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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다 (2019.7.18.)

― 수원 〈마그앤그래〉

경기 수원시 권선구 동수원로177번길 90 104호

https://blog.naver.com/sogano

https://www.instagram.com/magandgra



  2019년 1월에 드디어 찾아간 〈마그앤그래〉를 지난 여섯 달 동안 인스타그램으로만 만났는데, 7월에 두 눈으로 만납니다. 고흥에서 구미로 가는 길에 서울을 거치기로 하면서, 서울로 가는 길목인 수원에서 기차를 내려 수원 시내버스를 타고 찾아갔어요. 지난 1월에는 전철역부터 걸어갔다가 진땀을 쏟았지만, 이제 수원 시내도 살짝 익숙해서 수원 시내버스를 씩씩하게 타 보았습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보니 따로 택시를 안 타더라도 찾아갈 만하네요. 시골사람이 도시살림에 어느 만큼 몸을 맞춘다고 할까요.


  여름빛이 살랑거리는 〈마그앤그래〉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책집 앞에 이렇게 나무가 자라면서 푸른빛을 베푸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그런데 〈마그앤그래〉는 곧 새터로 옮긴다더군요. 아, 그렇다면 오늘이 이 자리 〈마그앤그래〉 두걸음이자 끝걸음이 되겠네 싶어요. 다음걸음에서는 새터에서 새롭게 만나겠지요.


  그림책 《박물관에서》(가브리엘르 벵상/김미선 옮김, 시공주니어, 1997)를 고릅니다. 이 그림책을 장만했는지 안 장만했는지 헷갈립니다. 이렇게 헷갈릴 적에는 다시 장만하는 길이 가장 나아요. 가브리엘르 벵상 님 그림책은 ‘똑같은 그림책’이라 하더라도 여러 벌 있어도 아름답거든요.


  《붉나무네 자연 놀이터》(붉나무, 보리, 2019)를 봅니다. 서울 한켠에서 신나게 숲놀이를 즐기는 강우근 아재는 ‘붉나무’란 이름으로 숲놀이 이야기를 그림꽃으로 짓습니다. 이 책이 나온 줄 알기는 했으나 사지 않고 잊었어요. 이러다가 여기에서 만나네요. 아, 반가워라. 기쁘게 집습니다. 우리 집 놀이순이랑 놀이돌이한테, 우리 집 숲순이 숲돌이한테, 붉나무 놀이꽃은 더없이 반가운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사사키 겐이치/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2019)를 봅니다. 이 책도 갓 나올 적에 이야기를 들었지만 미처 장만하지 못했어요. 마침 이 책도 여기에서 만나니 기쁘게 고릅니다. 수원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 이 책을 펴서 읽는데, 핑하고 눈물이 돌았어요. 얼른 눈물을 닦고서 책을 덮었습니다. 책집에 서서 몇 자락 읽다가 가슴이 짜르르했지요.


  왜 책 한 자락 때문에 가슴이 짜르르할까요? 모든 책은 아름답거든요. 더구나 어느 누구도 안 간다 싶은 길을 홀로 씩씩하게 노래하며 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 혼잣걸음을 누가 알아보고는 이렇게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같은 책으로 묶어 주면, 어쩐지 찡합니다. 저는 1994년부터 ‘한국말사전 새로쓰기(사전 집필)’란 일을 합니다. 사전지음이한테 이런 책 하나는 고마운 눈물바람을 일으키는 이슬같아요.


  그림책 《안녕, 물!》(앙트아네트 포티스/이종원 옮김, 행복한그림책, 2019)을 고릅니다. 오늘 〈마그앤그래〉에서 다른 그림책을 장만하려고 골랐다가, 그 그림책을 내려놓고 《안녕, 물!》을 새로 집습니다. 모든 그림책을 다 사도 좋습니다만, 그러자면 짐이 매우 무겁습니다. 어깨힘을 조금만 쓰려고, 책짐을 너무 짊어지면 걸어다니기 벅차니, 아쉬운 마음을 삼키면서 딱 네 자락만 고르기로 합니다.


  책을 다 고르고, 책값을 치르고, 책집 사진을 찍고는 책집지기님하고 몇 마디를 주고받습니다. 수원에서 이 책집은 참 조그맣다고 말씀하시는데, 전라도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보자면, 이 수원 마을책집은 엄청난 아름터입니다. 저는 이곳 〈마그앤그래〉가 교보문고보다 훨씬 낫다고 여겨요. 책집지기가 아름다운 눈, 바로 ‘아름눈’으로 찬찬히 골라서 갖춘 책이 참으로 빛나요. 이 빛을 수원 이웃님이 기쁘게 맞아들이시리라 생각해요. 또 저처럼 수원사람 아닌 시골사람도 가끔 이곳으로 마실을 와서 새삼스러우면서 반가이 아름책을 만날 테고요.


  책집지기가 눈을 뜨니, 책손이 눈을 뜹니다. 책손이 눈을 뜨면서 책집지기도 함께 눈을 뜹니다. 우리는 다같이 눈을 뜨면서 삶을 뜨고, 삶을 뜨개질하듯 짓고, 사랑도 꿈도 노래도 같이 뜹니다. 뜨개질하듯 짓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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