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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청년, 호러

[도서] 도시, 청년, 호러

이시우,김동식,허정,전건우,조예은,남유하 공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스티븐 킹이나 미쓰다 신조의 극강의 호러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영상 호러물은 거의 못 보는 편인데, 비주얼에 대한 두려움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선지 활자로 된 호러물은 초자연적인 소재든 현실에 기반을 둔 소재든 가리지 않고 찾아 읽는 편입니다. 이시우를 비롯하여 여섯 명의 작가가 힘을 모은 도시, 청년, 호러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무서움 자체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를 다룬 것 같아서 더 관심이 간 작품입니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거나 모르는 척 외면하는 세상의 아래쪽이야기를 서울의 지하관로 정비 일을 했던 한 비정규직 청년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이시우의 아래쪽’, 꿈에 그리던 복층집에서의 독립을 손에 넣었지만 얼마 못가 집이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25살 사회초년생의 이야기를 다룬 김동식의 복층 집’,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낡은 고시원에 들어간 공시생이 사람 몸 크기의 얼룩에 불안감을 느끼다가 자꾸만 물건들이 사라지는 기이한 경험을 거듭하던 끝에 끝내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를 다룬 허정의 분실’, 정당방위로 살인을 저질렀다며 경찰서에 자진출두한 한 여성의 끔찍한 이야기를 그린 전건우의 ‘Not Alone’, 유흥가 한복판에 자리 잡은 최악의 월세방을 벗어나려 하지만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 집주인과 흉흉한 동네 분위기 때문에 분노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조예은의 보증금 돌려받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액정화면을 들이받고 참혹한 죽음에 이르는 기이한 현상을 그린 남유하의 화면 공포증이 수록돼있습니다.

 

제목대로 수록작 모두 도시에 사는 청년들이 겪는 공포심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개입된 경우도 두어 편 있고, 문명사회의 종언을 예고하는 듯한 근미래 스타일의 호러물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말미에 실린 프로듀서의 말대로 동떨어져 있는 공포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공포, 그래서 도시를 사는 우리가 깊이 공감할 만한 공포소설의 경향이 훨씬 더 두드러집니다. 특히 현실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청년들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우왕좌왕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흔히 말하는 호러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맛보게 되는데, 개인적으론 요즘 언론에서 자주 보도하는 영끌했다가 패닉에 빠진 MZ세대기사가 종종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들의 패닉은 초자연적 호러를 능가할만큼 생생하고 현실적인, 즉 세상의 끝이 코앞에 닥친 듯한 공포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대부분이 비정규직, 공시생, 사회초년생이고, 그들의 주거지는 열악한 원룸이거나 낡아빠진 고시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다소 편향된 설정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주인공들보다 처지가 조금 나을지는 몰라도 집과 직장을 포함한 미래에 대한 공포의 무게는 이 시대의 도시 청년들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기댈 곳 없고, 의지할 대상 없이 오로지 혼자서만 공포를 이겨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담아내려 했다.”는 전건우의 후기에 무척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밤을 서늘하게 만들어줄 짜릿한 호러를 기대한 독자에겐 (한두 편을 제외하곤) 다소 심심하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심리에 이입하다 보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호러와는 차별되는, 무척이나 실감 나는 공포, 또 피부에 들러붙는 듯한 공포를 맛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또래 독자들에겐 더할 수 없는 동지애를, 기성세대들에겐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게 만드는 특별한 호러물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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