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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도서] 죽인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사쿠라이 미나 저/권하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의류 업체 디자이너 스즈쿠라 마나는 지난 5년 동안 현실이 될까 두려워하던 악몽과 마주치고 맙니다. 마나와 결혼했던 남자, 마나를 지독하게 폭행했던 남자, 그리고 마나가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려 죽인 남자 스즈쿠라 카즈키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오랜 치료 끝에 겨우 살아났지만 기억 대부분을 잃었다고 털어놓는 카즈키는 과거 잔인하게 주먹을 휘두르던 그 카즈키가 아니었습니다. 선하고 다정한데다 과거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듣곤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결국 그날부터 마나는 카즈키와 불안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카즈키가 살아 돌아온 것 자체도 믿을 수 없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그의 기억상실이 언제 해제될지 알 수 없어 두려웠고, 만일 다른 누군가가 죽은 카즈키 행세를 하는 거라면 그 목적은 과거 마나의 살인을 밝혀내려는 게 분명하므로 그 역시 두렵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자신이 죽인 남편 카즈키가 살아 돌아온 상황은 마나에겐 그야말로 외통수에 다름 아닙니다. 진짜 카즈키라면 언젠가 모든 기억을 되찾았을 때 폭력 정도가 아니라 마나를 죽이려 들 게 분명했고, 누군가 카즈키 행세를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마나의 살인을 밝혀낸다면 지난 5년간 악착같이 살아온 모든 시간들이 물거품이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독자 역시 마나의 혼란과 공포를 고스란히 머릿속에 새기며 과연 그녀 앞에 나타난 카즈키의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카즈키의 짐을 뒤지고 몰래 미행하는 마나를 통해, 또 그녀가 목격하는 수상쩍은 카즈키의 행보를 통해, 그리고 중간중간 끼어드는 과거의 회상 장면들을 통해 작가는 애매모호한 힌트들을 주긴 하지만 독자로선 좀처럼 꼬리를 잡는 게 쉽진 않습니다. 다만, 중반도 채 되기 전에 명백하게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곳을 염두에 둔다면 작가와의 흥미진진한 두뇌 싸움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에 따라 막장 드라마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고, 독특한 제목 뒤에 숨겨진 미스터리가 매력적이라고 호평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론 두 의견의 중간쯤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3.5개라는 야박한 평가에 그친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부터 통 이해하기 힘든 전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2/3쯤 된 지점에서 마나는 자신을 옥죄던 궁금증을 풀 확실한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사태를 바로잡겠다는 듯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마나는 오히려 그때부터 이해하기 힘든 수동적인 태도만 보이며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언급할 순 없지만, 작가는 한순간에 독자와의 게임을 불공정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물어야 할 걸 묻지 않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을 제치고 갑자기 주도권을 틀어쥔 엉뚱한 인물, 그리고 아무 설명도 없이 혼자만 앞서 달려가는 작가. 독자로선 주인공이 왜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건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이야기 따라잡기에 급급해집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진실이 훅 공개되면서 그제야 독자는 주인공의 입에 재갈이 물린 이유를 알게 되는데, 조금도 납득하기 힘든 전개였던 것은 물론 미스터리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무시한 불공정한 게임이 돼버렸다는 생각입니다. 클라이맥스를 위해 (진실에 근접한) 주인공의 눈과 입을 틀어막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걸까요?

 

막장극 같은 설정에도 불구하고 나름 흥미롭게 미스터리를 전개시켰지만, 결정적인 대목에서 튀어나온 작가의 반칙 때문에 꽤 공을 들인 막판의 반전과 엔딩 모두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독특한 제목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지만 그 이상의 아쉬움만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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