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도서]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나카야마 시치리 저/김윤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카야마 시치리의 여러 주인공 중에서도 검거율 1위 형사 출신의 미스터리 소설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부스지마는 2018작가 형사 부스지마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됐습니다. ‘온갖 잡귀들이 모여 살고 상식이나 상도덕이 통용되지 않는 출판계에서 벌어진 다섯 편의 살인 미스터리가 실려 있는데,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부스지마의 캐릭터가 기대했던 것만큼 세고 독하게 그려지지 않아 살짝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은 그의 형사 시절 마지막 사건을 그린 프리퀄이자 그의 유별난 캐릭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입니다.

 

형사로서 촉도 뛰어나고 수사 수법도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인간성은 또 별개 문제다. 그의 비아냥으로 말하면 일본 제일이고, 독설은 천하일품인 남자다.” (p16)

 

이 남자는 천성이 사냥개로 사냥감을 찾아서 모는 것이 즐거워 어쩔 줄 모른다. , 보통 형사는 다리품을 파는 데 반해 부스지마는 오로지 말을 사용한다.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는 경시청 제일이라는 평이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p34)

 

뛰어난 능력자지만 경찰 조직에 얽매이지도, 예의나 상명하복 같은 것에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경시청 수사1과의 반장인 아소보다 2년 선배지만 승진을 거부한 채 그의 부하로 현장을 누비는 것에 대만족하는가 하면, 발로 뛰어다니기보다는 추리와 심문으로 용의자의 심리를 뒤흔들어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스지마 원발’(원자력발전소처럼 유익하지만 근처에 있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는 별명이 암시하듯 그는 누구에게도 호감을 사지 못하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나름 그의 실력을 인정하며 곁에서 지켜봐주는 아소 반장조차 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부스지마의 위태로운 행보에 심장이 쪼그라들곤 합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이누카이 하야토는 이 작품에서 경력 2년의 신입 형사이자 부스지마의 파트너로 등장하는데, 무난한 성격의 그조차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부스지마의 기행에 진절머리를 낼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毒島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방팔방에 을 뿌리고 다니는 인물이라고 할까요?

 

대기업이 밀집된 중심가에서 벌어진 총기살인, 출판사에서 일어난 연쇄 폭파 사건, 귀갓길 여성들을 노린 염산 테러, 노인들을 노린 독극물 살인 등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돼있는데, 실은 연작 또는 여러 명의 범인이 등장하는 장편으로 봐도 무방한 작품입니다. 애초 각 사건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지만, 부스지마의 지독한 심문을 받은 범인들이 하나같이 교수라는 자와 SNS를 통해 교류했던 일을 털어놓자 사건의 양상은 이른바 살인교사범을 추격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기 때문입니다. 범인을 특정하기도 힘들고, 특정한다고 해도 물증이나 단서 없이 살인교사범을 잡아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부스지마는 그만의 특유의 방식으로 교수를 응징합니다. 그리고 그 응징 때문에 형사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작가로의 전업을 결심합니다.

 

사건은 꽤 무겁고 잔혹하게 설정됐지만 전체적으론 가볍고 시니컬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부스지마의 캐릭터 자체가 통통 튀는 냉소주의자인데다, 그의 행보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아소 반장의 리액션은 블랙 코미디처럼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현장 수사보다 취조실에서의 심문이 부스지마의 전공이라 액티브한 맛은 떨어지지만 비아냥과 독설로 용의자의 자존감을 갈갈이 찢어버리는 장면들은 독특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사건 자체보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별난 간식 같은 작품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 소설가 부스지마가 일시적으로 부업으로 수사에 참여했던 작가 형사 부스지마보다 현장성과 캐릭터의 힘이 돋보인 이번 작품이 훨씬 더 흥미롭게 읽혔는데, 다음 작품에 대한 바람이라면 다시 한 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부스지마의 더 젊은 날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본업은 작가, 부업은 형사인 부스지마보다는 조직과 좌충우돌하며 독보적인 추리와 지독한 심문으로 범인을 잡아내는 경시청 수사1과의 부스지마가 매력이든 카리스마든 월등히 앞서기 때문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