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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

숲노래 우리말꽃 : 사춘기란 뭘까요?



[물어봅니다]

  선생님, ‘사춘기’란 뭘까요? 아, 그냥 모르겠어요. 사춘기란 말뜻도, 사춘기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합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푸름이가 사춘기인가요? 아마 그럴는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사춘기란 참말 무엇이려나요? 사전 뜻풀이를 넘어서, 또 둘레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대목을 넘어서, 푸름이 스스로 “사춘기란 참말 뭘까?”를 먼저 마음으로 물어보면 좋겠어요.


[표준국어대사전]

사춘기(思春期) :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시기.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여 이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 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이성(異性)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춘정(春情)을 느끼게 된다. 청년 초기로 보통 15∼20세를 이른다


  여느 사전에서 ‘사춘기’란 한자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어른이 되어 가며 몸이 달라지며 ‘춘정을 느끼’는 때”가 사춘기라 하는데, 이런 뜻풀이가 가슴으로 와닿는지요?


  제가 어른이란 몸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이 뜻풀이는 사춘기를 제대로 풀이하지 않은 듯합니다. 자, 사춘기란 한자말을 잘 뜯어 볼게요. ‘思(생각/헤아림) + 春(봄) + 期(때/철)’ 얼개요, 이는 ‘봄을 생각하는/헤아리는 때/철’입니다.


  푸름이 여러분, “봄을 생각하는 때”나 “봄을 헤아리는 철”이란 무엇일까요? 봄은 어떤 철일까요?


 봄 : 새싹. 새잎. 새로운 나뭇가지하고 나무줄기 + 이른 꽃

 여름 : 짙은 잎. 굵은 가지하고 줄기 + 무르익는 꽃 + 이른 열매

 가을 : 바래는 잎. 지는 잎. 가랑잎 + 무르익는 열매 + 갈무리

 겨울 : 씨앗. 새봄을 기다리며 꿈꾸는 잎눈하고 꽃눈


  네 철을 이렇게 갈라 볼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을 본다면 “봄을 생각하는/봄을 헤아리는” 무렵이란, 새로 돋을 잎을 이야기한다고 할 만해요. 사춘기란, 이제 갓 피어나려는 옅고 보드라우면서 푸른 잎사귀를 그리는 철이나 나이라 할 만하지요. 그러나 아직 여름이 아닌 봄인 터라, 잎이 돋고 줄기나 가지가 차근차근 뻗으려 해요. 아마 사춘기라는 나이나 때나 철을 지나면 줄기하고 가지가 굵으면서 꽃이 피는 흐름으로 들어서겠지요.


  푸름이 여러분은 이런 ‘봄나이’나 ‘봄철’을 그려 보았을까요? 흔히들 사춘기라는 때는 “성호르몬 분비에 따른 이차성징으로 몸이 많이 바뀌면서 힘들고 어지럽고 아픈 나날”로 여깁니다. 그렇지만 굳이 이렇게 볼 일은 없지 싶어요. 우리가 새봄에 마주하는 꽃이며 풀이며 나무는 그다지 아프거나 힘들거나 어지러워 보이지 않거든요.


  봄날 매화꽃이나 벚꽃이 아파 보이는 꽃인가요? 봄에 돋는 새싹이 아파 보이나요? 봄꽃이 어지러워 보이나요? 봄꽃이 힘들어 보이나요? 온통 기쁨으로 반짝이고, 언제나 기쁘게 활짝활짝 웃음을 지으면서 눈부시게 우리를 부르지 않나요? 이리하여 저는 ‘사춘기’라는 낱말을 새롭게 풀이하려고 생각합니다.


[숲노래 사전]

사춘기 : → 꽃나이. 봄나이. 꽃철. 봄철

꽃나이 : 1. 꽃을 생각하거나 그리거나 꿈꾸거나 마음에 품는 나이. 씨앗·열매을 맺으려고 피우는 숨결을 품었다 할 나이나 때 2. 사랑스럽거나 아름답거나 눈부신 나날·때·철·삶이라 여기면서 마음에 품는 나이나 때 3. 가장 돋보이거나 대수롭거나 뜻있거나 크거나 사랑스럽거나 뛰어나거나 아름답다고 할 나이나 때


  먼저 ‘사춘기’란 이름보다는 ‘꽃나이’나 ‘봄나이’라는 이름을 새롭게 쓰고 싶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꽃철’이나 ‘봄철’을 함께 쓸 수 있어요. 뜻풀이는 ‘꽃나이’를 붙여 봅니다. 꽃을 생각하는 나이라서 꽃나이라 할 만해요. 꽃을 생각한다는 뜻은 꽃다운 숨결을 앞으로 이루려는 뜻이나 꿈으로 간다는 나이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푸름이 여러분이 맞이하는 꽃나이·봄나이·꽃철·봄철은 어지럽거나 힘들거나 아픈 때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꼬물꼬물 애벌레가 깊이 잠들고 나서 눈부신 나비로 거듭나듯이, 푸름이 여러분은 바야흐로 ‘꿈꾸는 애벌레’처럼 한창 꿈을 꾸면서 곧 이 꿈에서 일어나 ‘나비로 거듭나는 길’에 들어선다는 뜻입니다.


꽃나이·푸른꽃나이

봄나이·봄

꽃철·봄철·꽃날·봄날

푸름이·푸른날


  저는 여러분을 ‘푸름이’란 이름으로 부릅니다. 한자말 ‘청소년’은 그다지 안 쓰고 싶습니다. ‘청소년’이란 이름을 사회에서 널리 쓰기는 해도 제 입에는 잘 안 붙어요. 푸르게 빛나고 싶은 꿈꾸는 애벌레다운, 또 새봄을 맞이해서 갓 돋은 맑은 풀빛다운 넋이요 숨결이 바로 여러분이라고 느끼기에, ‘푸르다 + 이’ 얼개로 ‘푸름이’라는 이름을 쓰곤 합니다.


  우리는 사춘기를 거쳐야 할 까닭이 없다고 여깁니다. 꽃나이를 즐겁게 맞이하고 누리면서 꽃철로 접어드는 꽃길을 가면 넉넉하다고 여깁니다. 푸름이 여러분은 중2병도 고2병도 고3병도 아닌 언제나 싱그러운 푸름이요 푸른꽃이요 푸른봄이요 푸른나이라고 느낍니다. 여러분이 오늘 이곳에서 푸르게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는 숨결을 바로 저 같은 어른한테 푸른 사랑으로 나누어 준다고 느낍니다.


  자, 봄철 봄나이를 누려 볼까요? 꽃철 꽃나이를 누리면 어때요? 푸른꽃나이를 누리고, 푸른봄나이를 함께해 봐요. 여러분 모두 다 다르게 빛나는 나비가 되어 온누리에 아름다운 사랑을 널리 펴시면 좋겠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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