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체보기
블로그 전체검색
사노 요코 돼지

[도서] 사노 요코 돼지

사노 요코 저/이지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21 - ‘집’에 사는가 ‘우리’에 갇혔는가


《사노 요코 돼지》

 사노 요쿄

 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8.2.25.



어느 날 트럭이 왔습니다. 많은 동물이 돼지에게 낯선 기계를 들고 와서 숲속의 나무를 베어 넘겼습니다. 동물들은 그곳에 붉은 지붕과 녹색 지붕을 가진 예쁜 집을 수십 채나 지었습니다. 돼지는 돼지우리에서 집이 지어지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쿨쿨 잤습니다. (17쪽)


“여긴 누구 땅입니까?” 여우 신사가 물었습니다. 돼지는 멀뚱히 있었습니다. “난 내내 여기서 살았는데요.” 돼지가 대답했습니다. “누구 땅에서요?” “누구라니 …….” 돼지는 열심히 떠올려 보았습니다. (27쪽)


돼지는 버스에서 내리자 빌딩을 올려다보며 “허어” 하고 놀란 뒤 “에취” 재채기를 했습니다. 거리에서는 숲과 다른 냄새가 났습니다. (39쪽)


돼지는 돼지우리 앞에 벌렁 드러누워 가만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에는 별이 한가득 빛나고 있습니다. 돼지는 별을 보며 잠들었습니다. (93쪽)


여윈 새끼 돼지는 하루 종일 할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건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139쪽)



  오늘 우리는 발전소를 세워서 전기를 얻습니다. 발전소는 석탄이나 석유나 우라늄을 때어 전기를 일으키고, 이 전기는 송전탑을 거쳐서 도시로 가며, 도시에서는 전봇대를 거쳐서 집집으로 갑니다. 발전소는 백 해나 이백 해를 가지 않습니다. 아니, 쉰 해쯤 되면 낡아서 아슬하다 하지요. 더구나 석탄·석유·우라늄을 때면서 쓰레기가 나오고, 이 쓰레기를 건사할 쓰레기터를 마련해야 하며, 이 쓰레기를 다스려서 걸러내기까지 오래디오랜 나날이 흘러야 합니다.


  백 해는커녕 쉰 해쯤 잘 굴러가는 자동차는 없다시피 합니다. 자동차 바퀴뿐 아니라 자동차를 이룬 이 몸통이나 저 톱니를 꾸준히 갈아야 합니다. 낡은 자동차는 어디로 갈까요. 자동차 몸통을 이룬 플라스틱은 어떻게 될까요. 낡은 바퀴는 어디로 가나요.


  마치 북중미 텃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줄거리가 흐르는 《사노 요코 돼지》(사노 요쿄/이지수 옮김, 마음산책, 2018)입니다. 돼지는 처음에 그냥 돼지였다지만, 숲에서 조용히 살던, 내 땅도 네 땅도 아닌 저마다 알맞게 보금자리를 누리고 하루를 지으며 삶을 사랑하던 돼지는, 이 숲을 갈아엎어 도시 물질문명으로 바꾼 이들한테 밀려나야 합니다. 이러다가 도시 한켠에서 회사원 노릇을 해야 합니다.

  무엇이 삶일까요? 무엇이 사랑일까요? 무엇이 사람 또는 목숨 또는 숨결일까요?


  중국 우한에서 비롯했다는 돌림앓이가 지구를 뒤덮습니다. 그런데 여태 지구를 뒤덮은 돌림앓이는 하나같이 ‘사람들이 좁은 곳에 잔뜩 모여서 물질문명을 이룬 큰고장’에서 비롯하기 일쑤였습니다. 또는 물질문명을 이루도록 공장이나 발전소를 크게 올린 곳에서 비롯했습니다.


  앞으로 이 별을 어떻게 바꾸어야 서로 아늑하면서 튼튼히 지낼 만할까요. 아스팔트하고 시멘트를 덮은 땅에는 씨앗 한 톨 못 묻을 뿐 아니라, 감자 한 알도 못 캡니다. 손전화를 누르기만 해도 된다는 ‘스마트폰 수경재배 온실(스마트팜)’이라지만, 이런 길로 자꾸 치닫는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별을 바라보지 않는 길 끝자락에는, 들꽃이 나누어 주는 숨결이 없는 길 끄트머리에는 무엇이 있나요.


  사노 요코 할머니는 ‘돼지’가 돼지답도록 살아가는 길이, 사람이 사람답도록 살림하는 길이며, 서로서로 사랑이 되는 길이라고 넌저시 노래했구나 싶어요. 그런데, 이 책 《사노 요코 돼지》에서 바로잡을 곳이 있습니다. 숲에서 돼지가 깃드는 집을 ‘돼지우리’로 옮겼는데, ‘우리’는 가두어서 고기로 삼으려는 짐승을 둔 데입니다. 돼지가 사는 숲집은 ‘돼지집’이라 해야겠지요. ㅅㄴㄹ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