이 점차 알게 되는 귀신들의 사연은 너무나 끔찍하고 서늘할 뿐입니다.

30년 전 지금의 후네야 일대에서 벌어진 희대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오린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인 귀신들과 마주치기도 하고,

목숨이 경각에 매달리는 사태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메롱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 중요한 설정은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오린은 5명의 귀신을 모두 볼 수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전혀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극히 일부분은 특정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오린은 크게 놀랍니다.

나중에야 오린은 비슷한 종류의 응어리나 슬픔이란 공통점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가령, 형제자매에 얽힌 증오와 슬픔을 지닌 자는 그런 사연을 지닌 귀신을 볼 수 있고,

남녀문제 때문에 악업을 쌓은 자는 역시 그런 사연을 지닌 귀신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설정 덕분에 오린은 홀로 외롭게 귀신과 소통하는 답답함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오린의 특별한 능력과 사연을 이해해주는 인물들이 곳곳에 등장한다는 뜻입니다.

 

클라이맥스에 후네야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난투극(?)은 그야말로 압권인데,

모든 귀신을 볼 수 있는 오린과 특정 귀신만 볼 수 있는 소수의 인물들에다

귀신 따윈 안 보이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뒤엉키면서 대혼란을 일으킵니다.

그 와중에 여러 인물들의 비밀과 거짓말이 폭로되거나 기막힌 오해가 풀리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론 이 장면이 영상으로 제작된다면 호러판타지의 명장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30년 전의 대규모 살인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오린과 5명의 귀신들은 엔딩을 맞이합니다.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라는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진상이 너무 참혹하고 안타까워서 해피엔딩이란 말이 무색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5명의 귀신들이 친절하고 다정하거나 또는 겉모습과 달리 애틋한 캐릭터였던 탓에

그들이 어떤 식으로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알게 되는 과정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모두에게 나름 행복한 엔딩이 펼쳐졌는데도 꽤 긴 여운이 남은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메롱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괴담시리즈 미야베 월드 2

괴수전’, ‘외딴집과 함께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얼론 장편입니다.

개인적으론 모시치, 오하쓰, 오치카, 헤이시로 등 특정주인공이 이끄는 여러 시리즈들 못잖게

이 세 편의 장편은 엄청난 매력을 지닌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미야베 월드 2의 주된 형식인 단편 또는 연작 형태의 짧은 분량이 아쉬운 독자라면

이 장편들을 통해 미야베 미유키의 진면목을 꼭 맛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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