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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도서] 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저/이나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필라델피아의 소도시 켄징턴을 담당하고 있는 경력 13년의 순찰경찰 미케일라 피츠패트릭(이하 미키).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밑바닥까지 쇠락한 켄징턴은 마약 굴, 미국의 쓰레기 타운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매춘과 마약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그로 인한 폐해는 도시 곳곳에서 쉽게 목격되는 곳입니다. 젊은 여성들이 연이어 교살된 채 발견되자 미키는 매번 그 시신이 사라진 동생 케이시가 아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려서부터 밝고 활달했던 케이시는 마약에 중독된 뒤 급기야 거리의 매춘부가 되고 말았는데, 한 달 전부터 소식이 끊겨 미키의 초조함은 극에 달합니다. 순찰경찰의 신분임에도 케이시의 행방을 찾기 위해 전직 파트너와 수사를 벌이던 미키는 연이은 여성 교살사건에도 휘말리면서 큰 위기를 맞이합니다.

 

고백하자면, 이 작품에 끌린 첫 번째 이유는 뒷표지에 실린 카피 - “마약과 매춘에 물든 필라델피아의 거리. 연쇄살인을 쫓는 한 경관의 고독한 싸움.” - 때문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범죄스릴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다 읽고 보니 (좀 심하게 말하면) 이 카피는 어느 정도는 저 같은 독자를 겨냥한 미끼에 가까웠습니다. ‘어느 정도라고 단서를 단 이유는 어쨌든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주인공 미키가 그 범인을 쫓는 행적이 그려지고 있으며 나름의 반전을 통해 예상치 못한 범인이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비중 순으로 정리하면 비극적인 가족사를 지닌 두 자매의 오랜 애증 마약이 망가뜨린 사람들과 도시에 대한 애가 연쇄살인을 다룬 범죄스릴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키가 비참하게 살해된 희생자를 발견하고 충격에 빠지는 초반부는 무척 흥미롭게 페이지가 넘어갔지만 이후 미키와 케이시의 어린 시절이라든가 4살 아들을 키우는 싱글워킹맘으로서의 미키의 고된 생활, 그리고 소식이 끊긴 케이시의 행방을 찾기 위한 미키의 분투가 길고 장황하게 묘사되는 지점부터는 다소 이른 실망감을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분량을 마지막까지 소화할 수 있었던 건 범죄스릴러 이상의 페이지터너로서의 매력이 가늘지만 끈질기게 눈길을 계속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미키와 케이시 자매의 비극적인 가족사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짧고 톡톡 튀는 문장들과 군더더기 없는 빠른 템포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적절한 타이밍마다 등장하는 스릴러 코드들 ? 연쇄살인사건, 케이시의 실종, 경찰 내부의 문제 등 ? 은 다소 느슨해진 독자의 긴장감을 다시금 꼿꼿하게 세워주곤 해서 좀처럼 책갈피를 끼울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또 마약이 어떻게 사람들과 도시를 황폐하게 망가뜨린 끝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만드는지를 그린 디테일한 장면들 역시 내내 씁쓸함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갖게 만드는 대목들이었습니다.

 

뒷표지의 카피에 꽂혀 큰 스케일의 범죄스릴러를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지루한 책읽기를 경험할 수도 있겠지만 스릴러 이상의 매력적인 서사를 갖춘 작품이니 중간에 잠시 지치더라도 꼭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주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길고 빛나는 강은 화끈하고 빠르진 않아도 오래 묵힌 덕분에 깊은 맛을 내는 듯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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