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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약속

[도서] 형사의 약속

야쿠마루 가쿠 저/남소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형사의 약속형사의 눈빛’, ‘그 거울은 거짓말을 한다에 이은 나츠메 노부히토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2편인 그 거울은 거짓말을 한다를 읽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됐는데도 나츠메 노부히토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표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점은 참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형사의 약속은 인터넷 서점 소개글에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라는 아주 짤막한 언급이라도 있었지만 그 거울은 거짓말을 한다는 직접 읽기 전엔 어디에서도 시리즈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일부러 감춘 것 같진 않고, 그저 출판사의 무성의함 또는 소홀함 탓이란 생각입니다.

 

히가시이케부쿠로 경찰서 소속인 마흔 살의 형사 나츠메 노부히토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노부히토(信人)라는 이름대로 사람을 믿고 아이들을 좋아해서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진로를 바꿔 법무부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상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딸 에미가 묻지마 테러로 식물인간이 된 뒤 범죄자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어 30세라는 늦은 나이에 경찰에 투신했습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도무지 의심이란 걸 할 줄 모르는 나츠메가 형사가 된 걸 이해 못했지만, 그런 그의 독특한 이력과 성격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타고난 유능함 덕분에 경시청이나 검찰청에서도 입소문을 타기에 이르렀습니다.

 

형사의 약속에는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어린이 실종사건, 13년을 다짐해온 복수, 도주하던 피의자의 사망, 치매노인이 일으킨 상해사건, 그리고 수차례 칼에 찔린 사체 등 다양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형사물과는 사뭇 다른 엔딩들을 맞이합니다. 진상을 알아냈지만 모르는 척 하는 게 모두에게 바람직하다고 판단된 사건,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으로 범행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건, 피의자의 말 못할 속내를 알아내곤 오히려 그()를 위로하는 사건 등 대부분 나츠메가 아니면 맞이하기 힘들었을 특별한 엔딩들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츠메에게 회한과 자책감을 불러일으킨 끝에 다소 우울하게 마무리되는 사건도 있어서 그의 다정다감하고 온기 넘치는 치유 능력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됩니다.

 

마지막 수록작이자 표제작인 형사의 약속에서 작가는 사람이 곧 희망.”이라는 주제의식을 드러내는데, 다섯 편의 수록작에 등장하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주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하나만 있었더라도 비극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주제의식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몽적인 느낌도 살짝 있긴 하지만 나츠메의 캐릭터 덕분에 큰 위화감이나 거부감 없이 수긍하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사건은 끔찍해도 그 해법은 온기로 가득한 따뜻한 미스터리라고 할까요? 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자극적이고 독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조금은 밋밋하고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본에서 나츠메 노부히토 시리즈는 네 번째 작품인 刑事の怒り’(2018, 단편집)까지 출간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분노라는 표현이 들어간 걸로 보아 앞선 작품들과는 조금은 결이 다른 이야기가 예상되는데, 이 작품 역시 곧 한국에 소개되기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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