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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하루 종일”이 겹말이라고요?



[물어봅니다]

  선생님이 쓰신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을 보고 여러 번 놀랐어요. 겹말이라고 한들 몇 가지나 있을까 싶었는데 이 사전에는 자그마치 천 가지나 담아서 놀랐고요, 두께에도 놀랐는데요, 이 사전을 내고 나서도 천 가지를 더 모으셨대서 또 놀랐어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이란 말씨도 겹말이라 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늘 입에 달고 살던 “하루 종일”인데, 도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야기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놀라실 만합니다. 그런데 털어놓고 말하자면, 푸름이 여러분에 앞서 글쓴이인 저부터 놀랐어요. 우리 삶자리에 퍼진 겹말(중복 표현)이 제법 많은 줄 알기는 했어요. 그럭저럭 생각하며 살다가 사전이란 책을 쓰면서, 무엇보다 비슷한말을 제대로 다르게 풀이해서 가르는 사전인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쓰면서, 우리 사전 뜻풀이가 이렇게 엉망진창이었나 싶어 깜짝 놀랐답니다.


  여느 어른들은 이럴 때에 ‘확인사살’이란 말을 쓰더군요. 군대에서 쓰는 무서운 말 가운데 하나인데요, 그냥그냥 알던 대목을 눈앞에서 주루룩 낱낱이 보고 나니까 좀 질렸습니다.


  보기를 들어야 알기 쉽겠지요? 이 보기는 《읽는 우리말 사전 1》에 낱낱이 밝혔는데 몇 가지를 읽어 볼게요.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

변화(變化) :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

변하다(變-) :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다

바꾸다 : 1. 원래 있던 것을 없애고 다른 것으로 채워 넣거나 대신하게 하다

달라지다 : 변하여 전과는 다르게 되다

갈다 : 1. 이미 있는 사물을 다른 것으로 바꾸다 2. 어떤 직책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다


  한자말 ‘변화’를 “바뀌어 달라짐”으로 풀이하지요. 뜻풀이부터 겹말풀이랍니다. 그런데 ‘바꾸다(바뀌다)’하고 ‘달라지다’는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이에요. 여기에 ‘갈다’란 비슷하면서 다른 말이 있는데요, 참 엉성하지요.


  그렇다면 이 엉성한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는 어떻게 손질해야 알맞을까요? 제가 먼저 손질말을 들려주기 앞서 차분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자, ‘바꾸다(바뀌다)·달라지다·갈다’ 세 낱말은 뜻이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틀림없이 다른 말이에요. 세 낱말을 혀에 얹어서 찬찬히 소리를 내 보시고요, 소리를 내면서 어떤 결인가를 살펴보셔요.


[숲노래 사전]

변화(變化) : → 바꿈(바꾸다) . 달라짐(달라지다)

변하다(變-) : → 바꾸다(바뀌다) . 달라지다

바꾸다 : 1. 처음 있던 것을 없애고 그것이 아닌 것으로 하거나 채우거나 넣다 2. 내 것을 나 아닌 사람한테 주고, 이와 걸맞게 그 사람 것을 받다 3. 처음 짠 줄거리나 모습이나 흐름이 아니게 하다 (고치다) 4. 이제까지 있거나 쓰던 것을 버리고 그것이 아닌 것을 두거나 쓰다 5.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을 그 아닌 사람으로 두다 6. 어느 말을 그 말 아닌 말로 풀어 놓다 (옮기다) 7. 처음 있던 곳에서 그곳 아닌 곳으로 가다 (옮기다) 7.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거나, 이쪽에 있던 것을 저쪽에 있게 하다 (차례를 번갈아 하다) 9. 곡식이나 옷감을 돈을 주고 사다 10. 말이나 인사를 서로 하다 (주고받다, 나누다)

달라지다 : 처음이나 예전과는 다르게 되다

갈다 : 1. 이미 있는 것을 빼고서 그것 아닌 것으로 하거나 넣다 (고치다) 2.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을 빼고서 그 아닌 사람으로 두다


  ‘바꾸다(바뀌다)’는 “이이·이것·이곳을 이이·이것·이곳이 아니도록 하다”를 나타냅니다. ‘이것 밖(바깥)’에 있도록 하는 셈이에요. ‘달라지다’는 ‘다르다·다른 것’이 바탕이니, “다르게 되도록 하다”를 나타내지요. ‘갈다’는 “이이·이것·이곳을 빼내거나 덜거나 없애서 이이·이것·이곳이 아니도록 하다”를 나타내요. ‘갈다’는 ‘갈아치우다’란 말을 떠올리면 느낌이 바로 올 만합니다.


  모름지기 사전풀이라면 그 말이 태어난 뿌리부터 오늘날 우리가 쓰는 흐름까지 두루 살펴서 다뤄야 해요. 그렇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이런 사전풀이가 못 나와요. 다들 다른 사전을 슬쩍 옮겨서 짜맞추기를 한답니다. 올림말을 늘리려고 하다 보니 뜻풀이를 살필 틈이 모자라거든요.


  겹말이란 이 때문에 불거집니다. 숱한 사전은 올림말을 부풀려서 자랑하려고 바쁘다 보니 겹말풀이가 되고, 우리는 뭔가 바쁘거나 부산한 나머지 말 한 마디를 더 깊거나 넓거나 차분하거나 즐겁게 생각할 틈을 못 낸 채 부랴부랴 말을 하다 보니 겹말이 나타나고, 이 겹말에 매이고 말아요.


  그나저나 저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을 내놓으며 1000가지 아닌 1004가지 겹말을 담았어요. 1000이란 숫자만큼 모아서 사전을 엮으려 했는데 셈을 잘못 하는 바람에 1004가지가 되었습니다. 그때 어떤 네 가지 보기를 덜어내야 하고 망설였어요. 이 보기를 빼자니 아쉽고, 저 보기도 못 빼겠고, 한참 애먹었어요. 1000으로 맞추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요, 1004가지라는 이 숫자는 ‘천사’로 읽을 수 있데요? 그렇지요? 이웃들한테 이 《겹말 사전》이 마치 천사처럼 상냥하게 겹말을 다독여 주면서 즐거운 빛살이 된다면 좋겠네 하고 생각했어요.


  이제 푸른 벗님이 물어본 “하루 종일”을 차근차근 짚을게요. 먼저 여느 사전 뜻풀이를 읽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풀이]

하루 : 1. 한 낮과 한 밤이 지나는 동안. 대개 자정(子正)에서 다음 날 자정까지를 이른다 2. 아침부터 저녁까지 3. 막연히 지칭할 때 어떤 날

진종일(盡終日) : = 온종일

온종일(-終日) : 1.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동안 ≒ 종일(終日)·진일(盡日)·진종일 2.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종일(終日) :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동안 = 온종일


  사전풀이를 보니 어떤가요? ‘종일 = 온종일’이고, ‘진종일 = 온종일’이니까, 세 한자말은 다 같은 말이에요. 그리고 세 한자말은 “아침부터 저녁까지”를 뜻합니다. 이렇게 한자말 뜻풀이를 갈무리했으면 ‘하루’ 뜻풀이를 새로 들여다보기로 해요. 자, 둘쨋뜻이 무엇인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이지요?


  이다음은 제가 굳이 보태지 않아도 “하루 종일”이 왜 겹말인지를 푸름이 여러분 스스로 알아차렸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알겠지요?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하루 종일”이 겹말이라 이 말을 못 쓴다면 입을 다물어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가 새롭고 즐거이 쓸 말씨를 찾아내면 좋을까요?


 하루·하루 내내·온하루·하룻내


  적어도 네 가지로 새롭게 쓸 수 있습니다. 먼저 수수하게 “하루”라고만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힘줌말처럼 “하루 내내”라 할 수 있고, ‘온하루’처럼 앞에 꾸밈말을 붙일 만하며, “하루 내내”를 줄여 ‘하룻내’라 해도 어울려요.


 하루 : 오늘 하루 책하고 씨름을 했어

 하루 내내 : 하루 내내 즐거웠지

 온하루 : 온하루를 어머니하고 김치를 담그며 보냈다

 하룻내 : 하룻내 애썼지만 수수께끼를 못 풀었네


  겹말이란 군더더기 말씨입니다. 말이나 글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낸다면 홀가분할 수 있어요. 날개를 달고 훨훨 날 만큼 부드럽답니다. “수채화 그림”이라 말하는 분이 있던데, 수채화가 물빛으로 담은 그림이니 겹말이에요. 그냥 ‘수채화’라 할 수 있고, 아예 새말을 지어 ‘물빛그림’이라 해도 됩니다.


  우리가 겹말이란 군더더기를 털려고 한다면, 군말을 씻기도 하는 셈이면서 새로우며 즐거운 말을 스스로 짓는 길이 되기도 해요. 정치를 하는 분들은 곧잘 “참된 정의”를 말하는데요, ‘참되다 = 정의’예요. 겹말이지요. 이때에도 생각해 봐요. “참된 길”이나 “참된 마음”이나 “참된 삶터”처럼 새롭게 손질할 만합니다. 단출히 ‘참길·참마음·참터’라 해도 어울리고요.


  겹말을 씻는 길이란, 어느 말씨가 틀렸으니 바로잡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너무 바쁘게 사는 나머지 그만 잊거나 잃은 상냥하고 즐거운 말씨를 곱게 가다듬어서 새롭고 눈부시게 일구어 보자는 이야기예요. 틀린 말씨 바로잡기는 재미없어요. 새로우면서 곱게 피어나는 말로 우리 생각을 환하고 넉넉하게 짓는 길일 적에 재미있고 뜻있고 신나고 멋있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숨결이 자란다고 느껴요. 말마디에 새숨을 불어넣기를 바라는 뜻으로 겹말을 손질하자고 이야기하면서 사전까지 하나 꾸렸습니다. 그동안 모은 보기가 꽤 많으니 앞으로 《겹말 사전》을 한 자락이나 두 자락쯤 더 선보일 수 있겠네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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