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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곤두박춤 (2019.4.6.)

―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

인천 동구 금곡로 5-1

032.766.9523



  동시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아벨서점〉 시다락방에서 꾸리기로 했습니다. 사뿐히 인천마실을 하는데, 헌책집 〈아벨서점〉 셈대 한켠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알림글이 있습니다. 인천시가 또 뭔 일을 꾸미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왜 이렇게들 커다란 발전소를 세우려고 목돈을 쏟아부을 생각일까요? 집집마다 햇볕을 모으는 판을 올려도 되고, 고속도로에 지붕을 씌워 햇볕을 모아도 됩니다. 찻길 지붕에 햇볕판을 놓는 일은 좋다고 하지만 법을 다루는 기관이 달라서 말을 맞추기 어려우리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라고,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는 길을 찾으라고 공무원이라는 벼슬자리를 두지 않을까요?


  두멧시골에 조용히 깃들다가 읍내로만 나와도 먼지구름을 봅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여러 도시를 찾아가거나 고속도로를 달릴 적에도 먼지구름을 만납니다. 오늘날 이 나라에서 이 먼지구름 말고 커다란 골칫거리가 또 무엇일까요? 전기를 더 많이 얻는 길을 찾기도 해야겠다고 하더라도 먼지구름부터 풀면서, 또 먼지구름을 늘리지 않거나 줄이는 길을 찾을 노릇일 텐데요.


  빠듯하게 인천에 닿았기에 애써 책집에 깃들어도 책을 들출 짬이 없습니다. 그래도 1분이란 쪽틈을 내어 《over the hills and far away》(Alan Marks, North-South books, 1994)에 《the BFG》(Roald Dahl, puffin books, 1982)에 《the Giraffe and the Pelly and Me》(Roald Dahl, puffin books, 1985)를 골라듭니다. 한글로 나온 로알드 달 님 동화책을 읽긴 했습니다만, 옮김말이 더없이 엉성한 터라, 로알드 달 님쯤 되는 동화책이라면 영어로 적힌 책도 두 벌쯤 장만해 놓을 생각입니다.


  참말로 결이 다르더군요. 로알드 달 님은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아니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도록 영어를 쉽게 썼습니다. 이와 달리 한글판은 ‘어린이조차 읽기 까다롭’도록 옮김말이 엉성하고 번역 말씨에 일본 말씨가 춤을 춥니다. 왜 이다지도 말씨 하나를 못 추스를까요. 매캐한 먼지구름이 춤을 추는 고장에서 벼슬아치 노릇을 하는 분들도 자꾸 막삽질로만 흐르고, 책마을에서 아이들한테 이야기로 씨앗을 심는 일을 할 어른들도 책에 담는 말씨가 몹시 엉성하고 …….


  헌책집 〈아벨서점〉 책지기님이 부디 기운을 내시기를 바라는 뜻으로 노래꽃 한 자락을 새로 씁니다. 연필로 정갈히 옮겨서 가만히 건넵니다. 날아오르고 싶기에 신나게 곤두박질을 칩니다. ㅅㄴㄹ


곤두박질 (숲노래)


별비가 내려

밤하늘을 죽죽 지르는

빛줄기가 꽃처럼

자꾸자꾸 떨어져


무화과가랑잎이 퍼석

후박가랑잎이 투툭

동백가랑잎이 타탁

살짝 놀래키며 춤춰


곤두박듯 하다가

확 솟구치고

옆으로 재게 날더니

빙그르르 돈다


제비떼 멋지다

날갯짓이 저렇구나

하늘에 무지개 그리듯

곤두박춤잔치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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