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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아이

[도서] 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저/권일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7년 전, 한적한 뉴타운 아사히가오카의 중학교에서 30명의 학생이 사망 혹은 중태에 빠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동급생 우에다 유타로가 급식에 독을 탔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 사건의 트라우마가 일대를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14살 아들 하루히코를 둔 이혼녀 가나에와 결혼한 시미즈 요시아키가 아사히가오카에 보금자리를 마련합니다. 갑자기 14살 아들을 얻은 시미즈는 어떻게든 행복한 가족을 이루려 애쓰지만 학교폭력의 상처까지 지닌 하루히코는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습니다. 더구나 새 집 근처에 7년 전 사건의 범인과 희생자들이 살았다는 점 때문에 걱정이 많던 시미즈는 어느 날 놀라운 소식을 듣습니다. 하루히코가 7년 전 사건의 범인 우에다 유타로와 닮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친구가 생겼다는 거짓말까지 하며 하루히코가 잦은 밤 외출을 하자 시미즈의 불안은 점점 증폭됩니다.

 

꽤 길게 줄거리를 정리했지만, 실은 초반부 소개에 불과할 정도로 목요일의 아이는 무척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습니다. 학교와 가정의 폭력, 가족의 문제, 촉법소년이 저지른 과거의 끔찍한 대량살인, 그리고 한적한 뉴타운 아사히가오카를 다시금 두려움에 빠뜨리는 7년 전 사건의 공포 등 각각 한 편의 이야기를 이끌만한 주제들이 한데 뒤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크게 보면 두 개의 이야기 - 행복한 가족과 좋은 아버지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는 시미즈의 고민, 대량살인범 우에다 유타로의 7년 만의 출소에 때맞춰 아사히가오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의문의 사건들 - 가 메인인데, 양쪽 모두 피 한 방울 안 섞인 부자관계인 시미즈와 하루히코가 중심에 서있습니다. 어떻게든 하루히코와 마음을 트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던 시미즈는 하루히코가 7년 전 사건의 범인과 연루되기 시작하자 초조함을 넘어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시도까지 했던 하루히코에게 연민과 애정을 품었던 시미즈지만 끝내 하루히코가 감춰온 본 모습을 알게 된 뒤론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여겼던 7년 전 사건의 한복판으로 달려들기로 결심합니다.

 

사건에 연루된 아들과 그로 인해 충격에 빠지는 아버지라는 구조만 보면 우타노 쇼고의 세상의 끝, 혹은 시작’, 할런 코벤의 홀드 타이트’(구판 제목 아들의 방’)가 언뜻 떠오르지만, ‘목요일의 아이는 아버지 시미즈와 아들 하루히코 외에 제3의 주인공인 7년 전 사건의 범인(과 그 추종자들)이 자신만의 작지 않은 영역과 주제를 품고 있어서 다소 복잡하고 난해하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같은 반 친구들을 몰살에 이르게 한 사건에 대해 동기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세상의 끝을 보고 싶었고, 내 손으로 세상을 끝내고 싶었다.”는 궤변에 가까운 범인의 주장이 중반부 이후 이야기를 지배했고, 범인과 그 추종자들이 쳐놓은 정교한 덫에 걸려든 시미즈가 갈피를 잃고 허우적대기 시작하면서 그 전까지의 통상적인 미스터리와는 전혀 다른 장르가 전개되는 탓에 솔직히 어리둥절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집요해 보일 정도로 자주 거론하는 세상의 끝은 이 작품의 여러 주제들 ? 가족의 의미, 학교와 가정에서 자행되는 폭력, 대량살인범의 범행 동기 - 을 관통하고 있지만, 실은 그 개념 자체가 너무 모호하고 자의적이어서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7년 만에 세상에 나와 나름 거창한 집단살인극을 통해 세상을 끝장내버릴 것 같던 범인과 그 추종자들의 초라한 엔딩 때문에 세상의 끝에 관한 그들의 주장은 치기 어린 황당한 궤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섞이기 힘든 주제를 한줄기에 엮기 위해 동원한 세상의 끝이란 개념은 오히려 이 작품의 정체성 자체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버렸다는 생각입니다. 작가가 그 개념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큰 그림이 너무 많이 흐트러져버렸다고 할까요?

 

역자 후기에서라도 의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지만 스포일러 때문인지 자세한 언급이 없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오히려 그래도 이야기의 중심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주인공의 고뇌와 싸움.”이란 설명 때문에 더 혼란만 느꼈는데, 그 설명을 받아들이자니 그럼 그토록 강조된 세상의 끝이란 건 도대체 뭐지?” 라는 의문만 더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역자 후기에 따르면 어떤 독자가 이 작품을 사이코 서스펜스로 분류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사이코 서스펜스로 절정을 달리다가 가족 드라마로 마무리된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좋게 얘기하면 다양한 장르의 폭주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고, 반대로 얘기하면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려운 복잡난해한 작품이란 뜻입니다.

 

사족으로... 출판사에서 올린 인터넷서점의 소개글에는 중반부에 이르기까지의 중요한 사건과 해프닝들이 꽤 많이 노출돼있습니다. 누가 죽고 누가 죽였는지, 또 어떻게 죽였는지까지 상세히 소개됐는데, 아직 읽지 않은 독자라면 가급적 피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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