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에타(헨)는 새 이웃인 매슈 부부 집에서 펜싱 대회 트로피를 보곤 공포에 사로잡힌다.
과거 이웃이던 더스틴 밀러가 살해당한 뒤 똑같은 트로피가 사라졌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
헨은 고민 끝에 매슈를 경찰에 신고하지만 조울증을 앓았던 헨의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
헨은 학창시절 무고한 친구를 비난하다가 공격까지 한 전과(?)가 있었던 것.
하지만 헨은 자신의 판단을 의심치 않는다.
문제는, 실제로 매슈는 살인범이며, 그것을 헨에게만은 조금도 감추지 않는다는 점.
자신의 실체를 털어놓는 매슈, 하지만 자신을 안 믿는 경찰에게 그 사실을 알릴 수 없는 헨.
어느새 두 사람은 ‘특별한 관계’가 되지만, 그로 인해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만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푹 빠져 피터 스완슨의 팬이 된 후로
‘아낌없이 뺏는 사랑’,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까지 연이어 읽었지만,
왠지 점점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커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에 대한 기대감을 버릴 수는 없어서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를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후반부까지 이야기는 무척 빠르고 긴장감 넘치게 전개됩니다.
조울증의 여파로 뭔가에 집착하기만 하면 도무지 헤어날 줄 모르는 판화작가 헨,
새로 둥지를 튼 동네에서 헨과 함께 무탈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남편 로이드,
괴물 아버지와 그의 희생양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괴물이 돼버린 매슈,
그리고 그런 매슈의 실체를 모른 채 커리어우먼으로 삶을 이어가는 아내 미라 등
이웃한 두 부부의 삶은 헨이 매슈를 고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평온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하지만 헨이 경찰을 끌어들인 이후로, 또 헨이 매슈의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한 이후로
그들의 삶은 급격히 기울기 시작하면서 사방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읽는 독자도 답답해질 수밖에 없는 게,
분명 이웃집 남자 매슈가 살인범 같은데 경찰은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도 않고
오히려 ‘헨의 과거’를 들먹이며 정신병자 취급을 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인 로이드 역시 조심스럽긴 해도 아내 헨의 추리에 의심스런 눈길을 보냅니다.
그런데 정작 매슈는 자신의 실체를 고백해오니 헨이나 독자나 모두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런 답답함과 긴장감은 이내 주변 인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그런대로 균형을 잡으며 지내온 헨과 로이드 부부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고,
매슈의 아내 미라 역시 조금씩 불온한 예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합니다.
거기에다, 가끔씩 매슈의 집에 들르곤 하는 소시오패스처럼 보이는 동생 리처드의 존재는
마치 살얼음 위를 걷거나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듯한 조마조마한 분위기를 발산합니다.
과연 연쇄살인범 매슈의 정체는 제대로 폭로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헨은 어떤 방식으로 매슈를 세상 사람들에게 폭로할 것인가?
헨의 남편과 매슈의 아내는 이 폭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언제라도 사람을 죽일 듯한 매슈의 동생 리처드는 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런 의문들을 가득 담은 채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이 대목에서 독자들의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조금 더 크게 느껴졌는데,
피터 스완슨이라면 차라리 돌직구 같은 엔딩이 더 어울렸을 거란 아쉬움과 함께
왠지 도망치듯 서둘러, 그것도 뻔한 수법으로 막을 내린 듯한 인상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막판에 갑자기 허물어진 듯 보였고,
사건 역시 앞에 쌓아왔던 것들에 비해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저와는 달리 이 결말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는 독자들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앞서, 갈수록 아쉬움이 만족감보다 더 커져왔다고 언급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312호에서는~’보다는 분명히 매력적인 이야기인 게 사실입니다.
다만,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비하면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언젠가 피터 스완슨이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담아낸 작품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