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형도 전집

기형도 저/기형도전집 편집위원회 편
문학과지성사 | 1999년 03월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벌써 대출 기한이 다 되었다고 카톡 문자와 왔네요.

2주가 이렇게 빨리 지나다니요.

시 한 편 읽기를 실천하자고 작년부터 포스팅을 가끔 올렸는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몇 달이 훌쩍 넘어갔네요.

그래서 후다닥 넘기면서 몇 편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익은 이 시를 적어봅니다.

예전에 이 시를 읽고 울컥하며 공감했던 시입니다.

어릴 적 동생들과 집을 보면서

밭에 일하러 가신 부모님이 언제 오시나 목을 늘이며 기다리던 유년시절도 떠올랐어요.

어린 시절에 기다리는 일은 정말 지루한 일이었지요.

어찌나 시간이 안 가는지...

그런데 그후로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얼마나 시간이 빨리 지나는지

정말 아이러니 하네요.

 

 

숙제를 하면서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시인의 모습과 

자식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그 시대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느껴집니다.

특히 '배추잎 같은 발소리'는 정말 압권이지요. 

그래도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한 일이기도 하구요.

 

 

5월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네요.

모두 편안하고 여유있는 주말 보내세요.^_^!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0

댓글쓰기
  • 문학소녀

    모나리자님^^

    어린 시절의 시간은
    너무 길었던 것 같아요~
    저도 이 시를 읽으면서
    시골 할머니 댁에 어린 저를 맡겨놓고
    엄마가 외갓집에 갔다오신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시간이 안 가던지요~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고,
    할머니한테 울며불며 떼쓰던 철없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네요~ㅎ

    시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할 수 있음에
    지나간 시절을 반추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좋은 시를 모나리자님 덕분에
    알게 되어 넘 행복합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한 멋진 주말 되세요~모나리자님^~^

    2022.05.28 15:5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그렇죠~~ㅎ

      어린 시절에 모두 그런 기억 있군요.
      어릴 적에 기다리는 일이 어쩌면 참 괴롭기도 했어요.
      철부지가 기댈 곳은 부모님밖에 없었으니까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던 기억이 있는 분이라면 정말 공감할 수 있는 시이지요.
      저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뭉클해졌습니다.

      편안한 여유로운 오후 시간 보내세요. 문학소녀님.^_^

      2022.05.30 16:48
  • 파워블로그 산바람

    좋은시 잘읽고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2022.05.28 18:5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감사합니다. 산바람님.^^

      2022.05.30 16:49
  • 파워블로그 Aslan

    화들짝 놀랐어요. 저도 요즘 관심사 톱이 기형도 시인이라.

    2022.05.28 21:2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그러시군요. 저도 오랜만에 기형도 시집을 들추어 보았습니다.
      5월이 가네요. 좋은 마무리 하세요. 아슬란님.^^

      2022.05.30 16:50
    • 파워블로그 Aslan

      정말 깊이 빠졌어요.

      2022.05.30 20:53
    • 파워블로그 모나리자

      네, 기형도 시인을 더욱 깊이 알아가는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
      6월도 화이팅 하세요. 아슬란님.^^

      2022.06.01 08:4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