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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말 이야기꽃 : 글쓰기로 먹고사는 길



[물어봅니다]

  수수하고, 소소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음악도 좋아해서, 어떤 노래에 대해 영감을 얻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의 머릿말을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작가가 안정적인 직업인가 생각도 들어서 망설이게 돼요. 어떻게 할까요?


[이야기합니다]

  “수수하고 소소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먼저 ‘수수하다’라는 낱말하고 ‘소소하다’라는 낱말이 어떤 뜻을 품는지 살펴보면 좋겠어요. 저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써내면서 ‘수수하다’를 “1. 도드라지지도 않고 뒤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조용히 어울리다 2.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3. 어느 것이 썩 좋지도 나쁘지도 않으면서 쓸 만하다”처럼 풀이했습니다. 그러니까 “수수한 글쓰기 = 있는 그대로 글쓰기 = 꾸밈없는·거짓없는 글쓰기 = 조용조용한 글쓰기”라 할 만해요. ‘소소하다(小小-)’는 한자말이에요. ‘작디작다’를 나타내지요.


  그런데 글에는 작은 글이나 큰 글이 따로 없다고 느껴요. 짧게 쓴 글이나 길게 쓴 글만 있다고 느껴요. 수수하게 썼대서 “작은 글”이 되지 않습니다. 잔뜩 꾸며서 쓰기에 “큰 글”이 되지 않아요. 널리 알려지거나 팔리거나 읽히기에 “큰 글”이 되지 않는답니다.


  글쓰기를 놓고서 ‘소소한 길’보다는 다른 길을 생각하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단출한 길’이나 ‘조촐한 길’이 있습니다. ‘즐거운 길’이나 ‘신나는 길’이 있어요. ‘재미난 길’이나 ‘사랑스런 글’이나 ‘고운 길’이나 ‘착한 길’이나 ‘참한 길’이나 ‘바람 같은 길’이나 ‘꽃다운 길’도 있고요.


  우리가 쓰는 글이란 우리가 걷는 길입니다. 우리가 걷는 길이 고스란히 글이 됩니다. ‘문장수련’을 하거나 ‘문장작법’을 갈고닦아야 글쓰기를 잘 해내지 않아요. 언제나 우리 삶을 슬기롭게 사랑하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가꾸는 따사로우며 즐거운 손길이 되면 넉넉합니다. 바로 이 손길로 ‘수수한 글’도 ‘산뜻한 글’도 ‘새로운 글’도 쓸 수 있어요.


  글을 풀어내며 머리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면, 머리말 없이 써도 좋아요. ‘머리말·몸말·맺음말’이란 얼개를 안 따라도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옮기면 되어요. 살아가고 싶은 길을 즐겁게 살아가면 될 뿐인 오늘이듯, 이러한 삶을 가만히 옮기면 넉넉한 글입니다.


  덧붙이자면, 머리말뿐 아니라 몸말이나 맺음말을 어떻게 엮어야 좋은가는 구태여 안 따져도 됩니다. 우리한테는 줄거리가 있으면 돼요. 글로 담을 이야기에서 알맹이가 될 삶을 스스로 느끼고 알면 됩니다. ‘어떤 글’을 쓰느냐도 대수롭겠지만, ‘어떤 하루와 삶과 생각을 바로 내가 즐겁게 스스럼없이 마음껏 쓴다’는 길을 갈 수 있으면 좋구나 싶어요.


  글을 쓰는 뜻은 ‘살아가려는 뜻’하고 같아요. 스스로 짓고 싶은 꿈길을 걷는 하루이듯, 스스로 짓고 싶은 꿈을 글로 담습니다. 스스로 가꾸고 싶은 사랑길을 짓는 삶이듯, 스스로 짓고 싶은 사랑을 글로 적어요.


  그리고 글만 써서 먹고살 수 없기도 하고, 글만 써도 먹고살 수 있기도 해요. 어느 쪽이 될는지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글을 쓰지 않아도 먹고사는 길이 있으면서도 이 삶에서 꿈으로 이루고픈 사랑을 낱낱이 느껴서 제대로 나타낼 줄 안다면, 글쓰기는 물흐르듯 풀리겠지요. 글로 먹고살겠다는 다짐을 너무 앞세우거나 얽매이노라면 어느새 ‘우리 마음을 어떻게 왜 얼마나 글로 담아야 하는가’를 잊어버리기 쉬워요. 글팔이꾼이나 글장사꾼이 되고 맙니다.


  뒷돈을 받고서 거짓글을 써 주는 분이 제법 있어요.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꾸밈글을 마구 써내는 분도 꽤 있어요. 이분들은 글쓰기로 돈을 버는 셈일 테지만, 거짓글이나 꾸밈글로 돈이나 이름을 얻는대서 이분들 삶이 얼마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울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순천 할머니가 손수 글씨랑 붓질을 익혀서 선보인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란 책이 있어요. 할머니들은 책을 내려고 글을 쓰지 않았어요. 지나온 삶을 되새기면서 꼭 남기고 싶거나 눈물웃음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단출히 여미었어요. 우리는 논밭을 일구며 글을 쓸 수 있어요. 공장 일꾼이나 버스 일꾼으로 지내며 글을 쓸 수 있어요. 아기를 돌보며 글을 쓸 수 있고, 회사원으로 지내며 글을 쓸 수 있어요. 마음이 흐르는 삶을 먼저 제대로 지켜보시면 좋겠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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