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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도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저/권영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갑작스레 사보 편집자가 된 와카타케 나나미는 딱딱한 훈계성 기사보다는 재미있는 단편소설을!”이라는 상부의 요구를 받고 작가인 선배에게 의뢰하지만 그는 사양하며 대신 단편 미스터리를 잘 쓰는 후배를 소개해줍니다. 창작보다는 자신이 겪은 일에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든다는 그 후배의 유일한 요구조건은 자신의 이름과 신상을 철저히 감춰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익명의 작가의 단편 미스터리 연재는 1년에 걸쳐 이어집니다. 미스터리, 호러, 괴담, 유머 등 다양한 장르가 등장하지만, 대부분은 가까운 사람의 하소연이나 부탁을 받은 주인공 가 추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들입니다. 1년의 연재가 종료된 뒤 와카타케 나나미는 12개의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치명적인 비밀을 눈치 챕니다.

 

개정판 덕분에 세 번째 읽게 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일본에서 1991년에 발표된 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본 딴 주인공을 사보 편집자로 등장시킨 점도 재미있고, ‘익명의 작가가 기고한 12편의 단편 속에 그려진 크고 작은 일상 미스터리도 흥미롭지만,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연재가 끝난 뒤 익명의 작가와 와카타케 나나미가 벌이는 추리의 향연입니다.

단편집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아무래도 “‘익명의 작가가 기고한 독특한 단편 모음집으로만 여기기 쉬운데, 혹시라도 설렁설렁(?) 읽는다면 추리 대결이 펼쳐지는 조금 긴 듯한 편집후기라는 후반부 챕터에서 꽤나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독자는 12편의 단편을 꼼꼼히 읽으며 그 안에 숨겨진 작은 단서들을 차곡차곡 머릿속에 담아두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반드시 두 번은 읽어야 제대로 진가를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막판의 거듭된 반전에 감탄하고도 두 번 읽는 걸 내켜하지 않는 독자 역시 꽤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12편의 단편 가운데 다소 모호하거나 비약이 심하거나 그래서 뭐?”라는 반문이 들게 만드는 수록작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 사보 편집자인 와카타케 나나미가 12편의 단편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낸다는 설정은 너무나도 흥미롭지만, 정작 12편의 단편 자체의 매력이 조금은 미약하다고 할까요? 고백하자면, 서평을 쓰지 않던 10여 년 전에 처음 이 작품을 읽었고, 그때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지만 실은 다시 읽는 동안 내가 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다 읽은 뒤에 그 좋은 기억의 근거가 막판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것 때문이란 걸 깨닫긴 했지만 말입니다.

 

10여 년 전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후 와카타케 나나미와는 단편집 어두운 범람외엔 만날 일이 없었는데, 2020년 출간된 이별의 수법덕분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시리즈 주인공인 하무라 아키라의 캐릭터에 홀딱 빠졌기 때문입니다. 하루 48시간도 부족한 열혈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활약은 읽는 사람조차 숨을 헐떡이게 만들 만큼 초고속 폭주 미스터리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무라 아키라 같은 매력적인 주인공도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미스터리를 그린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독자에 따라 살짝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데뷔작부터 심상치 않아 보이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저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아껴 읽겠다는 핑계로 책장에 방치해놓은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가 문득 떠오른 건 세 번째 책읽기에도 불구하고 데뷔작의 저력에 다시 한 번 반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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