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50. 루 아직 한국말 가운데 ‘루’로 첫머리를 여는 낱말은 없지 싶습니다. 한국말은 어쩐지 ㄹ로 첫머리를 그리 안 열려고 해요. 그러나 사이나 끝에 깃드는 ‘루’는 꽤 많습니다. “미루나무 한 그루”를, 그루잠을, “머루를 먹는 마루”를, 그늘나루에 버스나루에 기차나루를, 여러 루를 혀에 얹다가, ‘루루’처럼 내는 소리도 한국말로 삼을 만할 텐데 싶습니다. 굳이 서양말 ‘lu-lu’만 생각하기보다, 새나 풀벌레가 내는 소리로 떠올릴 수 있고, 휘파람을 불며 나오는 소리로 여길 수 있습니다. 고루 나누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