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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꽃

숲노래 우리말꽃 : 친구랑 손절을 했는데



[물어봅니다]

  마음이 안 맞아 싸운 친구하고 손절을 하려고 하는데, ‘손절이 뭐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저희끼리는 그냥 쓰는 말이라서 무심코 썼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는 채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절’이 뭔가요? 그리고 이 말이 바르게 쓰는 말이 아니라면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이야기합니다]

  친구하고 싸우셨군요. 그래요, 마음이 안 맞을 적에는 보기 싫으리라 생각해요. 말씀처럼 서로 사이를 끊을 수 있고, 한동안 안 보고 살 수 있어요. 말을 안 섞는다든지 등을 지거나 돌릴 수 있겠지요.


  ‘손절’이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친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이 한자말하고 비슷하면서 다른 텃말을 살펴야 해요. 가까이 지내거나 마음이 맞는 사람하고 이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려고 하는 판이잖아요.


[국립국어원 사전]

친구(親舊) : 1.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 친고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동무 : 1.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2. 어떤 일을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 3. [광업] 한 덕대 아래에서 광석을 파는 일꾼


  국립국어원 사전으로 보자면 한자말 ‘친구’는 ‘동무’로 고쳐쓸 만합니다. 그런데 ‘동무’를 쓰는 분보다 ‘친구’를 쓰는 분이 많지 싶습니다. 예전에는 너나없이 ‘동무’라 했고, 동무에서 한결 마음 깊이 사귈 적에 ‘벗’이라 했어요. 딱히 가까이하지는 않으나 나이가 비슷하거나 생각이 어울릴 만하다 싶으면 ‘또래’라 했고요.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그만 남·북녘으로 갈렸어요. 그무렵 북녘에서는 한자말 ‘동지(同志)’를 쓰지 않고 ‘동무’로 고쳐서 썼습니다. 말뜻도 말결도 그렇거든요. 그즈음은 남·북녘 어디나 ‘동무’란 말만 썼다고 할 텐데, 한 나라가 두 나라로 갈린 뒤에 남녘에서는 낱말 하나를 놓고 토를 달았어요. ‘동무’란 낱말을 쓰면 마치 북녘바라기라도 되는 듯이 몰아세웠습니다.


  이런 물결이 퍼지면서 국가보안법이 춤추었고, ‘동무’란 오랜 낱말은 팔다리가 뎅겅 잘려요. 그러나 동무란 낱말은 너나없이 사귀면서 즐겁게 노는 어린이를 비롯해, 상냥하고 착한 사람들 누구나 스스럼없이 쓰는 이름입니다. 팔다리가 뎅겅 잘려도 죽지 않았어요. 살아남았지요.


 어깨동무, 소꿉동무, 놀이동무, 글동무, 책동무, 말동무, 새동무


  적잖은 자리를 ‘친구’란 한자말이 잡아먹었지만 ‘동무’는 꿋꿋했어요. 그리고 이즈막에 조금씩 숨통을 트면서 깨어나려 하지요. 워낙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담던 낱말이거든요.


[숲노래 사전]

친구 : → 동무

동무 : 1. 늘 가까이 어울리는 사이. 가까이 어울리며 즐거운 사이 2. 어떤 일·놀이을 함께 하거나, 어떤 길을 함께 가는 사이


  마음이 안 맞아서 끊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왜 그러한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첫째로, 가까이 어울리고 싶지 않지요? 둘째로, 가까이 있거나 어울릴 적에 안 즐겁지요?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함께 하거나 누리고픈 마음이 안 들지요? 어떤 길을 한뜻이 되어 갈 만하지 않지요?


  그렇다면 사전이라는 책에는 이런 느낌이나 결을 고루 담아내야 알맞지 싶어요. 이제는 ‘동무’란 낱말을 한결 깊이 바라보면서 다룰 노릇이라고 봅니다.


[국립국어원 사전]

손절(孫絶) : 대를 이을 자손이 끊어짐 = 절손

손절(損切) : x

손절매(損切賣) : [경제] 앞으로 주가(株價)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


  요즈음 어린이·푸름이 사이에서 흐르는, 또 여러 곳에서 적잖이 퍼지는 ‘손절’이란 한자말은 ‘損切’이란 한자로 적고, 손절매(損切賣)를 줄인 한자말인데, 일본 한자말입니다. 한국말로 하자면 ‘팔아치우다·내치다’나 ‘싸게넘기다·싸게팔다’쯤 되겠지요.


  일본 한자말이기에 안 써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이 한자말은 한글로 적든 한자를 밝히든 뜻을 알기에 퍽 어렵습니다. 이 말을 쓰는 어린이나 푸름이 가운데 얼마나 이 말뜻을 바로 알거나 제대로 짚을까요? 어른 사이에서도 이 말씨는 뜻을 헤아리기가 만만하지 않아요.


  이와 달리 ‘팔아치우다·내치다·싸게넘기다·싸게팔다’는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겠지요. 고쳐써야 할 말이라기보다, 쉽고 즐거우며 부드러이 누구나 쓸 만한 낱말이 있다면 그쪽으로 갈 노릇이라고 여겨요.


 끊다·멀리하다·꺼리다·등지다·등돌리다·끝내다·끝장·끝

 안 보다·보지 않다·남남·안 만나다·만나지 않다

 뿌리치다·고개젓다·손사래·도리도리·도리질

 그만두다·그만하다·자르다·딱자르다


  동무로 지내다가 더는 동무로 지내고 싶지 않다면 여러 가지 말씨를 헤아릴 만합니다. 동무는 아니고 ‘아는 사이’였는데, ‘아는 사이’로도 있고 싶지 않다면, 이런 여러 말씨를 쓸 만하지요.


  그러고 보니 ‘절교’란 한자말을 쓰는 어른이 있습니다. 만나던 사이를 끊는다고 할 적에, 이를 한자로 나타낸 말인데요, ‘손절’이든 ‘절교’이든 끊으니까 ‘끊다’라 하면 되어요. 또는 ‘끝내다’라 하면 되겠지요. “너랑 나는 이제 끝이야”처럼 ‘끝’이라 해도 되고, ‘끝장’ 같은 말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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