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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꽃

숲노래 우리말꽃 : 에스엔에스(SNS)는 언어파괴를 할까?



[물어봅니다]

  요즘 에스엔에스상에서 언어파괴가 심각하다고 해요. 짧게 줄여서 쓰느라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무시하기도 하고 급식체 같은 말을 쓰기도 하잖아요. 이런 언어파괴는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이야기합니다]

  저는 1993년까지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 제 또래 가운데 피시통신을 거의 아무도 안 했지 싶습니다. 새로 바뀐 대학입시를 쳐다보느라 바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형은 저보다 세 살 위였고, 저보다 일찍 고등학교를 마치고서 ‘천리안·하이텔’ 같은 이름이 있던 ‘PC통신’이 처음 생길 때부터 알았어요. 저는 모든 대학입시가 끝난 1993년 12월부터 피시통신이 뭔가 하고 들여다보았고, 이듬해에 갓 태어난 ‘나우누리’를 만났어요. 이무렵 인천에서는 ‘인디텔’이란 이름으로 인천이란 고장 이야기를 스스로 새로 지어서 펴는 누리판이 처음 열리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피시통신이 한창 뜰 무렵, ‘어른’이란 이름인 분들은 “피시통신이 언어파괴의 주범이다!” 하고 윽박질렀습니다. 아마 1993년에도 이런 말이 나돌았지 싶었으나 이해에는 대학입시로 바빠서 시큰둥했고, 1994년부터 이런 말을 신물나게 들었어요.


  피시통신보다 조금 이르게 ‘삐삐’가 퍼졌어요. 삐삐도 피시통신 못지않게 “한글파괴의 주범이다!” 같은 윽박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을 넘어서며 인터넷이 생기고 피시통신이 저물어 가니 바야흐로 “인터넷이 언어파괴의 주범이다!”로 말이 바뀌더군요. 어느덧 2010년을 넘어 2020년으로 나아가니 “에스엔에스가 언어파괴의 주범이다!”로 말이 바뀝니다.


  몇 줄로 지난 1990∼2020년 사이 서른 해 사이를 이야기했습니다만, 2030년이나 2040년이 되면 또 이때에 나올 새로운 누리판을 놓고서 ‘어른’들은 “언어파괴의 주범”을 찾아나서리라 싶어요. 그런데, ‘언어파괴’란 무엇일까요? 어떤 말을 누가 어떻게 왜 부수거나 허문다는 뜻일까요?


  우리 삶터에서 어른들이 걱정하거나 나무라는 ‘언어파괴’를 돌아보면, 바로 ‘갑갑하거나 딱딱하거나 차갑게 세운 울타리에서 쓰는 말을 거스르거나 손사래치는 몸짓’은 아닐까 싶습니다. 갑갑한 말이 아닌 트인 말로 가려는 생각으로, 딱딱한 말이 아닌 싱그러운 말로 가고픈 마음으로, 차가운 말이 아닌 포근한 말을 쓰려는 몸짓이라고도 여길 수 있어요. 낡은 말이 아닌 새로운 말에 새로운 생각과 살림과 삶과 사랑을 담고 싶은 몸부림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테고요.


[시내버스 알림글]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손잡이를 꽉 잡아 주세요

[공사장 알림글] 안전모 미착용자는 현장내 출입을 금합니다


  어른들은 시내버스나 공사장에서 이 같은 알림글을 내겁니다. 이런 말은 얼마나 한국말스러울까요?


[숲노래 글손질 ㄱ] → 손님 여러분이 안 다치도록 손잡이를 꽉 잡아 주세요

[숲노래 글손질 ㄴ] → 안전모자를 안 쓰면 이곳에 못 들어옵니다


  요즈음 공사장 일꾼이 거의 이주노동자입니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한글을 읽는 이는 적습니다. 겨우 한글을 읽는다 하더라도 “안전모 미착용자”나 “현장내 출입을 금합니다”를 얼마나 알아차릴까 모르겠습니다. 한글을 읽고도 못 알아볼 글을 적는 어른들 말씨는 아닐까요? 오늘날 ‘언어파괴’란 바로 이처럼 딱딱하고 낡은 말씨를 걷어치우고 싶은 젊은 바람은 아닐까요?


  요 몇 해 사이에 ‘최애’나 ‘애정하는’ 같은 말씨가 쫙 퍼집니다. 이 말씨는 아무래도 누리길(에스엔에스·SNS)을 발판으로 퍼졌을 텐데요, 일본 한자말을 함부로 끌어들인 ‘어른’들이 쓰는 말씨입니다. 어린이나 푸름이는 이런 일본 한자말을 알기도 어렵고 알 수도 없겠지요. 어린이나 푸름이는 바로 ‘어른들이 퍼뜨린 말씨를 어깨너머에서 지켜보다가 따라서 쓸’ 뿐입니다.


 최애 아이템 → 즐기는 것 / 가장 좋은 것 / 으뜸으로 좋은 것 / 으뜸것 / 사랑것

 애정하는 말 → 사랑하는 말 / 좋아하는 말 / 즐기는 말


  한국말은 “가장 좋은”이나 “가장 아끼는”이나 “가장 사랑하는”입니다. 때로는 “가장 즐기는”이나 “가장 신나는”이라 해도 될 테지요. ‘가장’은 ‘으뜸’하고 맞물리기에 “최애 아이템”이라면 ‘으뜸것’으로 담아내어도 되어요. ‘사랑것’이라 해도 될 테고요.


  곰곰이 생각해 봐요. ‘언어파괴’를 일삼는 쪽이라면 어린이나 푸름이도 아니요, 예전 피시통신도 아니며, 요즈음 인터넷이나 에스엔에스도 아니지 싶습니다. 우리가 알뜰히 아름다이 즐거이 사랑스레 참하게 멋스러이 재미나게 신바람을 내면서 쓸 한국말을 알맞게 가다듬거나 갈고닦거나 세우지 못한 ‘어른’이야말로 한국말을 무너뜨리거나 흔들거나 허문다고 해야 올바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지난날 삐삐나 피시통신이나 오늘날 인터넷이나 에스엔에스는 이음길이에요. 사람하고 사람을 잇는 길인 이 자리를 바탕으로 온나라 사람이 한꺼번에 쉽게 만날 수 있으니 새로운 말을 아주 빠르게 나누거나 퍼뜨릴 수 있어요. 새말도 쉽게 나누거나 퍼뜨릴 수 있고, 얄궂게 퍼진 말씨도 다시금 돌아보도록 서로 바로바로 알려주면서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 생각처럼 걱정거리만 있지 않아요.


 인터넷 홈페이지 → 누리집

 인터넷 블로그 → 누리글집

 에스엔에스(SNS) → 누리길, 누리마당, 누리판


  사전에 ‘에스엔에스’는 안 나옵니다. 영어사전은 ‘SNS’를 “Social Network Service”로 풀이합니다. 한국은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사회적 관계망’으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그리 어울려 보이지 않아요.


  ‘인터넷 홈페이지’를 ‘누리집’으로 풀어내면 좋다고 합니다. ‘네티즌’은 ‘누리꾼’으로 풀어내어 쓰기도 하는데, 저는 ‘누리님’으로 손질해서 쓰곤 해요. ‘누리’라는 낱말을 헤아리면 ‘에스엔에스’를 ‘누리길’이나 ‘누리판’으로 담아낼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사람들 사이에 쫙쫙 퍼지는 길이나 마당이나 판이거든요.


  한국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아직 제대로 서지 않았습니다. 남·북녘이 엇갈리기도 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면 좋겠어요. 우리는 입으로 말할 적에 띄어쓰기를 안 따지면서 잘 말해요. 입으로 잘 말하듯 글로 옮길 줄 안다면 어떤 누리길이나 누리집에서도 걱정할 일은 없으리라 여겨요.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은 흔해요. 누리길이나 누리집에서만 틀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리고 맞춤법을 틀리는 사람이 많다면, 맞춤법도 곰곰이 따져서 쉽고 즐겁게 쓰는 새길을 살피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언어파괴를 고치거나 없애’려는 생각을 접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한결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쓸 말을 ‘새롭게 짓고 생각하며 가꾸’려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이 말씨는 틀렸으니 쓰지 말자는 가르침’보다는, ‘이 말씨보다는 저렇게 새로 쓰는 말씨가 뜻이며 느낌이 한결 살아날 만하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하는 길’로 간다면 좋겠지요. 이제는 가르침 아닌 이야기로 가면 되리라 생각해요.


  누리길이 온누리를 잇는 길이 되도록, 나라 곳곳을 잇는 너른 판이 되도록, 새롭게 말을 살찌우고 생각을 북돋우는 한마당이 되도록, 즐겁게 마음을 쓰면 되리라 봅니다. ‘언어파괴 현상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같은 생각이 아닌,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사랑스러운 말을 우리 스스로 어떻게 찾아서 쓰면 아름다울까?’ 같은 생각으로 마음을 써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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