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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숨결

[도서] 달콤한 숨결

유즈키 유코 저/민경욱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한때 빛나는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육아와 주부 스트레스로 인해 과식증과 함께 해리성 이인증이라는 정신장애까지 얻은 다카무라 후미에는 몰라보게 달라진 중학교 동창 스기우라 가나코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프랑스 고급 화장품의 회원제 판매 책임자 자리를 제안 받은 후미에는 혹독한 다이어트와 필사적인 노력 끝에 고소득은 물론 자신감까지 회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후미에는 가마쿠라의 별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가나가와 현경의 하타 게이스케는 관할서 신참 여형사 나카가와 나쓰키와 팀을 이뤄 수사를 전개하는데, 후미에를 진범으로 확신하는 상부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3의 인물에 대한 의심을 버릴 수 없게 됐고, 결국 사건 관련자들의 과거사를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고독한 늑대의 피반상의 해바라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유즈키 유코입니다. 전자에게 오랜만에 제대로 된 경찰소설을 읽은 느낌이란 호평과 함께 별 4.5개를 준 반면 후자에겐 3.5개라는 다소 인색한 평가를 한 적이 있어서 세 번째로 만나는 달콤한 숨결은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수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하타 게이스케는 남성이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는 건 모두 여성들입니다. 여성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선 굵은 문장으로 거칠기 짝이 없는 남성들의 세계를 그렸던 유즈키 유코가 처음으로 여성을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시켜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고 하는데, 그런 만큼 이 작품 속의 여성들은 때론 멈출 수 없는 욕망의 화신으로, 때론 사회적 약자로서 억압과 폭력에 시달리는 희생자로 주인공 못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원제는 ウツボカズラの甘い息, 직역하면 벌레잡이통풀의 달콤한 숨결정도인데 벌레잡이통풀이란 네펜테스라고도 불리는 식충(食蟲)식물입니다. “가늘고 길게 뻗은 잎 끝부분에 항아리 같은 모양의 자루가 달려 있다. 달콤한 꿀로 벌레를 끌어들여 안으로 떨어진 벌레를 먹으면서 산다.”는 작품 속 묘사대로 오랜 시간에 걸쳐 끔찍한 범행을 저질러온 범인은 때론 돈과 외모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때론 깊은 절망에 허우적대는 상대에게 달콤한 숨결을 불어넣어 유혹한 뒤 잔혹하게 자신의 탐욕을 채워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 역시 헛된 욕망에 이끌려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것저것 생각할 여지가 많은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미덕을 발휘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쉽게 느껴지는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전작인 반상의 해바라기와 비슷한 상황들이 많았는데, 무엇보다 사족 같은 부연설명들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후미에가 체포되는 중반부까지의 이야기는 최소 절반은 사족처럼 느껴졌고, 특히 하타와 나쓰키는 지루한 탐문만 벌이거나 또는 수사과정을 설명하는 내레이터정도의 역할만 할뿐입니다.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인 하타의 아내나 일일이 소개해놓고도 정작 활동상은 보여주지 않은 하타의 부하들은 시리즈를 염두에 둔 설정 같긴 해도 역시 사족으로만 보였습니다.

여성이 중심을 차지한 이야기에서 꽤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쓰키는 수사보조원에 가까운 여형사에 그치고 말았는데, 능력보다 외모로 평가받는 부당한 현실을 비판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도 초라한 비중이었습니다.

중반 이후 제대로 달리기 시작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범행의 진상이 폭로되면서 비로소 속도감과 긴장감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다만, 결과에 짜맞춘 듯한 설명과 거의 기적에 가까운 단서 확보 상황은 마지막 장을 덮고도 개운치 않게 느껴진 게 사실입니다.

 

아쉬움이 컸던 반상의 해바라기서평 말미에 불길한 개의 눈’(‘고독한 늑대의 피의 후속작)의 출간을 기대한다고 썼는데, 연이어 유즈키 유코에 대한 실망감이 크긴 했어도 긴장감 만점의 경찰소설 고독한 늑대의 피의 후속작이라면 무조건 찾아 읽을 생각입니다. 다만 그 외의 작품들은 다른 독자들의 평을 찬찬히 검토한 후에야 선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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