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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도서] 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저/민경욱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불량배 류지 일당에게 지독한 학교폭력과 갈취에 시달리던 고교 1년생 도키타는 끝내 류지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결심을 합니다. 그런 도키타 앞에 피에로 분장을 한 기이한 인물 페니가 나타납니다. 그는 도키타의 사연을 듣곤 자신이 류지를 죽여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대신 도키타에게 살인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일면식도 없으면서 대리 살인자가 돼주겠다는 페니로 인해 도키타는 알 수 없는 안도감과 함께 불안한 의문에 휩싸입니다.

한편, 3년 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들 시게아키가 자살한 뒤 그 충격으로 아내마저 자살한 가자미 가이스케는 뒤늦게 시게아키를 죽음으로 내몬 범인들을 알아내곤 자신만의 복수를 계획합니다. 경찰도, 학교도 외면한 진실은 너무나도 가혹했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복수 후 아들과 아내의 곁으로 가는 것뿐이었습니다.

 

피해자 또는 유족이 직접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복수법이 제정된 사회를 그린 저지먼트를 통해 처음 만났던 고바야시 유카의 신작입니다. 복수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그리고 있지만 이번에는 학교폭력과 그로 인해 산산조각 난 가족의 비극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학교폭력의 직접 피해자인 고교 1년생 도키타, 그리고 아들과 아내를 학교폭력으로 인해 잃은 45살의 가장 가자미입니다. 도키타가 정체불명의 피에로 페니와 함께 살인계획을 준비하는 이야기가 한 축이고,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범인의 정체와 증거를 집요하게 캐는 가자미의 이야기가 나머지 한 축입니다.

 

굳이 분류한다면 죄인이 기도할 때는 르포르타주 미스터리로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소소한 반전이 쉴 새 없이 거듭되고, 도키타를 돕는 피에로 페니의 정체가 독자의 궁금증을 고조시키긴 하지만 대체로 정공법에 가까운 기록물의 인상이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학교폭력의 잔혹성과 나만 아니면 돼.”라는 주위의 무관심, 그리고 소극적이거나 책임을 방기하는 경찰과 학교의 태도를 꽤 직설적으로 고발합니다. 그리고 전작인 저지먼트와 마찬가지로 복수는 과연 피해자와 유족을 치유할 수 있는가?”라는 해답 없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복수를 실행한 건 누구?’라는 미스터리보다는 두 주인공 도키타와 가자미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더 두드러지게 묘사한 것 역시 르포르타주라는 인상을 더 강하게 만든 요인입니다.

 

이런 설정들 때문에 독자는 극적인 재미나 팽팽한 긴장감을 맛보기보다는 무겁고 어두운 심정 혹은 출구 없는 분노에 휩싸인 채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게 되는데, “(피해자가)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상대처럼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것이다. 죄를 저지른 사람은 웃고 피해자는 평생 참고 숨어 사는 사회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는 출판사의 소개글은 읽는 내내 독자가 느끼게 되는 복잡한 감정을 잘 압축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작인 저지먼트의 서평에서 주제의식과 감정을 과하게 강요한 아쉬움을 언급한 적 있는데, ‘죄인이 기도할 때역시 다소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장편이라 그런지(‘저지먼트는 연작단편집) 스토리텔링에 좀더 공을 들인 점이 확실히 눈에 띄었고 이야기의 확장성도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복수가 합법화된 가상 사회를 배경으로 한 저지먼트와 달리 명백히 현실적인 학교폭력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캐릭터나 사건 모두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큼 생생하고 디테일하게 그려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고바야시 유카가 이후로도 계속 복수라는 주제에 천착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가 사적 복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신작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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