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놀이 23 - 섣달 그믐날 물놀이 한 해가 저무는 섣달 그믐날에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걷는다. 동짓날을 지나서 해가 살짝 길어지기는 했지만 아직 바람이 차기에 옷을 단단히 입힌다. 아버지가 혼자서 맨발로 물에 들어가서 치우는 동안 두 아이는 빨래터와 샘터를 오락가락하면서 놀더니, “아버지, 발 안 시려?” “아버지, 손 안 시려?” 하고 묻다가는, “보라야, 우리 아버지 도와주자.” 하고 말하면서 막대솔로 신나게 물을 민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 하나에다가, 이 겨울에도 물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 있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